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유재석, 왕좌를 지키다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9 12: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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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 유재석
역사를 쓰는 BTS 2위…‘오스카 퀸’ 윤여정도 순위권

그의 영향력은 어디까지일까. 왕좌는 굳건했다. 올해도 방송·연예계의 가장 뜨거운 인물은 유재석이었다. 유재석은 올해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결과 64.1%의 압도적인 지목률로 1위를 지켰다. 《런닝맨》을 비롯해 《놀면 뭐하니?》 《유 퀴즈 온 더 블록》 《식스센스》 등 다양한 예능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유재석은, 자타가 공인하는 ‘유느님’이다.

ⓒ뉴시스

긴 무명 세월을 딛고 정상에 오른 그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방송·연예계에서 그는 ‘무한도전’의 역사를 썼다. 유재석을 간판 MC로 굳힌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라지만, 유재석은 《무한도전》을 비롯한 수많은 예능을 각 방송사의 간판 예능으로 끌어올렸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장장 563회에 걸쳐 인기를 누렸던 최장 예능 《무한도전》의 역사를, 이번에는 《런닝맨》으로 갈아치우며 달리고 있다. 1년 만에 폐지가 거론되던 프로그램을 최정상의, 최장의 예능 프로그램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그는 국민MC로서 유재석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본캐 아닌 ‘부캐’의 저력은 어떤가. ‘부캐 신드롬’이라는 예능 트렌드를 선도했던 그다. 트로트 가수 ‘유산슬’은 트로트 열풍의 중심에 섰다. 라면을 끓이는 ‘라섹’, 드럼을 치는 ‘유고스타’는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을 견인했고, 싹쓰리의 ‘유두래곤’은 《다시 여기 바닷가》로 음원시장을 정복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큰 자기’는 토크쇼의 위기까지 깼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신을 낮추는 그의 화법은 출연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유 퀴즈》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말이 아직도 통하는 사람. TV가 지고, 다양한 플랫폼이 미디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시대에도 유재석이라는 사람의 저력은 여전하다.

15년간 방송 3사 연예대상을 17회 수상한 역대 최다 대상 수상자.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 2회 수상. 가장 독보적인 영향력을 방송가에 행사할 수 있는 인물.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옵션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인격’이기에,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재난과 재해를 마주할 때마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기부로 나누는 유재석은,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1억원을, 수재민을 위해 1억원을 기부했다. 최근에는 결식아동과 취약계층 여성을 위해 5000만원을 내놓았다.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그 덕에, 후배들도 기부 릴레이에 합류하며 응원의 힘을 보탠다.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했을 때, 그는 지난 한 해 출연했던 프로그램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제작진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희극인이라는 직업처럼, 많은 분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진행자’ ‘MC’로 많이 불리지만 자신은 ‘개그맨’이라고 말하는 그의 자긍심은, 개그 프로그램이 사라진 뒤 고군분투하는 많은 개그맨 후배에게도 하나의 울림을 줬다. 최근 유재석은 유희열이 이끄는 안테나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확산해 나가려는 철학과 비전에 대한 양측의 공감대가 작용했다”고 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유희열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유재석은 새로운 둥지에서 또다시 무한한 도전을 시작한다.

방탄소년단(BTS)이 31.0%의 지목률로 뒤를 이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10주 연속 1위에 오르며 자신들의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운 BTS다. 《버터(Butter)》로 지켜오던 1위 자리를 자신들의 노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에 잠시 내줬고, 다시 《버터》가 1위를 탈환하면서 최장 기록을 썼다. 유례없는 바통 터치에, 모든 것이 기록이다. 한국 가수 최초로 ‘핫100’ 정상에 오른 《다이너마이트》를 시작으로 피처링에 참여한 《새비지 러브》 리믹스, 한국어 곡 《라이프 고스 온》, 《버터》, 《퍼미션 투 댄스》까지 정상을 찍었다. BTS는 계속 눈부신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어로 된 노래가 빌보드 차트 정상에 등극한 것도 빌보드 6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신서유기》와 《대탈출》 시리즈 등으로 또 다른 색깔의 진행을 보여준 강호동이 12.5%로 3위를 차지했다. 강호동은 채널S의 새 예능 프로그램 《위대한 집쿡 연구소》의 MC로 김준현과 호흡을 맞춘다.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들어올린 배우 윤여정이 8.4%의 지목률로 4위에 올랐다. 윤여정은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쇼핑몰 지그재그의 모델로도 활동하면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차기작은 애플TV플러스의 《파친코》. 현재 촬영 중인 이 드라마는 일제강점기 이후 부산 영도에서 오사카로 건너간 한국인 이민자들이 타지에서 겪는 역경을 담는다. 《맛남의 광장》을 통해 착한 소비를 이끌고, 《백종원 클라쓰》를 통해 한식의 기본기를 알리고 있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4.4%)가 5위다. MC 신동엽(4.0%), 탤런트 최불암(3.0%), 가수 임영웅(2.6%)이 그 뒤를 이었다.

‘2021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어떻게 선정됐나

시사저널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호부터 올해까지 32년째 이어지고 있다. 단일 주제로는 국내 언론 사상 최장기 기획이다. 이 조사는 우리나라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문화예술인·종교인 등 10개 분야에서 각 100명씩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매년 국내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조사는 6월18일부터 7월16일까지 진행됐으며, 조사방법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 여론조사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전문가 1000명은 남성이 703명, 여성이 297명이다. 연령별로는 30대 207명, 40대 305명, 50대 370명, 60대 이상 118명이 설문에 참가했다. 전문가 조사 특성상 40~50대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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