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국대 수익사업체 보증금은 ‘눈먼 돈’인가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2 10:00
  • 호수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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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클래식500 이어 충주병원 상가 보증금도 무단 사용 의혹
건국대 “교육용 기본재산이기에 심의 불필요”

학교 수익사업체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교육 당국과의 협의 없이 반출해 물의를 일으킨 학교법인 건국대가 이번엔 또 다른 수익사업체인 건국대 충주병원의 상가 임대보증금을 무단으로 빼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앞서 언급한 더클래식500 임대보증금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와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충주병원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시점은 2016~17년경으로 추정된다. 건국대 충주병원의 2019년 결산서에 따르면, 이 병원에는 GS25 편의점, 던킨도너츠 등의 임대보증금으로 총 47억3000만원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 돈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이 임의로 썼다는 것이다.

상가 임대보증금 전용 논란에 휩싸인 건국대학교 충주병원ⓒ건국대학교충주병원 노동조합 제공
상가 임대보증금 전용 논란에 휩싸인 건국대학교 충주병원ⓒ건국대학교충주병원 노동조합 제공

더클래식500 돈 무단 반출로 이사장 중징계

보건의료노조 건국대충주병원지부 등은 이를 근거로 건국대 충주병원이 현 사립학교법을 정면으로 어겼다고 주장한다. 현 사립학교법 제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 1항에는 ‘학교법인이 그 기본재산에 대하여 매도·증여·교환·용도변경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려는 경우 또는 의무를 부담하거나 권리를 포기하려는 경우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사립학교법 제5조에 따르면 학교법인의 재산은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기본재산은 다시 교육용 기본재산과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나뉜다. 충주병원의 상가 임대보증금은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한 뒤 보증금 반환 목적으로만 써야 한다.

이번 사건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를 위해 서울캠퍼스 바로 앞 더클래식500의 입주보증금에 손을 댄 사건의 판박이다. 관련 사실은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명단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확인됐다. 건국대는 산하 수익사업체 더클래식500의 입주보증금 중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26일 교육부를 상대로 한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사실 여부를 묻는 교육위원들의 질의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한 것과 관련해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위반을 확인하고 처분심사위를 진행하는 등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부터 한 달 뒤 교육부는 옵티머스 펀드 투자가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당 △더클래식500(건국대 수익사업체)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운영 등을 초래했다면서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에 대해 임원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건국대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말 교육부 손을 들어줬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건국대가 현행법을 어겨가며 기본재산에 손을 댄 것은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다. 참고로 현 유자은 이사장의 모친인 김경희 전 이사장의 경우 2017년 4월 대법원이 횡령·배임 혐의에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이사장직에서 해임된 바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에 대해 건국대 주변에선 건국대 충주병원의 방만한 경영을 원인으로 꼽는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이미 심각한 경영난에 휩싸여 있다. 자본금 230억원은 진작 바닥났다. 3년 전부터는 자본잠식에 들어가 2019년 말 부채총액은 496억원이다. 누적적자만 332억원이며 부채비율은 128%에 달한다.

최근 결산연도인 2019년에도 충주병원은 47억7800만원, 2018년에는 47억5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도 결산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양승준 보건의료노조 건국대충주병원지부 지부장은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 중 병상이 300여 개인 곳은 충주병원밖에 없다”면서 “재단이 약속대로 병원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운영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상가 임대보증금도 그래서 빼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다 보니 교육부의 관리 부실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건국대충주병원지부가 교육부에 관련 조사를 요청했고, 교육 당국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병원 관계자는 “교육부가 재단을 통해 10년에 걸쳐 보증금을 채워넣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국대충주병원지부와 일부 동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동문회 관계자는 “이 문제를 교육부에 제기했는데, 교육부에서 아직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돈을 10년에 걸쳐 채워넣는 것보다 애초부터 왜 이 돈에 손을 댔는지부터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교육부의 관리 부실은 2017년 감사원 감사(교육부 기관운영 감사)에서도 지적됐었다. 당시 감사원은 “교육부가 학교법인으로부터 수익용 기본재산 보유현황을 보고받았을 뿐,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고, 임대보증금 임의 사용 여부를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5월15일 이사장에 취임한 유자은 이사장ⓒ뉴시스
2017년 5월15일 이사장에 취임한 유자은 이사장ⓒ뉴시스

보증금 바닥나자 건보 지원금으로 대체 의혹

2016년 감사원 조사에서 건국대는 7566억6000만원의 임대보증금 중 7071억6000만원을 금융기관에 예치하지 않았다. 또 392억8500만원의 수익용 기본재산 임대보증금을 임의로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상가 임대보증금 외에도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지급한 선지급금마저 무단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통상 병원들은 청구된 진료비를 한 달에 한 번씩 결산해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청구해 돈을 정산한다. 그런데 지난해 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대형병원들이 운영난을 호소하자 공단은 6개월 치를 선지급했다. 건국대충주병원지부에 따르면, 이런 목적으로 지급된 돈이 30여억원이다.

올 4월 병원 내 편의점 GS25(GS리테일)의 점포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면서 임대보증금을 돌려줘야 했는데 보증금이 없어 공단의 지급금을 썼다는 것이다. 2019년 결산보고서에 나와 있는 GS25 임대보증금은 21억8000만원이다. 양승준 지부장은 “병원 운영에 쓰라고 준 돈은 정작 다른 용도로 써,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으로 정작 직원들의 임금이 체불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주병원 관계자는 “점포 임대료도 큰 틀에서 보면 운영자금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상가 임대보증금 전용 문제가 건강보험관리공단 선지급금 문제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건국대 재단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2020년 결산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GS25 편의점 보증금이 빠졌기에 결산보고서에 기록된 임대보증금은 25억5000만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해 건국대는 “학교 부속 대학병원 시설은 교육용 기본재산이기에 수익용 기본재산처럼 교육부 사전 승인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교육부가 별도로 관리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해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용, 수익용을 떠나서 기본재산은 교육부 승인을 받는 게 맞다”면서 “이 부분에서 건대가 잘못한 부분은 분명 있다”고 밝혔다.

[정정 및 반론보도] ‘건국대 수익사업체 보증금은 ‘눈먼 돈’인가’ 관련

본지는 지난 6월2일  「[단독] 건국대 수익사업체 보증금은 ‘눈먼 돈’인가」  제하의 기사에서 △건국대가 사립학교법을 위반해 기본재산을 무단으로 반출했고 △교육부가 유자은 현 이사장에 대해 임원승인취소처분을 내렸으며 △건국대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행정법원에서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유자은 이사장은 임대보증금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에 대하여 임대보증금은 기본재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하여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교육부로부터 임원승인취소처분을 받은 적도 없으며, △건국대와 교육부의 행정소송은 현재 진행 중으로 행정법원에서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학교법인 건국대학교는 충주병원 임대보증금 사용에 대해서도 임대보증금은 기본재산이 아니므로 사립학교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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