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은 사이비 행복이다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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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ㅣ김태형 지음ㅣ갈매나무 펴냄ㅣ292쪽ㅣ16,000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금언이 있다. 아프리카 인디언 속담이라고 저변에 알려졌는데 사실 확인 없이 그러려니 한다. 심리학자 김태형의 《가짜 행복 권하는 사회》의 주제는 ‘진짜 행복으로 멀리 가려면 공동체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시원이 아프리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유구한 인류학적 지혜가 축적된 금언이라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리라.

‘진짜 행복’ 이야기를 하자니 안타깝지만 오래 전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을 소환하게 된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화두로 국민 행복 전도사 역할을 했던 분의 갑작스런 비보는 국민들에게 진짜 행복의 실체에 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짐으로써 혼란에 빠지게 했던 것이다.

심리학자 김태형에 따르면, 소확행은 한국사회가 권하는 가짜 행복론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삶에서 행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소소하더라도 쉽고 확실한 쾌락만을 좇는 것은 현실의 문제를 포기하고 외면하자는 말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과 연대하고 공동체와 사회를 생각하는 진짜 행복론이다. 전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책임 아래 자신의 삶을 알아서 꾸려 나가는 각자도생은 돈이면 다 되는 물질만능사회,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승자독식사회를 당연시하되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에는 매우 인색한 사회를 만드는 문제를 낳는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신라 원효 대사의 가르침이다. 대사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당나라로 가던 중 노숙을 하다 새벽에 목이 말라 맛있게 마셨던 물이 아침에 알고 보니 해골 바가지에 담긴 물인 것을 알고 배가 아파 구르다 깨달았다는 진리다. 그러나 문제는 대사가 마셨던 해골 바가지 물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것, 단지 정신승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그 뻔한 거짓말을 이제 그만 해야 한다.

대신 저자는 사회와 개인의 노력이 조화를 이루는 진짜 행복을 추구하자고 한다. 사회가 행복해야 개인도 행복한 법인데 무엇보다 불평등을 작게 함으로써 사회가 행복의 객관적 조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 역시 이를 기반으로 ‘인간적인 삶의 목적을 세우고, 사람다운 생활을 실현함으로써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는 행복의 본질’로 육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전한 사상문화와 창조 능력을 발전시키면서 즐거운 개인생활을 해야 한다. 행복의 개인적, 주관적 조건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게 아니라 소소한 행복이면 충분하다거나, 단지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주류 심리학이 제시하는 소확행 처방전을 따라도 되겠지만 그럴 경우 가급적 아이를 키우지 않는 것이 좋다. 기존의 행복 연구들에 따르면 자녀를 갖는 것이 대체로 행복수준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한국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과 연대해 즐거운 공동체를 만드는 진짜 행복’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인디언 속담이 있다. 바로 그런 마을이어야 개인의 행복도 가능하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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