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조선인 전범’ 피해자 헌법소원 각하…“국제재판 판결 문제”
  • 서지민 디지털팀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8.3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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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전범 피해자, 정부에 문제해결 촉구하며 2014년 헌법소원 제기
8월31일 헌법재판소가 조선인 전범 피해자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
8월31일 헌법재판소가 조선인 전범 피해자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

‘조선인 전범’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정부가 배상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에 문제제기하며 7년 전인 2014년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31일 헌재는 조선인 전범 생존자들의 모임인 동진회와 전범 피해자 유족들이 한국 정부가 자국 출신의 전범 문제를 방치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5명이 각하, 4명이 위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한·일 양국이 조선인 전범 문제에 대해 상호 협의를 해 왔고, 한국 정부가 국제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인해 발생한 전범 피해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 측에 주도적 해결을 촉구하는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하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국제 전범재판소 판결에 따른 처벌로 생긴 B·C급 전범의 피해 보상 문제는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따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원폭 피해자가 갖는 배상 청구권 문제와 같은 범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인 전범들이 국제 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입은 피해에 대해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해결 절차에 나서야 하는 구체적 의무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조선인 전범들이 입은 피해 중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인한 부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봤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조선인 전범 피해자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으로 동원됐다가 전쟁이 끝난 이후, 연합군 군사재판에서 B·C급 전범으로 분류돼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연합국 포로 관리 등을 담당했다는 이유로 전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가석방 등으로 출소했다. 전범이라는 이유로 귀국도 어려웠고, 일본 내에서도 어려운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은 일본인 전범 및 유족과는 달리 일본 국적이 아닌 조선인 전범은 일본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도쿄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사죄와 국가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보상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며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한·일청구권 협정을 맺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한·일수교회담 문서에 따르면, 협정을 맺을 당시 일본 정부가 ‘조선인 전범은 별개의 문제’라는 방침을 세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동진회와 피해자 유족은 2014년에 한국 정부가 조선인 전범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 상태를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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