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예약 대란부터 접종 연기까지…흔들리는 K방역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7.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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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혼선에 불만 터져나와…백신 접종 일정, 맞출 수 있을까
14일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제주도민 접종에 활용될 화이자 백신이 공군 수송기(C-130)에 적재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제주도민 접종에 활용될 화이자 백신이 공군 수송기(C-130)에 적재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예약 시스템마저 매끄럽게 운영되지 못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백신 수급도 불안정해 접종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예정된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백신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16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50~54세(1967~1971년 출생) 39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모더나 백신 접종 사전예약은 이달 19일부터 나이순으로 순차적으로 분산해 진행한다. 구체적으로 53~54세(1967~1968년 출생자)는 19일 오후 8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 예약한다. 이어 50~52세(1969~1971년 출생자)는 20일 오후 8시부터 21일 오후 6시까지 예약이 가능하다. 21일 오후 8시부터 24일 오후 6시까진 50~54세 모두가 추가로 예약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산 예약은 앞서 12일과 14일에 열린 55~59세 접종 사전 예약 당시 수많은 혼선에서 비롯됐다. 방역 당국은 백신 예약 시스템 불안정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먼저 12일 예약 시작과 동시에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초반에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에 접속을 시작해도 흰색 바탕만 나오거나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접속되더라도 예약 시간이 수 시간, 대기인원은 수만 명으로 나타나 예약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전예약 시간 이전에 예약 처리된 사례도 발생했다. 14일 사전예약 개시 시간인 오후 8시 이전에 일부 사전예약이 ‘우회 접속’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대다수가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었지만, 특정 링크를 통해 우회 접속한 이들이 별 탈 없이 예약을 마친 것이다.

사전예약 때마다 접속 사이트가 마비되는 고질적인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예약 시간 이전 우회 접속까지 발생하자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방역당국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우회 접속을 통한 사전예약도 인정한다는 방침을 세워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 서울 서대문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부작용 관찰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서울 서대문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부작용 관찰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백신 부족한데 수급 일정 공개 안 해…접종 일정도 줄줄이 연기

한 때 잔여 백신 예약 시스템도 먹통이 됐다. 전날(15일) 카카오와 네이버 잔여 백신 확인·예약 시스템이 4시간가량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병원에 잔여 백신이 없는데 있다고 뜨고, 예약은 되지 않는 현상이 이어졌다. 젊은층들의 잔여 백신 예약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시스템 오류로 예약을 원하는 이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아울러 정부의 백신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달 국내에 들어온 백신 물량은 총 1000만 회 분이다. 하지만 16일 현재 국내에 실제 들어온 백신은 화이자 212만 7000회 분과 모더나 75만 회 분 등 총 288만 회 분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간 동안 800만 회 분이 들어와야 한다. 정부는 “7월 도입 예정인 백신 1000만 회 분은 전량 도입될 예정”이라고만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남은 2주 동안 들어올 백신 물량과 구체적인 시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백신 수급 불안으로 접종 일정도 줄줄이 연기되면서 스텝이 꼬인 상황이다. 50~54세 접종 일정은 당초 다음 달 9~21일이었으나 일주일 늦춰진 16~25일로 연기됐다. 40대 이하 접종은 8월에 시작되지만, 본격적인 접종은 9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때문에 20~30대 상당수는 두 달 이상 ‘백신공백’에 놓이게 됐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국민들은 실제 인천공항에 백신이 도착하기 전까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연이은 백신 공급 실책을 지적하며, 가시화된 성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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