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공립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께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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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ㅣ조민제, 최동기, 최성호, 심미영, 지용주, 이웅 편저ㅣ심플라이프 펴냄ㅣ1928쪽ㅣ12만8000원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의 부제는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다. 《조선식물향명집》은 서슬 퍼렇던 일제강점기인 1937년 조선박물연구회의 정태현, 도봉섭 선생 등이 우리말로 통일된 국내 2천여 종의 식물 이름을 말모이(사전)처럼 체계적으로 정리한 최초 식물도감이다. 국권을 잃어 식민지 피지배인의 숙명을 벗어날 수 없었던 조선인 식물 전문가들이 토종식물연구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던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는 ‘우리 식물 이름의 유래를 알고 싶은 갈증에 목이 마른’ 식물애호가 여섯 명이 모여 《조선식물향명집》을 읽기 시작하면서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이들은 산림청 공무원도 식물연구기관 학자도 아닌 일반인으로서 정부 프로젝트를 딴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비를 들이는 열성과 봉사정신으로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원고를 썼다. 두께가 자그마치 8.3cm에 1928쪽으로 ‘최보기의 책보기’ 서평 11년 만에 처음 접한 초대형 사이즈다. 여섯 명 편저자의 수고와 정신이 ‘대동여지도’를 완성했던 고산자 김정호와 다를 게 없다.

조민제는 경영학을 전공한 변호사인데 《조선식물향명집 사정요지를 통해 본 식물명의 유래》 논문 공저자다. 최동기는 물리학을 전공한 전자상거래 전문가이자 기업가이다. 최성호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 전문관이며 《조선식물향명집 사정요지를 통해 본 식물명의 유래》 논문 공저자다. 심미영은 부동산정책을 전공했으나 원예학을 공부해 학교숲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식물동호회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운영위원이다. 지용주는 조경업계 설계, 시공 실무자다. 자연환경기술사로서 조경과 생태복원 현장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이웅은 국내 여러 식물원에서 식물 데이터베이스 구축했고, 적국 각지 식생 및 식물상 조사작업을 수행 중인 《조선식물향명집 사정요지를 통해 본 식물명의 유래》 논문 공저자다.

문제는 책값이다. 우리 식물이름에 관심이 많더라도 서민이 불쑥 사기엔 부담스럽다. 전국 국공립도서관 사서 선생님들께서 독립운동을 완성한다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이 책을 도서관에 비치해주셔야 한다.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는 도서관에 들여놓겠다’고 해주셔야 한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 원장과 풀꽃 시인 나태주가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 시인은 “저에게 시를 쓰는 일이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풀꽃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그것을 기억하는 일과 같습니다. 이 책을 살피며 문득 떠오른 생각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답할 차례입니다.”라고 썼다. 그의 풀꽃 시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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