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는 실외에서 마스크 벗는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10.29 14:00
  • 호수 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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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대, 사적 모임은 10명까지⋯연착륙 변수는 미접종자·부스터샷·치료제

11월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단계로 들어간다. 정부는 10월25일 위드 코로나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위드 코로나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일상 회복으로 전환하는 큰 틀의 변화다. 다만 코로나19 감염자가 크게 줄지 않은 점과 변이 바이러스가 주종인 점을 고려해 일상 회복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방역 당국이 마련한 위드 코로나 개편안은 3단계로 진행된다. 11월1일부터 시작하는 1단계에서는 생업 시설의 운영 제한을 푼다. 2단계는 12월13일부터 진행하며 대규모 행사를 허용하고, 내년 1월24일 시작할 3단계에서는 사적 모임의 제한을 해제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1월1일부터 6주 간격으로 방역을 3단계에 걸쳐 완화한다. 매 단계는 4주간의 이행 기간과 2주간의 평가 기간을 거친다. 접종 완료율과 중환자실·병상 여력, 주간 중증환자·사망자 발생 규모, 감염재생산지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다음 단계 이행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약 209만 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이 일제히 풀린다. 식당·카페·학원·영화관·공연장·독서실·PC방·노래연습장·목욕시설·실내체육시설 등은 24시간 영업할 수 있다. 그러나 유흥시설의 영업시간은 위험도를 고려해 자정까지로 제한한다.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첫 도입 

대부분의 영업시간을 일제히 풀면 감염자가 폭증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방역 당국은 몇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마스크 착용은 종전처럼 유지하기로 했다. 위드 코로나 1단계에서 예상 밖의 대규모 유행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위드 코로나 2단계부터는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해제할 계획이다. 

새로 도입한 안전장치는 ‘접종증명·음성확인제’다.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실내(식사·음주·목욕 등), 환기가 불충분한 곳, 2m 거리 두기가 어려운 실내는 백신 접종자와 음성 확인자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노래연습장·목욕시설·실내체육시설·유흥시설·카지노·의료기관·요양시설·노인복지관 등 약 13만 개 다중이용시설이 이에 해당한다. 
또 모임의 성격에 따른 인원 제한도 있다. 사적 모임(동창회·동호회·회식·가족 모임 등)은 백신 접종과 상관없이 10명까지 가능하다. 식당과 카페는 많은 사람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니만큼 백신 미접종자의 인원을 제한한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회식을 한다면 10명까지 가능하지만 이 가운데 백신 미접종자는 2~4명으로 제한된다. 

각종 행사와 집회(지역축제·설명회·토론회·사인회·강연·결혼식·장례식·피로연·돌잔치 등)는 백신 접종과 무관하게 99명까지 가능하다. 100명을 넘는 행사는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을 받는다. 종교시설에서는 미접종자 50%를  포함한 정규 종교활동을 할 수 있고, 백신 접종 완료자만으로 구성될 때는 인원 제한이 없다. 

야구장에는 백신 접종과 무관하게 정원의 50%까지 입장할 수 있으나 음식은 먹을 수 없다. 그러나 백신 접종자 전용구역에는 정원의 100% 입장과 취식도 가능하다. 학교는 대면수업을 정상화하고, 군도 훈련과 면회 등 일상 회복을 추진한다. 고위험시설(요양병원·장애인시설·병원 등)은 백신 접종 완료자와 음성 확인자만 이용할 수 있다. 백신 미접종 직원·간호 인력은 주 1회 PCR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방역의 가장 큰 변화는 재택치료가 확대된다는 점이다. 만일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의료인이 중등도를 판별한다. 무증상·경증 감염자는 대부분 재택치료를 통보받고 집에 격리된다. 중등증 이상 환자만 병원에서 진료받는다. 70세 이상, 의식장애, 호흡곤란, 조절되지 않는 발열, 당뇨, 정신질환, 투석 등으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도 재택치료 대상에서 제외돼 의료기관에서 치료한다.

