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복회의 위인설賞? 상 준 정치인 44명 중 43명 ‘민주당’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3 10:00
  • 호수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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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회장 지지하거나 특혜 준 정치인에게 상 만들어 뿌려…광복회 “시상 기준 있지만 공개 못 해”

광복회가 김원웅 회장 취임 이후 각종 상을 만들어 여당에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수상 정치인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거나 당적을 가졌던 사람은 97%에 달했다. 그중에는 광복회에 이득을 줬거나 반대파를 견제한 배경을 가진 사람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김 회장이 광복회를 사유화해 정치활동 도구로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복회는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법정 국가유공자단체다.

광복회 본회는 2019년 6월 김 회장 취임 이후 2021년 12월까지 총 111명에게 여러 상을 수여했다. 시사저널이 광복회 홈페이지와 언론 기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다. 이들 수상자 가운데 전·현직 국회의원, 기초의원, 지자체장 등 정치인은 44명이다. 이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출신 정치인이 43명(97.7%)이었다. 야당 소속 수상자는 표창장을 받은 김태금 예산군의원(국민의힘) 1명뿐이었다. 사람을 쓰기 위해 관직을 만든다는 '위인설관'에 빗대 '위인설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광복회는 2021년 1월25일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시상했다.ⓒ광복회 홈페이지

가장 많이 준 상은 ‘역사정의실천 정치인상’

민주당 정치인에게 가장 많이 수여된 상은 ‘역사정의실천 정치인상’이다. 이는 김원웅 회장이 취임한 이후 새로 만들어졌다. 2020년 7월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등 도의원 4명의 첫 수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민주당 정치인 총 28명이 역사정의실천 정치인상을 받았다.

수상자 중에는 김 회장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정치인도 있었다. 2020년 12월 상을 받은 강성민 제주도의원이 그 예다. 광복회는 강 의원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독립운동 기념사업 등 지원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개정안은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의 광복절 발언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앞서 원 지사가 2020년 8월 광복절 경축식 때 김 회장의 기념사를 즉석에서 반박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회장은 “이승만이 친일파와 결탁했다”며 친일 청산을 강조했고, 원 지사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편향된 역사관”이라고 비판했다. 강성민 의원은 이후 “광복절 경축식이 난장판으로 치러져 안타깝다”며 개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시상 이유가 너무 원론적인 경우도 발견됐다. 광복회는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에게 2020년 12월 역사정의실천 정치인상을 수여했다. “이 대표이사가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임 시 독립운동 선열의 염원인 한반도 평화 정착에 노력하는 등 정치인으로서 시대적 사명을 다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구체적인 업적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17대 국회의원과 민주당 중앙위원을 지낸 이 대표이사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의해 2018년 평화부지사로 임명됐다.

광복회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을 받는 정치인도 눈에 띄었다. 광복회는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만들어 2020년 12월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에게 줬다. 시상 이유 중 하나는 “국회 헤리티지 815 카페 운영에 기여한 바가 매우 컸다”는 것이었다. 광복회는 2020년 5월부터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해당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 카페는 개점할 때부터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개점 절차가 공고 없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고, 임대료는 공짜이기 때문이다. 해당 카페를 여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유 전 총장이 광복회로부터 상을 받은 것이다. 유 전 총장과 김 회장은 14대 국회에 같이 몸담으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광복회가 국립수목원에 개점한 815 카페 2호점의 경우, 시사저널이 지난해 11월25일 특혜 의혹을 단독 보도한 이후 영업허가가 취소됐다.

베일 싸인 시상 기준…“회장이 단독 결정”

유 전 총장이 받은 최재형상은 과거에도 한 차례 반발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미 같은 이름의 상을 시상해온 사단법인 최재형기념사업회 측이 “특정 정치인에게 수여해 독립운동 정신을 실추시켰다”며 비판한 것. 광복회는 유 전 총장을 포함해 2020년 5월 고(故) 김상현 전 민주당 의원과 2021년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각각 최재형상을 줬다. 광복회의 주무부처인 국가보훈처 측은 “광복회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광복회의 시상을 정치적 중립 훼손이란 이유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광복회는 정관상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등 정치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광복회의 시상 기준은 뭘까. 광복회 홍보부 관계자는 “기준에 관한 내부 규정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규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서울 광복회원 A씨는 “시상을 위한 심의위원회는 따로 열지 않고 김원웅 회장이 단독으로 결정한다”고 반박했다. 또 “상은 광복회 이름으로 수여되지만 사실상 김 회장이 정치적 배경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김 회장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광복회의 시상 이유 중에는 친일에 관한 대목이 자주 나온다. ’친일찬양금지법 제정 촉구 건의안 채택(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등 도의원 4명)’ ‘친일잔재 조사 근거를 담은 조례안 발의(김영권 충남도의원)’ ‘친일찬양금지법 개정 촉구(신효철 대구 동구의원)’ 등이다. 친일 미화 단죄를 목적으로 한 친일찬양금지법 제정은 김원웅 회장의 주요 공약이었다.

 

친일찬양금지법 지지자에 수상..."국민적 합의 선행돼야"

단 ‘친일’의 범주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있다. 김 회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함께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도 친일파로 규정한 바 있다. 윤봉길 의사 손녀로 독립기념관장을 맡았던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친일파를 얘기할 때는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안을 마련할 때는 독립운동 연구를 더욱 알차게 지원하는 쪽으로 마련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광복회가 시민사회의 공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복회 시상자 111명 중 시민운동가, 문화인사, 교육인 등 비정치인은 67명이다. 이 중 단체 수상자인 만화가·작가 41명을 빼면 개인 수상자는 26명에 그쳤다. 서울 광복회원 B씨는 “그저 법안만 발의하거나 독립운동 정신을 말로만 외친 정치인에게 상을 줄 게 아니라, 각계에서 독립운동 정신을 실행에 옮긴 분들에게 상을 줘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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