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 상승, 전 세계적인 추세다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5 14: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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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스웨덴·미국 등도 부동산 폭등으로 사회적 갈등…과거 시각으로 해법 찾아서는 곤란

세계적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주택 가격 상승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장비 회사인 ASML로 대표되는 첨단산업, 풍부한 석유와 가스, 고부가가치 농업, 그리고 잘 갖춰진 복지제도와 개방적 사회 분위기까지 갖춘 작지만 강한 나라다.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네덜란드지만 최근 주택 가격 상승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네덜란드의 주택 가격은 14.6%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년 사이 가장 높은 상승세로 기록되고 있다.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은 주택 보유자를 제외한 모두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 특히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네덜란드 주택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는 주택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약 33만 채의 주택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금융기관은 평가하고 있다. 2020년 발표된 주택시장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85만 채의 주택이 공급돼야 함을 정부 역시 인정하고 있다. 주택 수요는 인구 증가에 따라 확대되고 있지만 공급의 경우 각종 건축 규제, 건설 노동자 부족 등으로 인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주택 가격 상승을 노린 투자자들의 구입, 그리고 에어비앤비와 같이 임대수익을 노린 추가적인 주택 구매가 확산되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의 기성 주택 거래는 전월 대비 1.4%, 전년 동기 대비 22.9% 각각 늘어났다. 사진은 7월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지구의 한 주택 매각 안내 광고판ⓒEPA 연합

OECD 회원국 중 3곳만 주택 가격 하락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회주택 등 공공주택의 경우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이 15년으로 늘어나고 있다. 세입자 권리보호 역시 약화되면서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의 경우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을 위한 기존 주택 철거가 이어지면서 퇴거를 둘러싼 기존 거주자들과의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뒤늦게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주택담보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낮아진 금리는 더 많은 담보대출을 가능하게 해줬다. 이로 인해 주택 가격에 거품이 형성됐고, 네덜란드 금융 시스템은 스웨덴, 덴마크 등과 더불어 취약해지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장기 추세에 비해 현재의 가격은 약 14%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의 버블(거품)이 형성되고 있음을 암시해 주는 것이다.

주택 가격 상승은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부유한 국가 대부분에서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1분기 OECD 회원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30년 동안 최고 수준인 9.4%로 집계됐다. 회원국 가운데 2021년 1분기에 실질 주택 가격 하락은 3개국에서만 나타나고 있다. 이는 2000년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뤄진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는 이러한 흐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봉쇄가 지속되면서 더 넓은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이동과 활동의 제약으로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면서 주택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수요 증가는 공급 확대로 이어져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훼손은 공급 확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철강·목재 등 각종 자재 비용이 상승하고 있으며, 인건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은 선진국 대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국가별로 일부 차이는 존재한다. 유럽의 경우 수도를 비롯한 대도시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데 비해, 미국은 중소도시의 상승률이 대도시를 앞지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중위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유럽 각국은 기존의 주택 구매자에게 제공되던 각종 공제혜택 축소 및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주택 가격 버블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이자 납입금에 적용되는 소득공제 폐지를 검토 중이다. 이 경우 주택 가격이 최대 3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전면적인 금융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선뜻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6월 스웨덴 의회는 신축 아파트에 대한 임대료 통제 완화를 추진하던 스테판 노벤 총리를 투표를 통해 축출하면서 정치적 위기로 확대되기도 했다.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일시적 현상 아냐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은 단순한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과거부터 누적돼온 복합적 현상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제조업 쇠퇴와 IT 분야의 성장은 많은 곳에서 제조업 기반의 중소도시 쇠퇴와 대도시의 번성이라는 대조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과거에 비해 많아진 대학 졸업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음으로써 수준 높은 주택 구매를 원하지만 이러한 주택 공급은 어디에서나 부족하다.

대도시의 토지 부족은 과거와 같은 국가 및 공공부문 주도의 대규모 주택 공급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린벨트나 보호지역 활용을 통한 주택 공급 시도는 환경단체의 반대로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또한 자산 가격의 하락을 우려하는 기존 주택 소유주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각종 규제를 신설하거나 고수함으로써 주택 공급을 지연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에 부여됐던 주택 건설과 관련된 권한을 중앙정부로 이관하고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존 체제 전반을 뒤흔들어야 하는 결정은 쉽지 않다. 유동성 축소, 금리 인상 등의 조치 역시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뜻 추진되기 어렵다.

사회주택 등 공공주택의 확대는 최소한 안정적 주거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의 경우 지자체의 재정난으로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 보유하고 있던 공공주택을 매각했는데,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가 증가하는 현시점에서 과거와 같은 수준의 공공주택을 다시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주택을 둘러싼 갈등은 더 이상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복하게만 보이던 많은 국가가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동병상련의 묘한 감정을 불러오기도 한다. 세계 어딘가에는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를 이제는 버려야 한다. 자재와 임금 등 주택 건설에 필요한 요소의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의 하락은 불가능하다. 원칙과 당위가 아닌 현실적이며 유연한 접근을 통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수요에 부합하는 주택들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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