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비 측 언론플레이”에 모두가 피해자인 이유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7 14:00
  • 호수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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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솔비 국제예술상 수상 저격한 이규원·이진석 작가 “양치기 소년처럼 대중 호도해”
솔비 측 “소속 작가가 열심히 해서 상 받으면 소속사는 알리는 게 당연한 일”

가수 겸 화가 솔비(권지안·37)가 12월4일 ‘2021 바르셀로나 국제예술상(PIAB21)’ 대상을 수상했다. 수많은 국내 언론은 “K아트 아이콘” “엄청난 작업” 등 온갖 찬사를 붙여 해당 소식을 전했다. 여기에 반기를 든 현직 미술가가 있다. ‘홍대 이작가’로 활동 중인 이규원(42) 작가와 유튜브 채널 ‘아티스트돠’를 운영하는 이진석(41) 작가다.

이들은 예술상을 수여한 바르셀로나 국제아트페어(FIABCN)의 위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동시에 솔비 측의 대응을 “과도한 언론 플레이”로 규정했다. 곧 솔비 소속사 엠에이피크루는 12월9일 반박 자료를 내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루머가 재생산되지 않도록 변호사와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규원·이진석 작가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12월14일 서울 금천구 스튜디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여전히 솔비 측에 비판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 근거를 들어봤다.

- 솔비 소속사는 “바르셀로나 국제예술상은 올해 10년째를 맞은 현지에서 권위 있는 예술 행사”라고 주장하는데.

△이규원; “바르셀로나란 지역명을 쓰면 권위가 생기나. 이름을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올해 10년째라고 하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지난 4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10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6회만 열린 것이다.”

△이진석; “시상식은 그 사이 이름도 여러 번 바뀌었다. 또 시상식을 진행한 아트페어는 작가 개인이 출품하는 소규모 전시회다. 작가 부스는 65개 정도 되는 것 같다. 한국의 국제아트페어 ‘키아프(KIAF)’가 규모나 역사 측면에서 더 유명하다. 키아프는 올해로 20년이 됐고, 참가 작가 수는 수백 명에 달한다.”

- 솔비 소속사는 “솔비의 심사위원 7명 중 한 명인 로베르트 이모스는 올림픽 조각상 등을 제작해 스페인에서 아주 유명한 작가”라고 강조했는데.

△이규원;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작가 같기는 하다. 하지만 현지에서만 유명하다. 일부 언론의 설명처럼 ‘제2의 피카소’ 정도는 아니다. 전 세계 작가를 검색하는 사이트가 있다. 거기에 로베르트 이모스와 한국 이우환 작가의 검색량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이우환 작가가 훨씬 많다.”

△이진석; “로베르트 이모스에 대한 위키피디아 검색 결과를 보면, 그는 2009년에 ‘브라질 해변에서 2시간 반 동안 외계인에게 납치됐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자신의 작품 세계의 토대가 됐다고 한다. 그런데 평단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규원; “어처구니없는 부분은 또 있다. 우리가 유튜브 등을 통해 솔비 측 대응을 지적할 때마다 아트페어 홈페이지에 나온 상 이름이 바뀌었다. 수상자 사진이 없다고 지적하니 사진이 올라왔고, 부상(副賞)의 정체에 의문을 던지니 부상 내용이 실렸다. 스페인 현지에서 우리 방송을 모니터링할 리 없는데 이상하다. 권위 있는 아트페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권위를 따져 해외 수상 소식을 꼭 폄하할 필요가 있나.

△이진석; “수상 자체는 당연히 칭찬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나치게 포장됐다는 것이다. ‘국제’ ‘바르셀로나’ ‘유명 심사위원’ 등의 단어 조합으로 굉장한 상을 받은 것처럼 부풀리는 건 옳지 않다.”

△이규원; “우리의 비판 지점은 과도한 언론 플레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마치 양치기 소년처럼 계속 거짓말을 반복한다.”(이규원 작가는 지난 6월 솔비가 이탈리아에서 ‘이달의 작가’로 선정됐다는 소식과 8월 영국 사치갤러리에 출품했다는 소식에도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 언론 플레이가 왜 문제인가.

△이규원; “대중을 호도한다. 언론사가 어디든 기사 내용은 대부분 비슷한데, 그 말미에는 다가올 솔비 개인전을 알리는 문구가 꼭 있다. 작품 홍보 목적이 큰 것이다. 비전문가인 대중이 기사만 보고 솔비 작품을 샀다면, 과연 정당한 가격을 냈다고 볼 수 있을까. 취재 없이 받아쓰는 언론의 관행도 문제다. 또 진짜 중요한 소식이 묻힌다.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여하는 ‘올해의 작가상’이다. 지금 후보가 4명으로 추려졌는데 아무도 모른다. 이들을 소개한 기사보다 솔비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진석; “당장 미술학도나 작가 지망생들이 솔비 측 언론 플레이를 보고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된다. 소속사와 언론의 지원이 있는 연예인과 달리, 일반 작가들은 기껏해야 SNS로 작품을 홍보할 따름이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단어를 쓰고 싶진 않은데 어쩔 수 없어 보인다.”

- 진중권 전 교수는 솔비 수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미대 나온 걸 신분으로 이해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솔비가 미술 비전공자라 더 비판을 받는 측면이 있지는 않나.

△이규원; “전혀 아니다. 개인적으로 단 한 번도 솔비의 학벌을 문제 삼은 적이 없다. 게다가 한국은 과거와 달리 전 세계에서 가장 학벌과 상관없이 미술을 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영미권에 비해 문화적 위상도 상당히 올라갔다. 진 전 교수의 주장은 너무 구태다.”

- 솔비가 나중에 정말 권위 있는 상을 받으면 축하해줄 건가.

△이규원; “물론이다. 나는 솔비란 사람 자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실력도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속사가 정말로 솔비가 작가로서 성공하길 바란다면, 그가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원해 주는 게 필요하다. 언론 플레이를 할 게 아니라. 솔비는 이미 작품을 완판시키는 스타 작가다. 굳이 이렇게 과도하게 홍보해 논란을 일으킬 이유가 있을까.”

 

이들의 주장에 대해 솔비 측 이미현 엠에이피크루 이사는 “법적 대응 의사를 알렸기 때문에 추가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법적 대응’의 뜻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고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르셀로나 측(아트페어)도 우리에게 공문을 보내 불쾌감을 표시하며 법적 대응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언론 플레이란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이 이사는 “소속 작가가 열심히 해서 상을 받으면 소속사는 알리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먼저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한 게 아니라 에서 알아서 써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유튜버나 작가들은 솔비를 여왕이란 뜻의 '퀸비'로 부른다고 한다"며 "솔비를 내세워 콘텐츠를 만들면 조회 수가 올라가니 솔비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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