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사면권 논의 신중해야 [쓴소리 곧은 소리]
  •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헌법학회장) (ls@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3 13:00
  • 호수 1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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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제한으로 경영 복귀는 당분간 힘들 듯…사면 카드 있지만 국민적 합의 거쳐야

지난 8월9일 오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심사위원회를 거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 직후 재벌에 대한 ‘특혜 시비’와 함께 가석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가석방 결정 전에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과 함께 특별사면이 거론되기도 했다.

‘가석방’과 ‘특별사면’은 무엇이고, 양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가석방은 헌법이 아니라 형법에 규정된 제도다. 현행 형법 제72조는 제1항에서 ‘징역 또는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자가 그 행상이 양호하여 개전의 정이 현저한 때에는 무기에 있어서는 2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가석방 제도는 징역형 등 자유형을 집행받고 있는 자가 뉘우침이 현저하다고 인정되면 형기가 끝나기 전에 조건부로 수형자를 석방하고, 일정 기간을 경과하면 형의 집행을 종료한 것으로 간주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형 집행기간의 단축을 통해 징역형 등을 살아야 하는 수형자의 사회 복귀를 용이하게 하고, 이를 위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촉진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가석방은 피고인에게 형의 집행을 받지 않으면서 스스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법원이 선고하는 형벌의 일종인 ‘집행유예’와 목적은 같지만, 형을 선고한 법원과 상의할 필요 없이 법무부 장관의 행정처분에 의해 수형자를 석방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이에 비해 사면은 최고법인 헌법 제79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사법부에 의한 형 선고 효과 등을 소멸시키는 국가원수의 특권이다. 이 사면에는 ‘범죄의 종류’를 지정해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에 대해 형 선고 효과 등을 소멸시키는 ‘일반사면’과 범죄의 종류가 아니라 이미 형의 선고를 받은 ‘특정인’에 대해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특별사면’이 있다. ‘일반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데 반해 특별사면은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대통령이 행한다. 이재용 부회장 건은 특별사면과 관련이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 자 부회장이 2018년 2월5일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청와대 제공

가석방과 사면의 차이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석방과 사면은 큰 차이가 있다. 권한 행사의 주체 측면에서 사면은 대통령이,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이 가지고 있다. 근거 규정 측면에서도 사면은 헌법에 근거하고 가석방은 하위법률인 형법에 근거한다. 대상의 측면에서 보면 가석방은 징역이나 금고 등 자유형의 집행으로 구금돼 있는 자에 대해서만 인정되는 반면, 사면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포함한 모든 형사처벌 대상자를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효과 면에서도 사면은 형 선고를 받지 않은 효과를 발생시키지만, 가석방은 형기 만료 전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임시 석방하는 제도로, 형 자체가 면제되지 않고 구금 상태만 풀려나는 것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에 이재용 부회장에게 내려진 것과 같은 가석방 결정은 어떤 절차를 통해 이뤄질까.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가석방을 위해 우선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수형자 중 태도가 좋고 뉘우침이 뚜렷한 사람에 대해 전국 교정시설의 소장이 가석방심사위원회에 가석방 신청을 하면, 위원장인 법무부 차관을 포함한 9명의 가석방심사위원회가 동법 제121조 제2항이 규정한 ‘수형자의 나이, 범죄동기, 죄명, 형기, 교정성적, 건강상태, 가석방 후의 생계능력, 생활환경, 재범의 위험성, 그 밖에 필요한 사정’을 고려해 가석방의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 과반의 위원이 가석방 적격자로 찬성하면 법무부 장관에게 가석방 허가 신청을 하고,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 허가신청이 적정하다고 인정하면 가석방을 허가한다.

가석방 기간은 유기형에 있어서는 남은 형기이며, 가석방 기간 동안에는 보호관찰이 개시된다. 가석방 중 고의로 인한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는 가석방 처분은 효력을 잃게 되고 재수감된다. 즉, 가석방 기간 중에는 아직 형의 집행이 종료된 것이 아니며, 가석방 처분을 받은 후 그 처분이 실효되지 않고 가석방 기간을 경과한 때에 비로소 형의 집행이 종료한 것으로 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8월9일 가석방 결정을 내리면서 법무부는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국가적 경제상황’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21조 제2항이 열거한 사유들 중에 명확하게 해당하는 사유를 찾기 어려우니 ‘그 밖에 필요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논란은 가석방 결정의 형평성에 모아지고 있다. 모범수로 형기를 대부분 채운 사람도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형기의 약 60% 정도만 채웠고, 삼성물산 불법 승계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어 이 사건들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재수감돼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이를 ‘특혜’라고 비판하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법에 의하면 가석방을 받은 이재용 부회장이 바로 공식적으로 경영에 복귀할 수는 없게 돼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에 취업할 수 없게 하는 취업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물론 법무부 장관의 취업 승인이 있으면 예외가 인정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미 “이 부회장에 대한 취업제한 해제를 고려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 장관 취업 승인 시 예외 인정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형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계열사 취업이 불가능해 공식적인 경영 복귀가 어렵다. 최대주주로서의 활동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러자 한국경총을 비롯한 경제 5단체가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특별사면은 법원의 형 선고 효력을 상실시키므로 이재용 부회장이 이전의 생활과 경영자 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특별사면과 가석방은 전혀 별개의 것이다. 특히 사면권은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 중 하나인 삼권분립원리에 대한 예외의 하나이므로 사법부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에 따라 적정하게 행사돼야 한다. 또한 사면권도 헌법 제1조 제2항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위임받은’ 권한이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국민의 뜻에 따라 행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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