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여론조사] ‘중원의 법칙’은 통할까…윤석열 49.7% 이재명 38.8%
  • 김종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8 10:00
  • 호수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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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원씨앤아이, 충청 지역 여론조사] “충청이 밀면 대선 승리”
‘5060+男’은 윤석열, ‘3040’은 이재명 지지…20대는 ‘초접전’

“충청 표심? 몰러유~.” 이 짧은 한마디에 선거판이 요동친다. 충청 지역은 주요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1987년 열린 13대 대선 때부터 충청은 항상 승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표심을 보여왔다.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다. 충북·충남·대전·세종으로 이뤄진 충청 표심이 힘을 실어준 대선후보는 결과적으로 늘 대권을 차지했다. 뒤집어보면 충청 표심을 잡으면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얘기가 된다. 또 특정 정당에 무조건 힘을 실어주지 않고, 정당보다는 인물을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충청을 흔히 ‘중원(中原)’이라고 하는데, 충청의 표심은 대한민국 민심의 ‘중도’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할 만하다.

충청 민심은 그저 ‘충청 출신’이라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역사가 증명한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대세’로 평가받았던 충청 출신의 이회창 후보는 타 지역 출신인 김대중·노무현 후보에게 연달아 패한다. 그것도 충청권에서의 열세가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해 더 뼈아팠다. 이회창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전국적으로 상대방보다 각각 약 39만 표, 57만 표가 부족해서 졌는데, 충청에서의 표차가 각각 40만 표와 36만 표였다. 충청 민심이 호남 출신의 김대중, 영남 출신의 노무현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패배한 셈이다. 지역과 확실한 정서적 일체감이 없으면, 확실한 지역 맞춤형 공약이 없으면 표를 주지 않는 철저한 실용주의 표심이 바로 ‘충청 민심’인 것이다. 

ⓒ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호남 유권자 수 추월한 충청 유권자

이런 이유로 유력 대선주자들은 대선 때마다 충청 표심에 구애할 확실한 ‘메가 공약’을 제시해 왔다. 혹은 지역과 확실한 정서적 일체감이 있는 ‘충청 후보’와의 연합을 구성하려 노력했다. 후자 모델의 대표 주자가 바로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DJ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 연대한 ‘DJP 연합’으로 1997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DJP 연합 이후 충청의 유력한 정치인은 대권을 노리는 영·호남 출신 대선주자들의 구애 대상이 됐다. 맞춤형 공약 모델로 충청 민심을 사로잡은 대표 인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세종시)이라는 균형발전 공약으로 충청 표심을 끌어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종시 이전의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을 때 세종시 원안 지지 카드로 충청 표심을 확보했다.

최근 들어 충청 표심은 ‘유권자 수’ 측면에서 더 중요해졌다. 지난 총선 기준 충청권의 인구수는 555만 명을 기록해 호남권의 515만 명을 추월했다. 인구수 크기로만 보면 호남보다 충청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 된 것이다. 

‘충청 대망론’은 역사의 아이러니에서 출발한다. 충청권은 아직 지역 출신의 국가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충청의 한(恨)’이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충청 대망론’은 2022년 대선판에도 다시 호출되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다시 한번 ‘충청 대망론’이라는 바람을 충청권에 불러오고 있다.(윤 전 총장은 서울 출생이지만, 부친 윤기중씨의 고향이 충남 논산이고 파평 윤씨 집성촌도 논산·공주에 형성돼 있다.) ‘충청 대망론’이라는 바람은 내년 대선에서 돌풍이 되어 전국을 강타할 수 있을까. 물론 지역보다는 세대와 젠더 변수 등이 최근 선거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일수록 고향, 특히 부모 세대의 출신 지역과의 정서적 일체감은 희미하다. 그럼에도 상당수 전문가는 내년 대선에서 ‘지역 변수’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시사저널은 충청의 민심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충청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충청 민심을 살펴봤다. 충청은 과연 지금 어느 대선주자를 밀고 있을까. 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충청 표심이 손을 들어준 대선주자는 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중원의 법칙’은 과연 내년에도 지속될까. 아직 알 수 없다. 충청 표심을 읽어내기란 정말 어렵다.  

