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자라면 한 번쯤은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0 10: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실에 복무하다-리영희 평전》ㅣ권태선 지음ㅣ창비 펴냄ㅣ476쪽ㅣ25,000원

평전(評傳)은 특정인의 삶과 철학에 대해 제 3자가 평가를 더해 서술한 전기(傳記)다. ‘자서전’(自敍傳)은 특정인이 스스로 자신의 일생에 대해 쓴 글이다. ‘회고록’(回顧錄)은 특정인이 자신의 특별한 과거 일을 돌이켜 생각해 적은 글이다. 낮은 문맹률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어도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이 낮아 소통에 충돌이 자주 생기는 탓에 굳이 밝혔다.

가장 최근에 회고록을 자서전으로 오해한 기사를 쓴 기자 때문에 한 차례 웃는 촌극이 있었고, 선생과 학생이 금일(今日)을 오늘과 금요일로 서로 달리 해석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제 3자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존칭 ‘당신’을 젊은 국회의원이 상대방을 얕잡아 보는 호칭으로 오해해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었다. ‘사흘’이 3일인지 4일인지 논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최재붕의 《포노 사피엔스》에 따르면, 이런 일들은 탐색보다 검색 일색인 스마트폰 신인류 시대 세대차이로 점점 더 증가할 것이므로 교정보다 적응이 더 빠른 해법일 수도 있다.

현재 소위 1인 미디어부터 메이저 언론사까지 한국의 기자들은 그 숫자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들 중 ‘리영희 선생’과 그의 저서 《전환시대의 논리》 《8억인과의 대화》 《우상과 이성》《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 대해 좀 아는 기자라면 아마도 고참 기자나 간부급 기자일 것이다. 젊은 기자들은 1960~80년대 군부독재정권 역사와 시대적 거리가 먼 관계로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리영희 선생’은 박정희,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 정면으로 대항했던 기자, 학자, 지식인이었다. 그는 합동통신, 조선일보 기자와 한양대학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동서냉전, 남북분단, 군부독재의 불합리한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다 투옥과 강제해직을 반복적으로 당했다. ‘이론 없는 실천은 맹목이고, 실천 없는 이론은 허무하다’는 표어가 저항적 지식인들의 얼어붙은 머리를 내려쳤던 당시 리영희 선생은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이었다. 그는 서울 태평로에서 광화문을 내다보는 대신 저 높은 미네르바의 어깨에 앉아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를 내려다보았다.

요즘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걱정들이 많다. 얼마나 많은지 기자와 쓰레기를 조합한 ‘기레기’가 보통명사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전적 대우가 좋은 직장을 원하는 것은 그들 역시 당연하다. 다만, 제조업이나 서비스업과 달리 언론(言論)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입법, 사법, 행정에 이은 제 4부라 하고, 기자를 민중의 목탁, 민중의 지팡이, 민중의 등불이라 하는 것은 공동체의 평화, 행복과 나라의 발전에 그들이 지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레기’라는 치욕스런 조어가 보통명사로 굳어진다면 이는 후손과 나라의 미래에 짙은 어둠을 드리우는 것이다. 그러니 젊은 기자들이여! 당신들의 대선배 기자이자 당신들 선배 기자들의 스승이었던 ‘리영희 선생’에 대해 오늘 좀 탐색해 볼 생각은 없는가? ‘진실에 복무하라’는 거창한 요구까지는 하지 않을 테니까.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