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던 AZ 잔여백신, 순식간에 ‘0’…이유는?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8.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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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백신 접종 연령 30~49세로 하향조정 되며 참여율↑
3040, SNS 접근성 높고 타 백신과 비교 후 접종 적극 참여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월30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잔여분 폐기 사례가 잇따르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위상이 달라졌다. 당국이 30~49세 연령으로 접종 대상을 확대하면서 잔여백신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서다. 접종연령 하향 조정 우려에도 불구하고, 백신별 이상반응과 부작용을 직접 비교한 3040 세대의 AZ 접종 참여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19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은 지난 17~18일 이틀간 SNS 당일 예약과 각 의료기관이 관리하는 예비명단을 통해 AZ 잔여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총 2만3931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30∼49세가 2만487명으로 85.6%를 차지했다.

30∼49세 연령에 AZ 잔여백신 신속예약이 허용된 첫날인 17일 SNS와 의료기관 예비명단을 통해 총 1만1651명이 접종에 참여했다. 이 중 85.9%인 1만6명이 30∼49세다. 18일 AZ 잔여백신 접종자는 1만2280명으로, 이 가운데 1만481명(85.4%)이 30∼49세였다.

사실상 대부분의 AZ 잔여백신을 3040 세대가 접종한 셈이다. 앞서 당국은 4차 대유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백신 폐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AZ 잔여백신에 대한 접종 연령을 기존 50세 이상에서 30~49세로 하향 조정했다. 

8월13일 카카오톡(왼쪽), 네이버 앱에 서울 지역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 백신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8월13일 카카오톡(왼쪽), 네이버 앱에 서울 지역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 백신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AZ 백신 접종 후 주로 젊은층에서 나타나는 희귀 혈전증(TTS) 등에 대한 우려로,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도 경우에 따라 심근염과 심낭염 등의 중증 이상반응이 나올 수 있고, 사전예약을 통한 접종까지는 최대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50대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SNS 실시간 예약 시스템 접근이 용이한 3040이 참여하면서 잔여백신 접종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30~49세 대상 AZ 잔여백신 실시간 예약 셋째 날인 이날에도 관심이 이어지며, 잔여백신 '0'을 기록하는 지역이 많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중인 경기도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의료진은 "예비명단을 활용해 잔여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데, 안내전화를 해보면 걱정과 달리 40대 이하의 AZ 백신 거부감이 크지 않다"며 "49세 미만 1차 AZ 잔여백신 접종자는 2차로 화이자 백신을 교차접종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도 AZ 잔여 백신을 접종한 30~49세 시민들의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시민은 "9월 중순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맞는 것으로 사전예약을 해뒀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맞는게 나을 것 같아 잔여백신이 뜨자마자 접종했다"며 "알림 설정을 해두고 잔여백신 알람이 뜨면 바로 예약을 시도했었는데,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해 목요일이 돼서야 겨우 접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습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습 ⓒ연합뉴스

홍정익 추진단 접종관리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접종 연령 조정에 대해 "30세 이상 연령층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예약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mRNA 백신을 맞을지,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을 맞을지 판단해서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잔여백신의 접근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팀장은 30∼40대 AZ 잔여백신 접종자가 예상보다 많은 데 이유에 대해 백신의 '우열'보다는 '이상반응' 여부를 고려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어떤 백신이 좋고 나쁘다기보다는 알려진 이상반응에 대해 본인이 감수할 수 있는, 걱정이 덜한 이상반응이 무엇일지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50세 미만 연령층은 1차로 AZ 백신을 맞은 뒤 2차는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에는 2차 접종도 AZ로 맞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보건소와 의료기관을 통해 직접 접종 백신을 변경해야 한다.

추진단은 잔여백신이 아닌 일반 접종의 경우에는 AZ 접종 권고 연령을 낮추지 않을 방침이다. 김기남 추진단 예방접종기획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로 인해 4차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30세 이상에서는 (AZ 백신) 접종 이득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 실익을 고려할 때 AZ 백신 전체 접종 권고 연령 조정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AZ 잔여 백신 연령 조정에 대해 여전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국제 학술지 '란셋'(Lancet)을 인용하며 "영국, 미국, 스웨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5세 이하에서 AZ와 화이자 백신 모두에서 전신성 부작용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으나, AZ 백신에서 접종률 대비 부작용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잠재적 위험이 더 높은 50세 미만 인구에 대한 백신 접종 필요성 논의가 아직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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