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생각이 젊은 정치
  • 김재태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6.28 08:00
  • 호수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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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내는 데 가장 좋은 무기는 콘텐츠다. 가수라면 어떤 선곡을 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크게 갈릴 수 있디. 회사 회식 자리에서도 그렇다. 가창 순서가 됐을 때 눈치 없이 ‘흘러간 옛 노래’를 꺼내들면 환영받기는커녕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대신 ‘요즘 뜨는’ 레퍼토리를 선보이면 조금 미숙하더라도 호응을 얻는 데 성공할 수 있다.

정치라고 다를 것이 없다. 새로운 선곡 없이 ‘올드 레퍼토리’만 줄기차게 반복하는 정치인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가뜩이나 오래 보아 식상한 이미지에 콘텐츠까지 예전 그대로라면 관심이 쏠릴 리 없다. 신곡이 없다면 자주 부르던 노래라도 ‘영혼을 끌어모아’ 이른바 소울 넘치게 열창을 하면 모를까, 콘텐츠의 고루함은 대중의 불쾌감만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올드 레퍼토리에 더 익숙한, 연차 높으신 기성 정치인이 발 디딘 정치권은 ‘기울어진 무대’일 수밖에 없다. 지금 그 무대에 젊음이 거세게 불어 닥쳤다.

6월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취임이 불러온 정치권의 새 바람은 여러 면에서 우리 사회에 변화를 자극하고 있다. 다급해진 여권에서는 25세 젊은 대학생을 청와대 비서관에 앉히기까지 했다. 기자나 정치평론가들의 언어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비슷비슷한 표현으로 장식되던 글들이 바뀌면서 모처럼 활기가 엿보인다. 기존에 쓰던 진부한 말 대신 결이 다른 수식어가 나오고, 결이 다른 논평이 쏟아진다.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빅데이터상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이준석 대표 취임을 전후해 검색 연관어에서 ‘젊다’ ‘부럽다’와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이 빅데이터 키워드가 말해주는 것처럼 이준석 대표는 분명히 ‘젊다’. 그리고 그 젊다는 이미지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 정치인으로서 이준석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준석 대표가 젊음의 정치를 대표하거나 대변한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 현재 활발히 뛰고 있는 젊은 정치 지도자가 이준석 대표뿐인 것도 아니다. 이 대표 이전에 유일한 30대 원내정당 수장이었던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가 활동 중이고, 같은 당 용혜인 원내대표도 젊은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사이에는 다만 서로 어떤 크기의 마이크를 가졌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들이 가진 젊음은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이다. 하지만 젊음을 단순한 연령대의 이미지로 바라보는 것은 편협한 시선이다. 그것은 신체적 노화 정도가 아닌 생각의 노화 정도로 이해돼야 옳다. 아무리 젊은 나이라 해도 구태에 젖은 정치인들과 생각이 비슷하다면 젊은 정치인이 될 수 없다. 기성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기득권에 매달려 전전긍긍하지 않고 새로운 발상의 행보를 보이는 정치인은 아무리 고령이라도 젊은 정치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이준석 돌풍’에 지레 겁을 먹은 채 우물쭈물한다면 스스로 늙었음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정치 연차가 높은 정치인, 특히 대선 주자들도 걱정하지 마시라. 생각이 젊은 정치에 ‘기울어진 정치 무대’는 없다. 나이나 기교가 문제가 아니라 생각이 문제다. 아무리 젊은 신인이 신곡을 노래할지라도 소울 없이 생목으로만 부르면 감동을 주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 시대에 맞게 유연한 생각을 펼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젊은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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