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하려면 먼저 유명해져야?”...‘솔비 수상논란’이 던진 고민거리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1.12.17 14:00
  • 호수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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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작가에 비해 작품 알리기 힘든 신진 작가들…유능한 작가 발굴 창구 넓어져야

작가를 표방하는 배우나 가수들이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미술계 안팎에선 작품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다. 이 같은 논란은 최근 국제 무대에서 미술상을 받은 가수 솔비(권지안·37)로 재점화됐다. 이 미술상의 위상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물론 위상과 작품성은 주관적인 영역이다. 그럼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하나 있다. 솔비의 대중적 인기는 작가로 전업해도 사라지지 않고, 신진 작가들에 비해 홍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작가들이 작품을 알리고 실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너무 적다는 게 진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미술계에 따르면, 작가가 명성을 얻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공모전에 당선되는 것,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알리는 것, 그리고 인맥을 동원해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소속사의 도움을 받는 연예인들은 세 번째 방법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두 번째 방법도 금전적 여유가 있는 연예인들이 더 유리하다. 전시회를 열려면 대관료, 카탈로그 제작비, 액자값 등으로 수백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영세 작가 입장에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엠에이피크루 제공
ⓒ엠에이피크루 제공

공모전∙전시회∙미디어…연예인 작가에게 유리한 등용문

정부와 기업은 이래저래 홍보 기회가 적은 작가들에게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그 규모마저 줄어들었다. 한국메세나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전년 대비 14.6%(303억원) 감소한 1778억여원으로 집계됐다. 미술·전시 분야 지원금의 경우 전년 대비 11.9%(28억원) 줄어들었다.

설치미술가 김용관 작가는 “한국 미술계가 수요는 적은데 공급은 상당히 많은 상황”이라며 “극소수 작가만 살아남다 보니 책을 내거나 소규모 아트페어를 찾아다니는 경우도 흔하다”고 했다. 등용문의 턱이 워낙 높다 보니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서양화가 이진석 작가는 “한 작가 지망생이 ‘미술을 하려면 먼저 유명해져야 하나’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며 “미술계가 작품 활동보다 언론 홍보에 치중하게 되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심정택 미술 칼럼니스트는 “홍보는 실력을 인정받은 뒤에 생각할 부분”이라며 “상업화랑이 신진 작가를 대상으로 초대전을 열기도 하는데 실력 없는 작가에게 초대장을 줄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실력 있는 작가의 발굴 창구가 넓어져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이진석 작가는 “일단언론부터 미술계를 보는 안목을 키우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남대 회화과 교수 이규원 작가는 “연예인들이 미술계에서 맡을 수 있는 긍정적 역할도 있다”며 “BTS가 방문한 전시회에 사람들이 몰리고 작품이 완판되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학계에서는 비영리 전시공간인 창작스튜디오나 대안공간을 활성화시켜 전통적인 홍보 방법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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