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뒤로 하고 ‘이대남’ 공략하는 李‧尹 속내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1.11.1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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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개편’에 ‘성특법 무고 조항 신설’ 등 앞다퉈 공약
2030男 타깃 정책에 여성단체 “시대 역행하고 있다” 우려도

여성가족부 개편, 평등가족부 신설, 성폭력특별법에 무고 조항 신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내놓은 공약들이다. 여성단체에서는 이 공약들을 ‘안티 페미니즘’에 기반한 정책이라 비판하고 나섰다. 양 캠프 모두 이 같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정책 노선은 변경하지 않고 있다. 과연 두 후보가 ‘페미니즘’과 선을 긋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페미니즘과 거리두는 후보들의 말과 정책

이 후보는 9일 페이스북에서 “여가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은 차별당하지 않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고 했다.

여가부의 폐지 또는 기능 변경은, 그간 보수 정당이나 남성 커뮤니티에서 제기됐던 주장이다. 이른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지향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확연히 다른 노선을 택한 셈이다.

앞서 이 후보는 ‘2030 남성들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 의원을 지지한 이유’를 분석한 글을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원들에게 공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해당 글은 문재인 정부의 ‘친(親) 페미니스트’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윤 후보는 대선 후보가 되기 전부터 페미니즘과 거리를 둬왔다. 윤 후보는 8월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초청 강연에서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많이 한다’ 이런 얘기도 있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을 선거에 유리하게 하고 집권연장에 유리하게 악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공약들도 여성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윤 후보 역시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여가부의 양성평등가족부로의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더해 성폭력특별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꽃뱀’(금전적 이익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죄 없는 남성을 성범죄자로 만드는 여성)을 근절하겠다는 취지인데, 여성 단체들은 무고가 ‘가해자의 방패막이’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대남’ 공략에 여성 단체 ‘시대 역행’ 우려도

두 후보의 ‘반(反) 페미니스트’ 행보는 20대 남성 유권자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각종 커뮤니티에서 남성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역차별 정책’을 공격해 왔다. 그 중심에 여가부가 있고, 페미니즘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지향했던 문 정부의 인기가 최근 고꾸라지면서, 두 후보 모두 이탈한 남성 유권자들을 포용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사회 화두는 ‘공정과 평등’이다. 소속된 집단, 지역, 성별과 관계없이 같은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즉, 어느 한 쪽만을 위한 정책은 지금의 사회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캠프에서는 계산이 섰을 것이다. 20대 남성들은 공략하면 더 유리할 것이란 ‘득표 논리’가 배경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단체에서는 여야 후보가 ‘퇴행적 공약’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진정한 성평등을 위한 공약이 아닌, 여성에서 남성으로 ‘포커스’만 옮긴 포퓰리즘 공약을 내놔 또 다른 젠더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분명 남성이 손해보는 정책도 있고, 여성이 손해보는 정책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 여가부의 역할을 조정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자녀가 없는 가족도 늘고 있지만, 이런 현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기혼자와 4인 가족을 중심에 두고, 마치 출산 정책의 일환으로 여가부를 변경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가부의 명칭을 바꾸는 게 무엇이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두 후보 모두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결국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들”이라며 “문재인 정부도 페미니스트 대통령이라는 구호만 강조했을 뿐 남성 중심 논리로 정책을 마련했다. 여성 뿐 아니라 사회 소수자의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정책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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