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강제집행 절차 개시
법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된 일본 정부에 한국 내 재산 목록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1단독(남성우 판사)은 배춘희 할머니 유족 등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재산명시 신청을 지난 9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사건의 강제집행은 적법하다”며 “강제집행 실시 후 발생할 수 있는 대일관계 악화, 경제보복 등은 외교권을 관할하는 행정부의 고유 영역”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외교적 판단이 아닌 법리만을 고려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에 대한 강제집행에 국가면제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권국가는 다른 국가의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이 원칙은 위안부 관련 사건에서 중요 쟁점으로 꼽혀왔다. 재판부는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게 오히려 국가 간 우호관계를 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 대한 국가면제 원칙 적용 여부는 법원에서 여러 번 뒤집혔다. 지난 1월 본안소송을 심리한 재판부와 재산명시 결정을 내린 남 판사는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3월에는 국가면제가 적용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소송 비용을 일본으로부터 추심할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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