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바이든 대통령의 ‘케미’는…한‧미 정상회담 관전 포인트 3가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5.21 18: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신vs반도체, 중국vs북한…줄다리기 외교 결실 맺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2일 새벽(한국 시각) 열리는 회담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로는 북핵 문제와 백신 수급, 반도체 공급망, 대중정책 등이 거론된다. 과거 한반도 현안에 집중하던 태도에서 나아가 다각적인 경제안보 이슈를 부각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고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두 정상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시사저널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시사저널

1. 文대통령 직접 뛰어든 백신 외교, 성과는

한국 측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문 대통령이 백신 부문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느냐다. 문 대통령도 방미 전 마지막 수보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21일) “백신은 내일 행사(한·미 정상회담 당일)가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백신 협력 관련한 논의가 다뤄질 것이란 이야기다.

한국은 현재 99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으나, 공급 시기가 하반기에 몰려 있어 당장 수급 현황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빌려 5~6월을 일단 넘기고 추후 하반기 물량으로 되갚는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의 해외 지원 의지를 내비친 데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백신 지원에서 한국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그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더불어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을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미국과의 백신 개발 기술 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 간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2. 백신 받고 반도체·배터리 공장 내어줄까

반대로 미국의 관심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신기술 분야에 쏠려 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갈등과 맞물려 신기술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아 “핵심 요소는 배터리인데 중국이 레이스에서 앞서 있다. 우리가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전날 반도체 품귀 사태 대응을 위한 회의를 소집하면서 삼성전자를 두 번이나 초청하기도 했다.

이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업들의 신기술 분야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은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재편을 지렛대 삼아 백신 협력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방미 일정에 삼성·SK·LG 등 각 부문의 핵심 인사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 문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직접 찾는 일정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의 ‘쿼드(Quad)’ 가입을 꺼내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쿼드는 미국이 중국 견제에 역점을 두고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꾸려온 협의체다. 중국의 반응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 쿼드 가입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쿼드 가입에는 거리를 두면서도 백신과 반도체·배터리 등 개별 사안마다 협력이 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역시 이날 “쿼드의 회원국은 4개이다. 멤버십의 변화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사실상 쿼드 가입 권유 가능성을 부인했다.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 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 ⓒ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 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미국 연방하원의원 지도부와 간담회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하원의회 의장 ⓒ 연합뉴스

3. 바이든표 대북정책에 어떤 표현 담기나

아울러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문제도 주요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바이든표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날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는 ‘실용적인 접근’을 기조로 대북정책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세부 정책을 발표하진 않았다.

청와대는 바이든표 대북정책을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 정착을 위해서 양국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북·미 간 양자 대화를 추진하고,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경우 상응 조치도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발표를 한 적 있다. 대단히 실용적이고 유연한 접근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 수 있도록 대북제재 완화를 비롯한 북한과의 교류 협력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췿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길로 더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청와대는 양국 정상이 회담 이후 발표한 성명에 대화를 강조하는 ‘싱가포르 선언 계승’을 담기 위해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이 대화 재개의 선결 조건으로 대북규제의 단계적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한·미 양국 정상이 이견을 보일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한다면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인권 문제는 북한 측에서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인권 문제가 양국 정상의 성명에 담기지 않더라도, 기자회견 등에서 언급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2년 넘게 교착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북·미 관계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