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될 땐 안 하고, 안해야 될 땐 하는 K방역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08.09 10:00
  • 호수 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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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은혜 순천향대 의대 교수…”계속되는 방역 실기, 이젠 ‘개인적 거리 두기’ 전환할 때”

“강성 발언이 많을 수도 있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인터뷰를 요청하자 이은혜 순천향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가 꺼낸 첫마디였다. 이 교수는 7월15일 책 《코로나는 살아있다》를 펴냈다. 이 교수와 함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에 몸담고 있는 18명의 의대 교수가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책을 통해 코로나19에 관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창궐할 때부터 정부의 방역 난맥상을 신랄히 꼬집었다. 그는 2020년 4월 정교모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부가 전문가들의 권고를 무시하고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을 차단하지 않아 방역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8월4일 시사저널은 이 교수를 만나 당시 주장이 지금도 유효한지 물었다. 이 교수는 “여전히 그게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라며 “감염자의 입국을 막지 않은 게 이태원 클럽 사태를 불렀고, 결국 4차 대유행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저력의 국민 데리고 이 정도?…무능의 극치”

그는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은 국민들이 이룬 성과”라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마스크 열심히 쓰고 다닌 사람들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저력을 가진 국민들을 데리고 이 정도밖에 못 한다는 건 무능의 극치”라고 일침을 놓았다. 직접 들은 이 교수의 말은 책에 적어놓은 글보다 더 날이 서 있었다.

이 교수는 초반의 해외 감염자 차단 실패부터 시작해 정부가 줄곧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도 마찬가지 이유로 퍼졌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가 질병관리청의 정례 브리핑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초 국내 감염자 중 델타 변이가 검출된 사람의 비중은 미미했다. 반면 해외 유입자 대비 검출 비중은 40%에 달했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원천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격리 과정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와 관련해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7월29일 “델타 변이의 해외 유입 확진자가 급증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방역 대책의 실기(失期)가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해야 될 땐 안 하고, 안 해도 될 때는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그 예다. 이 교수는 “1차 대유행 때 거리 두기를 강화해 확진자 수를 줄였다면 좋았을 테지만, 이미 하루 확진자 1000명을 넘기며 4차 대유행을 맞은 지금은 아무리 거리 두기를 강화해도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리 두기를 통한 확진자 감소 전략보다 사망자 감소 전략에 집중하는 게 더 실효적”이라고 했다. 확진자와 사망자의 감염 경로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확진자는 주로 접촉이나 집단감염으로 발생하고 젊은 층의 비중이 높다. 반면 사망자는 고령층이 압도적으로 많고 요양·의료기관에서 발생한다. 이 둘을 비교하며 이 교수는 자신이 준비한 표를 재차 강조했다. 정부 공식 통계자료를 토대로 만들었다는 해당 표에는 지난해 11월말부터 올 8월초까지 서울시의 코로나19 주간 평균 신규 확진자·사망자 수가 나와 있었다. 표에 의하면, 올 1월 확진자는 100명대이고 사망자는 5명 안팎이었다. 이후 6월 들어 사망자는 1명 아래로 떨어졌는데 확진자는 500명 가까이 치솟았다. “이 같은 상대적 격차는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었다.

“거리 두기도, 백신 확보도 모두 늦었다”

“두 개의 법이 있다. A법을 적용하면 범죄자를 절대로 안 놓치지만, 무고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 B법은 범죄자를 몇 명 놓치더라도 무고한 사람이 누명을 쓰지 않게 된다. 둘 중 합리적인 법은 B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들에게 A를 요구하고 있다. 처음에는 몰랐으니 그랬다고 치자. 1년하고도 6개월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럴 건가.”

때를 놓친 건 거리 두기 정책만이 아니다. 백신 확보전도 마찬가지란 비판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정부가 백신의 국내 개발 계획을 세우면서 모든 게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봤다. 그는 “주식투자의 기본 원칙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인데, 정부는 백신 주권에 집착하면서 해외 백신 도입에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백신 접종 속도는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8월4일 기준 국내에서 백신을 2차까지 맞은 완전 접종률은 14.2%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14.8%)보다 낮다. 일본은 30.6%, 미국과 영국은 각각 49.3%, 56.8%를 기록 중이다.

그렇다고 백신 주권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 교수는 “정작 백신 개발을 위한 정부의 지원금은 새 모이 수준”이라고 비꼬았다. 정부가 작년에 이어 올해 백신 개발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누적 액수는 1177억원. 이에 반해 미국은 모더나 한 곳에만 지난해에 9억5500만 달러(약 1조900억원)를 쏟아부었다. 모더나를 포함한 기업 6곳에 지원한 백신 관련 예산은 20조원이 넘는다. 이 교수는 “권력층이 백신 주권을 핑계로 주식시장을 농락해 주머니를 채운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현재 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이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개인적 거리 두기로 전환해야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개개인의 방역과 위생을 강조하되, 행정명령을 통한 격리 조치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이 오히려 더 많은 사망자를 낳게 되진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일관성도, 실효성도 없는 보여주기식 거리 두기는 이제 그만두고 경제 살리기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백신 개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 교수는 “한국은 분명 백신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개 기업이 백신을 만들기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며 “재난지원금으로 수조원을 쓸 게 아니라 이를 제약업체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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