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광폭 행보에 ‘뒷목 잡는’ 문파들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5.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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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화합 카드 꺼내자…당원 “야당 대표냐” 맹비난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고 박정희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고 박정희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원팀(One-Team)’을 강조했지만, 전임 지도부와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민주당 내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념적 통합과 화합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강성 당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벌써부터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 양상이다. 일부 당원들은 ‘송영길호’에 대해 “앞으로 뒷목 잡을 일이 많겠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송 대표의 첫 행보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송 대표는 전날(3일) 서울 국립현충원을 찾은 가운데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게 당원들의 분노를 불렀다.

 

박정희·이승만 업적 평가했다가…당원 게시판 발칵 뒤집혀

송 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국방·공업에 집중한 면모를,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선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했다며 방명록에 적었다. 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2015년 시작된 것으로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공로를 인정한다기보단 예우 측면이 커 방명록을 남기진 않았다.

이런 가운데 송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두 전직 대통령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방명록을 처음으로 남겼다. 이에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박정희의 헌신을 기억한다니 야당 대표인가” 등의 비판이 들끓었다.

아울러 송 대표는 이날 참배 과정에서 “세월호는 챙기면서 제복 입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소홀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당원들의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진보 진영이 그동안 세월호 이슈에는 집중하면서 보훈 이슈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을 반성하면서 통합과 화합으로 중도·보수 유권자를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당심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신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호’ 시작부터 친문과 균열 조짐 보여

비주류로 불렸던 송 대표와 친문 당원들의 불협화음도 현재진행형이다. 송 대표는 당 중심의 정책 주도를 예고한 하면서 청와대와 선긋기를 나선 가운데 친문 당원들은 “우리가 야당도 아닌데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극렬 친문 지지자를 의미하는 ‘문파’(文派)는 “송영길 정계퇴출을 위해 앞장서겠다”며 전당대회 결과에 불복한다고 공개 선언해 향후 송대표와 친문 당원들의 갈등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는 일부 최고위원은 3일 열린 첫 최고위 회의에서 ‘당심’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으며 송 대표와 온도 차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용민 수석 최고위원은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이분법적 논리가 이번 전당대회 선거 결과를 통해 근거 없음이 확인됐다”며 개혁 과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는 송 대표와 친문의 노선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친문과 비문의 부동산·검찰개혁·언론개혁을 비롯해 문자폭탄 논란으로 대표되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 문제에 대한 시각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친문과의 ‘불안한 동거’가 송 대표의 리더십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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