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채봉 동화작가를 기리며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1.05.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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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음》ㅣ정채봉 산문ㅣ샘터 펴냄ㅣ196쪽ㅣ1만3000원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ㅣ정채봉 시ㅣ샘터 펴냄ㅣ108쪽ㅣ1만원

올해는 고(故) 정채봉 동화작가 20주기다. 정호승 시인이 “덴마크에 안데르센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정채봉이 있다. 이 책은 독자들을 위해 정채봉이 천국에서 출간한 책”이라고 한 책이 산문집 《첫마음》,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다. 20주기 기념집으로 나온 시집은 산문시가 더해진 개정증보판이고, 산문집은 과거 출판됐던 《그대 뒷모습》, 《스무 살 어머니》, 《눈을 감고 보는 길》, 《좋은 예감》 중 지금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은 글들을 모아 엮은 신간이다.

‘정채봉, 권정생, 이오덕’의 3인조 세트로 워낙 널리 알려진 아동문학의 거인이시라 작가에 대해 더 말을 보태는 것은 사족이다. 《무소유》 법정스님과 각별한 사이였던 정채봉 작가는 정호승 시인과도 유별난 관계였다. 정호승 시인은 고인에 대해 ‘동화를 쓰면서 촛불처럼 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차가운 겨울바람이 촛불을 훅 꺼버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촛불은 꺼진 뒤에야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됩니다.’라고 시를 쓰기도 했다. ‘(채봉) 형이 투병 중일 때는 간병인을 자처해 두 달 동안 함께 지내기도 한’ 문우(文友)였다. 뜬금없이 정호승 시인을 이야기 하는 것은 《서울의 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같은 그의 문학 안에 동화작가 정채봉의 숨결이 알게 모르게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 때문이다.

다시 정채봉 산문집 《첫마음》으로 돌아와 그가 법정스님에게 쓴 《’나’가 ‘나’에게》란 산문을 읽다 보면 마지막 문장이 ‘장마철입니다. 스님네 앞 도랑에 물소리가 크겠네요. 도랑물에도 안부를 전합니다.”로 끝난다. 그동안 무수한 편지와 글을 썼지만 ‘도랑물에 안부를 전한다’는 문장을 쓸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가 왜 그였는지 이 대목에서 어렴풋이 느낌이 왔다.

저러한 인정(人情)이라서 ‘문득 천지에 노을이 듣는다고 생각하다 말고 저는 보았습니다. 해를 배웅하고 있는 부처님의 발그레한 입술에서 번져 나오고 있는 노을을. 아아, 노을이 어이 생기는지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미황사에 가서 해 질 무렵에 있어보면 알게 될 것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같은 깨달음도 얻게 되는 것이란 느낌도 왔다. 미황사는 해남 달마산에 있다.

그는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에서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라 노래했다. 시인의 일생인 ‘너’는 대체 누구일까? 그의 주옥 같은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아무래도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된다. 그가 다른 사람 아닌 ‘정채봉’이니까!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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