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비밀주의', 북한 해킹 피해 확산시켜”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1.06.18 07:30
  • 호수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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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국정원 정보 공개 확대' 법안 발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정보·국방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었다. ‘국가 방위’ ‘안보’라는 이름으로 세세한 정보 하나하나까지 통제되고 있는 정보위에서 야당 간사를 맡으며 안보·정보기관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북한군에 의해 사망한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우리 국민이 북한으로 넘어가고 4일 지나도록 정보위 야당 책임 의원에게 보고 한마디 없다”며 “국정원은 예산만 축내는 곳인가”라고 질타한 사람이 바로 하 의원이다. 최근 하 의원은 국정원의 정보 공개를 확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 중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 의원을 6월15일 국회 의원실에서 만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권 초반 북한과 대화 국면일 때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사이버 테러 위협을 쉬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특히,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급등세였던 지난 1년간 보안이 취약한 거래소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사이버 테러가 발생했는데 북한으로 추정되는 공격도 다수 보고됐다. 안보 차원뿐만 아니라 국민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북한의 사이버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한 국가적인 대책과 논의가 필요하다.”

2018~19년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뒤에서는 전면적인 해킹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미 국방수권법에도 사이버 안보에 대한 강력한 대책들이 담겼다. 이를테면 화웨이 등 중국 5G 통신기술을 사용하는 주요 군사 장비를 배치하는 것을 재고하는 조항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사이버 테러는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케 할 것이며, 이는 남·북 혹은 북·미, 남·북·미 관계에 충분히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안보 비밀주의’가 오히려 북한의 사이버 테러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낮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북한의 해킹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는데도 실제 어떻게 해킹해서 어떤 정보를 탈취하는지 공공기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사이버 테러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국가정보원이 아무런 정보도 내놓지 않고 있어 피해를 오히려 확산시키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18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국정원이 사이버 안보를 위협하는 각종 공격 및 위협 행위와 수법을 식별할 수 있는 지표 개발 △사이버 안보 위협지표 및 사이버 안보 위협방어조치 사항을 매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 공개 의무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16년 국방부 해킹 사건, 2020년 태영호 공사 해킹 사건 등 북한의 해킹 사건이 보도된 경우가 있었다. 정보위 활동 중 이런 유형의 사건을 접한 적이 있는지.

“지난 2월, 언론에서 북한의 제약회사 해킹 문제가 보도됐다. 당시 정보위 위원으로서 북한의 코로나19 백신 및 원천기술 탈취 시도 등 사이버 침해의 위험성을 논의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러한 내용 발표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고, 공방전으로 변질됐다. ‘북한의 구체적인 사이버 침해 사례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생각과 ‘어떠한 정보든 새지 못하게 한다’는 국정원의 생각이 실제로 맞부딪힌 현장이었다.”

북한의 해킹 공격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이버 테러를 감행하는 해커를 색출해 처벌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예방을 해야 한다. 그러한 예방을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 스스로가 자각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우선 국가정보원이 독점하고 있는 북한 해킹 실태에 대한 정보를 깨끗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북한의 해킹 세력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 가운데 하나는 공공기관을 사칭해 접근하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은 공공기관과 업무적으로 자주 접촉할 일이 없으니 피해가 적을 수도 있지만, 심각한 문제는 공무원 등 공공기관 직원들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이나 관계기관과 메일로 소통할 텐데, 북한은 하루에도 몇 개씩 공공기관을 사칭해 피싱 메일을 보내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이라도 파일을 열게 되면 우리의 국가기밀이 통째로 넘어갈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아닌지 걱정된다.”

국가가 사이버 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저가입찰’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오히려  국가적 대응 역량이 약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중국산 감시장비 관련 군납비리 의혹을 파헤쳤다. 이로 인해 육군본부가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이러한 군납비리가 발생한 배경에 저가입찰 제도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최저가 입찰제로 납품업체의 적정 마진율까지 잠식시켜 버리니, 차라리 값싼 중국산을 몰래 들여와 비리를 저지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최저가 입찰제는 국가 예산의 경제적·효율적 운용에 필요한 제도지만, 국가 대사를 결정하는 외교·안보 분야의 보안사업만큼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국방부가 ‘중국산 감시장비 군납비리’ 관련 감시장비 운용 실태를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는데, 이때 최저가 입찰제의 문제점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주문할 생각이다.”

트럼프 정부 시기 대북 정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원맨쇼’에 좌우됐다. 이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는데.

“다행히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동맹이 정상화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대북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북핵 문제는 결국 단계적 비핵화 외에는 해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미 양국도 그렇게 의견을 모아갈 것으로 전망한다. 또 대북 정책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인권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정상국가화’가 좀 더 면밀히 고민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좀 더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바이든 정부와 북한의 정상국가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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