11월1일부터 영업장의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된다. 사진 은 한 영업장의 기존 이용시간을 안내하는 문구ⓒ시사저널 최준필

“재택치료 대상은 보수적으로 잡아야”

문제는 재택치료 도중 급격히 증상이 악화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재택치료관리팀(건강관리반+격리관리반)을 신설해 재택치료 도중 위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병원으로 후송해 치료받도록 한다. 이런 대비를 하지 않으면 재택치료 도중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재택치료 중이던 코로나19 환자 A씨(68)가 10월21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 대상자 선정에 신중할 것을 제안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씨의 사례에서 구급차 준비 등으로 환자 이송이 지체된 것이 문제인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은 재택치료 대상자 범위가 잘못 설정됐다. 재택치료 대상자를 정할 때 빅데이터와 전문가 의견을 참고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근거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채 재택치료 대상자만 결정해 발표했다. 고령층은 증상과 중증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무증상이나 경증이라도 실제로는 심각한 상황일 수 있다. 재택치료 대상을 70세 미만으로 잡으면 재택치료 중 갑자기 악화돼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재택치료 대상은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예컨대 최소 60세 미만 백신 접종자로 잡는다든지 해야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역 수준이 느슨해지는 만큼 백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속출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방역 당국은 비상계획을 마련했다. 중환자실 등 입원병상 가동률이 80%를 넘거나 주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거나 기타 유행 규모 급증 등으로 의료체계 붕괴가 우려될 때는 일상회복지원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방역 수준을 결정한다.

만일 의료체계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비상계획을 발동한다. 예컨대 백신 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다수의 다중이용시설로 확대하고, 사적 모임 규모와 시간도 다시 제한한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위드 코로나 시행방안을 보니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다만 앞으로 몇 가지 변수가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올 것이라는 점과 코로나19 치료제가 신종플루 때의 타미플루만큼의 효과를 낼 것인지가 의문이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접종자·부스터샷 접종 계획 필요”

미국 제약사인 머크가 개발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몰누피라비르)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유럽의약품청(EMA)이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다. EMA는 유럽연합(EU)의 의약품 평가와 승인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머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긴급사용을 신청했다.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신속한 백신 접종(부스터샷 포함)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는 1000만 명(18세 미만 소아·청소년 약 500만 명 포함)에 육박한다. 앞으로 이들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속출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19 사망자 중 대다수는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다. 10월2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사망자 21명 중 13명이 미접종자다. 사망자의 86%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1차만 접종한 사람들이었다. 

기존에는 감염자 확산을 막는 데 방역의 초점이 맞춰졌다면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에는 중증·사망을 억제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따라서 고령자 등에 대한 부스터샷(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접종 후 6개월이 지난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약 1만6000명),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약 2만9000명)를 중심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시행 중이다. 

김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행이 연착륙하려면 백신 접종과 부스터샷 계획이 필요하다. 일부 국민이 접종을 거부하는 일반적인 이유는 백신 이상 반응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백신 부작용 보상 범위를 넓히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또 10월 초부터 돌파 감염이 늘고 있다. 초기에 백신을 맞은 고령층과 얀센 백신을 맞은 30대에서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속한 부스터샷 접종이 필요하다. 부스터샷 대상자에 18세 이상 기저 질환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0월28일 ‘11~12월 예방 접종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스터샷 접종 계획도 공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치명률이나 돌파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이 부스터샷 접종 대상이다. 이에 따라 11월부터 50대 성인, 18~49세 기저 질환자, 얀센 백신 접종자, 사회 필수인력(경찰·소방·군인 등) 약 205만 명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한다.

부스터샷은 기본 접종을 마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감염 위험이 큰 면역저하자와 얀센 백신 접종자는 2개월 이후부터 가능하다. 추가 접종에는 기본적으로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의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이 쓰인다. 될 수 있으면 앞서 사용한 백신과 동일한 백신을 쓰는 것이 권고된다. 얀센 백신 접종자는 희망할 경우 얀센으로 추가 접종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는 보건소로 연락해 얀센 접종력을 사전에 확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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