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을 위해 빠져드는 ‘음식 중독’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1 11:00
  • 호수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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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만성질환으로 이어져⋯당·지방·소금 많은 음식이 원인

35세 직장인 여성 A씨는 식간과 야간에 초콜릿·아이스크림·도넛·머핀을 자주 먹는다. 퇴근길에 편의점에서 이런 간식거리를 몇만원어치나 사서 자기 전에 다 먹고 잔 적도 여러 번 있을 정도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며칠간 자제했지만, 일단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도 모르게 간식거리를 사들고 들어와 서둘러 먹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중독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 물질이나 행동에 의해 쾌락 중추가 과도하게 자극되어 의존되는 뇌 질환이다. 중독은 단순한 습관과는 달라 점차 그 행동의 양과 횟수가 많아지는 집착과 하지 않으면 신체적·심리적 불편함이 발생하는 금단 등이 나타나는 의존 상태이기에 문제가 된다. 중독의 종류에는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도박 중독, 인터넷 중독, 쇼핑 중독 등이 있는데 최근에는 음식 중독도 그중 하나로 다루어지고 있다.

음식 중독은 끊임없이 음식을 원하고 자주 과식하는 행태를 말한다. 이미 많이 먹어 배가 꽉 찼는데도 계속 먹고 싶은 욕구가 끊이지 않고 점점 더 많은 양을 먹고 싶어진다면 음식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음식 중독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큰 음식은 당과 지방 함량이 높은 피자·초콜릿·쿠키·아이스크림 등이다. 또한 소금과 지방 함량이 높은 감자칩·감자튀김 역시 주된 음식 중독의 원인 식품이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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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을 열량이 낮은 음식으로 바꿔야

2014년 호주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19.9%가 음식 중독에 해당하고, 음식 중독은 비만과 과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 기존 연구들을 종합한 연구(메타 분석)에 따르면, 지역사회 소아·청소년의 음식 중독 유병률은 12%인 데 반해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소아·청소년의 음식 중독 유병률은 1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 중독은 강박적인 음식 섭취가 뇌의 쾌락 중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을 통해 밝혀졌다.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연구에서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 약물에 의해 자극되는 뇌의 보상 중추와 쾌락 중추가 설탕·지방·소금이 다량 함유된 맛있는 음식에 의해 동일하게 자극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독성 약물과 마찬가지로 매우 맛있는 음식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시켜 쾌감을 느끼게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도파민이 분비되어 뇌의 보상 회로를 통해 쾌감을 경험하게 되면, 그 음식을 또 먹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이 욕구는 포만감을 넘어 계속 먹게 해서 마치 쇼핑 중독처럼 더 이상 먹을 필요가 없는데도 쾌감을 위해 계속 먹게 되고 비만과 만성질환까지 유발한다.

음식 중독이 의심된다면 강박적으로 과식하게 되는 가공식품이나 단 음식 대신 영양가 있고 열량이 낮은 음식으로 바꾸어 먹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를 사용하고, 감자칩 대신 강냉이를 먹으며,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페인 음료를 피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며, 음식은 항상 식탁에 앉아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먹도록 한다. 

건강한 음식 재료의 목록을 적어 장을 보고, 되도록 집에서 조리해 식사하며, 잠을 푹 자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음식 중독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병·의원을 찾아 영양 상담을 받거나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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