[코인 광풍] 생생한 투자 체험기 “비정상적·비이성적 맞다. 그래도 해야 한다” (上)
  • 김종일·조문희·송창섭·유지만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3 10:00
  • 호수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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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코인 도박’에 뛰어드는 미래세대
미친 집값, 무너진 계층 사다리…미래세대는 불안하다

가상화폐 투자의 주축은 ‘2030세대(만 20~39세)’다. 올 1분기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신규 가입자의 63.5%가 20~30대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이해불가다. 도박판과 다르지 않아 보이는 투기판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모든 자산을, 심지어 빚을 내서 불확실성의 끝판왕인 ‘코인 열차’에 탑승하는 상황은 그야말로 비정상적이며 비이성적이다. 불안하다.

시사저널이 만난 그들도 똑같이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는 비정상적이며 비이성적 투자라고 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의 시대가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했다. 의식주의 핵심인 부동산이 미쳤다. 집값은 그야말로 미쳤다. 그들은 입을 모아 ‘불안’을 이야기했다. ‘계층 사다리’에 대한 믿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평생직장이란 개념도 사라졌다. 주식시장은 이제 끝물이다. 그러니 이들에게 마지막 남은 대안, 마지막 부의 추월차선은 가상화폐 투자다.

그들은 기성세대의 생각과 달리 자신들의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대체로 인지하고 있었다. 사실상 투기를 넘은 도박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꼭 해야만 했다. ‘땀’보다 ‘땅’의 가치가 더 큰 사회라는 사실을, ‘땀’으로는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서사를 온몸으로 느끼고 체화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이 순간이 영영 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다. 그들은 자꾸 ‘각자도생’과 ‘다른 대안이 없다’는 말을 했다. 정부에 대한 기대, 사회적 안전망이란 보호막, 내일에 대한 희망 등은 ‘동화 속 판타지’처럼 여겼다.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정말로 도박을 하고 있었다.

2030세대의 ‘코인 열차’ 탑승은 상징적이다. 땀 흘리는 노동의 가치를 상실한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미래세대의 절망 표출이기도 하다. 세계적 현상이지만 우리가 유독 심하다. 미래세대는 이미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지금 실패하면 나라가 흔들릴 수 있다. 정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소개한다. 시사저널이 만난 미래세대가 왜 가상화폐에 투자하는지 자세히 밝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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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 금액
2017년 군에서 장교로 복무하면서 400만원으로 가상화폐에 처음으로 투자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 이후 투자 6개월 만에 투자금은 4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가상화폐의 위험성을 그때 실감했다. 작년 말부터 가상화폐에 투자금이 몰린다는 얘길 듣고 재투자를 결심했다. 올해 2월에 2000만원을 투자했다. 초반에는 리플이나 이더리움 같은 주요 코인에 투자했다.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안정적 수익을 거뒀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알트코인(비주류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졌다. 단타 거래를 했다. 4월7일 ‘김치 프리미엄’ 논란이 불거지면서 600만원 정도 손해를 봤다. 한 달 동안 번 돈을 모두 이때 날렸다. 하지만 이후 주요 코인에 투자해 원금을 회복했다. 4월 현재 투자수익률이 200%다.

▒ 투자 동기
코인에 무조건 열광하는 게 아니다. 우리 세대는 부동산에 투자할 돈이 없다. 주식은 이미 많이 올랐다. 은행 예·적금 금리 수준으로는 집 마련할 돈을 모을 수 없다. 자산을 쌓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위험하다는 것도 잘 안다. 큰돈 잃을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렇다고 절대 빚내선 하지 않는다.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코인 투자가 절대로 철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도생으로 돈을 굴릴 수밖에 없는 시대다.

▒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
정부가 세금을 거둔다는 건 제도권 투자상품으로 인정한다는 뜻이어야 한다. 보호해 주지 않을 거면 관심을 갖지 말아 달라. 규제할 거라면 군소 거래소가 난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투명한 거래 시스템을 세워 달라. 사기 세력이 나타나지 않도록 양성화해야 한다.

▒ 투자 금액
총 300만원으로 올해 처음 시작했다. 주요 코인에 분산투자를 하는 중이다. 하나의 코인에 100만원을 넘지 않게 했다. 투자 후 얼마 되지 않아 2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냈다. 하지만 그때 현금화하지는 않았다. 결국 200만원 수익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 ‘패닉 셀(panic sell)’을 했다. 당시 원금이 제로를 넘어 -15만원까지 갔다. 다행히 원금은 복구됐다. 현재 기준으로 많진 않지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 투자 동기
거래소 앱(업비트)을 내려받아 깔면 코인 1만5000원을 준다는 이벤트에 투자를 시작했다. 두 시간 만에 1만5000원이 3만원으로 불어났다. 수익률 100%. “이거 안 하면 나만 바보가 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때부터 코인 투자가 시작됐다. 머리로는 가상화폐가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화폐로서 교환 수단 같은 내재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솔직히 ‘한탕 크게 벌어보자’는 마음이 크다. 월급은 쥐꼬리만 하다. 그런데 집값은 미친 듯이 오른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러니 코인으로라도 돈을 벌어보고 싶다. 코인 투자가 도박과 다르지 않다는 걸 청년들이 정말 모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인 거다.

▒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
초저금리에 유동성의 시대다. 뭉칫돈이 갈 곳 잃은 상황이다. 자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다. 집값을 잡지 않으면 ‘코인 불나방 시대’를 꺾기 어렵다. 가상화폐 붐을 꺾고 싶으면 집값을 잡아라. 정책 신뢰를 회복해라. 그걸 못 하니 “정부는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 투자 금액
최초 투자 금액은 270만원. 2017년 리플과 퀀텀 등 유명 코인에 투자했다. 이른바 ‘박상기의 난(亂)’을 직격으로 맞았다. 30만원이 남았다. 올 초 코인 가격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자 다시 투자를 시작했다. 비트코인에 500만원을 넣었다. 2월 폭락장에서 200만원을 잃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란 주변 말을 믿었다. 3월에 2000만원을 추가로 넣었다. 그때부터 ‘J커브’ 그래프가 시작됐다. 투자금 2000만원은 순식간에 4000만원으로 불어났다.

4월 중순부터 그래프가 하락 곡선을 그리는 일이 생겼다. 그래도 믿었다. 4월24일 비트코인 대폭락이 시작됐다. 수익금이 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다. 2018년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손절했다. 결국 투자 원금 대비 700만원을 잃었다. 앞으로는 소액 투자만 해야겠다. 500만원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 투자 동기
그동안 주식으로 재테크를 해 왔는데 수익률이 너무 낮았다. 집값 상승 속도와 월급 상승 폭의 차이에 기가 질렸다. 그때 “코인만이 희망”이란 추천을 받았다. 변동성이 너무 커 불안하긴 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답이 없다.

▒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
코인 시장이 도박판임을 인정한다. 그런데 청년들은 왜 지금 도박에 뛰어들게 됐나. 재산증식이 쉽지 않다. 계층 사다리는 다 끊어졌다. 중산층으로 가는 길을 알려 달라. 해 주는 것도 없으면서 규제만 외치는 정부는 ‘개극혐’이다. 가상화폐에 한마디씩 얹는 정치인들은 정작 근본 대책 마련엔 의지도 능력도 없다. 지금껏 뭐 했나. 자기 이름 알리려고 ‘청년 코인’을 타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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