충청 20대층이 승부 결정지을 스윙보터

여권의 최종 후보로는 이재명 경기지사, 야권의 후보로는 윤 전 총장이 나설 것으로 가정해 조사를 했는데, 결과는 윤 전 총장이 과반에 육박하는 49.7%를 얻어 38.8%에 그친 이 지사를 따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자릿수(10.9%포인트)의 격차로 오차 범위 밖의 차이다. 현재 기준으로 충청 민심은 윤 전 총장에게 기울어져 있는 셈이다. 기타는 3.1%였다. 없음과 잘 모름은 각각 5.3%, 3.1%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윤 전 총장은 5060세대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 지사는 3040세대에서 윤 전 총장을 따돌렸다. 50대와 60대 이상의 윤 전 총장 지지도는 각각 53.1%와 70.7%를 기록했다. 전 세대를 통틀어 이렇게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주는 것은 60대 이상이 유일했다. 이 지사에 대한 50대와 60대 지지도는 40.2%와 23.2%에 그쳤다. 60대 이상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무려 47.5%포인트에 달한다. 반면 이 지사는 3040세대에서 선전했다. 각각 49.0%와 56.5%를 얻어 38.1%와 35.8%에 그친 윤 전 총장을 적잖은 차이로 추월했다. 40대에서 두 후보의 지지도 차이는 20%포인트가 넘는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20대층(18~29세)에서 나타났다. 윤 전 총장과 이 지사는 각각 35.2%와 35.8%를 얻어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두 후보 대신 ‘없음’과 ‘잘 모름’ 항목을 찍은 20대는 각각 13.0%와 8.4%였다. 합치면 20%가 넘는다. 이 두 선택지의 응답률이 20%를 넘은 세대는 20대가 유일하다. 두 선택지의 합이 10.0%인 30대의 두 배가 넘는다. 20대는 ‘기타’도 7.7%를 꼽았는데, 이 항목까지 포함하면 거의 30%에 해당하는 유권자가 아직 두 후보로 마음을 바꿀 여지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20대가 충청권 승부를 결정지을 스윙보터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윤 전 총장이 승기를 굳히려면, 또는 이 지사가 추월하려면 20대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성별의 차이는 남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은 남성에서 56.0%의 지지를 얻어 36.3%에 그친 이 지사를 20%포인트 정도 격차로 앞질렀다. 반면 두 후보는 여성에서 각각 43.3%, 41.3%를 얻어 백중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전 지역에서 윤 전 총장이 이 지사보다 우위에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세종시(54.1%)와 충남(51.2%)에서 윤 전 총장은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 지사는 충북·충남·대전·세종 모두에서 30%대 지지를 얻었다. 

그렇다면 같은 충청 출신끼리의 가상 대결 결과는 어땠을까. 바로 ‘윤석열 대 양승조’의 대결 구도다. 여권의 대표로 이 지사 대신 양승조 충남지사를 대입해 봤다. 양 지사는 최근 대선 출마선언을 하고 ‘주 4일 근무제’와 ‘노인행복부 신설’ 등 다양한 정책 공약을 제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권 후보 누가 나서도 현재로선 尹 기세에 밀려  

결과는 윤 전 총장이 50.9%를 얻어 26.1%에 그친 양 지사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은 대부분의 지역·연령·성별에서 양 지사를 앞섰다. 특히 60세 이상에서 윤 전 총장은 71.9%를 얻어 17.3%에 그친 양 지사와 54%포인트 이상 격차를 기록했다. 양 지사는 20대에서 36.7%를 얻어 35.2%에 머무른 윤 전 총장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두 후보는 40대에서도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충청권 유권자들은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윤석열 전 총장을 전체 1위로 꼽았다. 39.3%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2위는 이재명 지사로 24.4%를 얻었다. 이낙연 전 총리(9.5%), 홍준표 무소속 의원(4.2%) 등이 뒤를 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3.4%), 정세균 전 총리(3.4%),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3%), 양승조 지사(3.2%), 유승민 전 의원(3.0%) 등은 3%대 지지도를 보였다. 

2017년 대선부터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세 차례의 전국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던 충청 민심이 최근 들어 야권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이 드러난 셈이다. 여당 후보인 이 지사, 이 전 총리, 정 전 총리, 양 지사 등 그 누가 나서도 현재로선 윤 전 총장의 기세에 크게 밀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32.9%를 얻어 이낙연 전 총리(11.9%)와 정세균 전 총리(6.5%), 양승조 지사(6.2%), 박용진 의원(5.4%) 등을 따돌리는 모습이었다. ‘야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는 윤 전 총장이 40.9%를 얻어 심상정 의원(11.1%), 홍준표 의원(9.1%), 유승민 의원(6.3%), 안철수 대표(5.5%) 등을 크게 앞질렀다. 

 

‘충청 대망론’ 실체 전문가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은 ‘충청 대망론’의 실체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역주의가 아직도 투표 결과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임을 부정할 수 없다”며 “충청 유권자들이 ‘윤석열이라는 그릇’을 통해 충청 대망론이라는 목표를 위해 전략적 투표를 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대선후보 입장에서도 강력한 지역 기반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대선후보와 유권자 모두 합리적 의사선택에 기반한 충청 대망론이 가능한 시점”이라고 봤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역시 “충청은 상대적으로 수도권은 물론 영·호남에 비해 소외됐다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며 “일종의 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충청 지역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과 공약이 뒷받침만 된다면 지역 기반 투표를 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했다.

반면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지역 기반 투표보다는 세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번 4월 보궐선거에서 잘 나타났듯 내년 대선에서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은 세대 변수”라면서 “지역 변수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전국적으로 2030세대들이 원하는 민생 이슈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도 “내년 대선은 과거 같은 지역 연고가 중심이 되는 선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세대교체와 정치교체, 공정과 같은 담론들이 경제·민생 이슈와 맞물리면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지역 연고로 무조건 우리 지역 출신의 후보를 뽑겠다는 흐름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6월12~14일 3일간 충청권(대전·세종·충북·충남)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4명에게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에 95% 신뢰수준이다. 유선 RDD 및 무선 통신사 제공 가상번호를 활용했다(무선 953명, 유선 51명). 응답률은 3.0%다. 총 3만3904명 통화를 시도해 1004명이 응답을 완료했다. 표집방법은 2021년 5월말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라 성별, 연령별, 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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