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가족 축제, 별 이야기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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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 이야기》ㅣ김평호 지음ㅣ삼인 펴냄ㅣ207쪽ㅣ1만5000원

《밤하늘의 별 이야기》는 얼마 전 소개했던 《빛의 핵심》(고재현. 사이언스북스. 2021)과 직·간접으로 연결되는 과학 교양서다. 과학교양서가 눈에 잘 띄는 것은 순전히 거리 두기와 ‘집콕’을 강요하는 코로나19 때문이다. 과학서라 하면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때문에 일상이 머리 아픈데 과학자에게나 필요한 책을…’이라 반문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지적 호기심 충족과 인식지평 확대, 영감 획득에 과학 교양서 만한 책도 없다. 지금까지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가장 자주 추천해온 것도 이런 이유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별 이야기는 은하수(銀河水), 우리말 이름으로 미리내다. 칠월칠석이면 까마귀와 까치가 여기에 오작교(烏鵲橋)를 놓아 견우와 직녀 별이 만나게 해준다. 서양에서 은하수는 밀키웨이(milky way)다. 여신 헤라가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먹이려는데 헤라클레스가 너무 세게 젖을 빨아 아픈 나머지 확 밀쳐낸 순간 헤라의 젖이 하늘에 뿜어져 별의 띠가 되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별의 숫자를 비교하자면 여름이 겨울을 압도한다. 여름에는 지구의 위치가 태양을 기준으로 은하수 안쪽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마철 등 잦은 구름과 빛의 직진을 방해하는 습한 공기로 인해 은하수를 제대로 다 보기 어렵다. 반면 겨울에는 지구가 은하수 외곽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게 된다. 보이는 별의 숫자는 작지만 대신 밝은 일등성들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기에 찬란하기로는 여름의 별들이 따라올 수 없다. 이는 수분(물방울)이 적어 건조한 겨울 공기 탓에 빛의 산란이나 굴절이 없어 하늘이 더욱 투명하고 맑고 푸르기 때문이다.

움직임 없이 한 곳에 머무르는 북극성과 남십자성은 각각 북반구와 남반구 여행자의 이정표다. 콜럼버스가 상징하는 대항해 시대는 세계교역의 중심을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이동시켰다. 이때 동인도회사, 서인도회사를 내세운 네덜란드가 급부상했는데 그 배경에 무역업자 플란시우스가 있었다. 그가 천문학자와 탐험선을 적도 남쪽 바다에 띄워 남십자성, 마젤란성운 등 밝게 빛나는 128개의 남반구 밤하늘 별자리 지도를 그렸다. 당시 교역의 핵심은 남반구의 향신료였는데 이 별자리 지도 없이 북반구 선원들이 남반구를 항해하는 것은 눈을 감고 사막을 걷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로마 이래 별자리 지식은 제국의 기초였던 것이다.

바야흐로 한여름 밤의 집콕 시대, 별이 빛나는 밤에 가족들과 나누는 별 이야기는 몇 날 며칠로는 어림도 없다. 별은 문학, 예술, 역사, 과학과 신화, 상상이 넘치는 콘텐츠 보고요, 저 광활한 우주로 통하는 징검다리다. 신(神)에게 이르는 구원의 실마리다.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윤극영 동요 ‘반달’, 수많은 가객들이 불렀던 별의 노래들이 흐르는 한여름 밤의 가족 축제, 별 이야기. 멋지지 아니한가!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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