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어떤 뮤지컬을 골라 볼까?
  • 조용신 뮤지컬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02 12:00
  • 호수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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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도 못 뚫은 ‘뮤지컬 신드롬’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엘리자벳》 등 줄줄이 출격 대기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의 일이다. 2020년 연말과 2021년 연초로 이어지는 시기, 뮤지컬계는 암흑기를 지나고 있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당시 거리 두기 기준인 2.5단계 실시와 함께 두 자리 띄어앉기 방침이 시행되자 대다수 공연 제작사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일시 정지’에 들어갔다. 티켓을 구하려는 목소리 대신 이미 매진된 공연들의 취소 및 환불 사태가 빚어졌다. 연중 가장 매출이 높은 시즌이건만 전년도 대비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공연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집객 시설이라는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여름부터는 다시 공연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일부 흥행 공연의 경우 예년의 80% 이상까지 관객을 맞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을 이후 백신 2차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제작사마다 이후 예측 가능한 스케줄을 준비해 왔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한 장면

최소 2년 전부터 준비한 대극장 라인업에 기대

2022년 대극장 라인업은 코로나19 이전 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제작사마다 대표 작품들을 모두 발표하는 분위기다. 대극장 프러덕션은 준비 기간이 길고 최소 2년 전에 대관 계약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올해 라인업은 코로나19 발생 전후에 이뤄진 것이 많다. 따라서 2년의 기간 동안 팬데믹 일상화를 경험했고 대비책을 마련한 상태에서 올해 공연을 준비해 왔다.

먼저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 뮤지컬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오디뮤지컬컴퍼니 라이선스 뮤지컬들의 귀환이 눈에 띈다. 대표작 《지킬 앤 하이드》는 지난해 10월19일 시작해 오는 5월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계속된다. 얼마전 타계한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작사·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이 남긴 최고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스위니 토드》도 올해 재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 작품은 최근 한국에서 정기적으로 공연 중인 스티븐 손드하임의 레퍼토리로서는 유일하다.

뮤지컬 《데스노트》의 한 장면

뮤지컬 《데스노트》도 4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음을 맞는 ‘데스노트’를 우연히 습득해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고등학생 라이코와 그를 추적하는 명탐정 엘 사이의 두뇌 싸움을 다룬 작품이다. 2015년 초연, 2017년 재공연 이후 5년 만에 새로운 프러덕션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김준수, 홍광호, 한지상, 박혜나, 강홍석 등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어서 이번 공연에서도 캐스팅이 기대된다.

또한 오디컴퍼니는 2021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이미 2022년 개막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라이선스 신작 프로젝트를 공개했는데, 그중에는 음악 영화 《원스》 《비긴 어게인》으로 유명한 존 카니 감독의 동명 영화를 각색한 《싱 스트리트》가 있다. 이 작품은 1982년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10대 고등학생들이 밴드를 결성해 사랑과 음악을 둘러싸고 고군분투하는 청춘물이다. 2016년 영화가 개봉하고 2019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소개된 적이 있다.

그리고 뮤지컬 고전 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메리칸 인 파리》의 무대 버전도 한국 라이선스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14년 파리 초연을 거쳐 2015년 브로드웨이에 소개됐고 토니상 안무상까지 수상했다. 브로드웨이에서 남녀 주인공을 모두 발레단 출신 배우들이 맡았기 때문에 뮤지컬뿐 아니라 발레 팬들에게도 기대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대표 뮤지컬 제작사인 EMK의 라인업도 화려하다. 먼저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엘리자벳》이 기다리고 있다. 4년 만에 무대로 다시 돌아오는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 황후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와 ‘토드(죽음)’의 운명적인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모차르트!》 《레베카》 등으로 국내에도 팬층이 두터운 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오스트리아 뮤지컬이 유독 인기가 높은데, 화려한 뮤지컬 무대 위에서 관념적이면서도 음울한 유럽의 정서가 결합된 독특한 스타일이 한국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10년 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대작 중심의 라이선스 시장을 오늘날처럼 다양화하는 데 기폭제가 된 특별함을 유지하고 오는 8~11월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다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또한 EMK가 보유한 라인업 중 해외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초연을 가진 세 작품도 모두 올해 공연을 갖는다. 《엑스칼리버》가 1~3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마타하리》가 5~8월 샤롯데씨어터, 《웃는 남자》가 6~8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각각 공연이 예정돼 있다.

한국 문화산업계의 최강자인 CJ ENM의 뮤지컬 라인업도 기대된다. 스테디셀러인 《킹키부츠》가 2014년 초연을 가졌던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 8년 만에 돌아온다. 오는 8~10월 공연되는 이번 프러덕션은 5번째 공연이다. CJ ENM은 그동안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트의 화제작에 선도적으로 투자하며 시차 없이 국내에 웰메이드 라이선스 공연으로도 선보이는 글로벌 마케팅 선두주자였기에 믿고 관람하는 라인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한 장면

《라이온 킹》을 시작으로 해외 투어팀 내한공연도 예정

팬데믹이 지속되다 보니 해외 투어팀 내한공연은 상대적으로 귀해졌다. 2020년 《오페라의 유령》 《캣츠》 그리고 2021년 《노트르담 드 파리》가 어려운 시기에 투어를 마쳐 서구 뮤지컬 관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새해에는 《라이온 킹》 투어팀의 서울 공연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월9일~3월18일 예정돼 있었지만 외국 배우들의 입국이 늦어지면서 1월28일까지 취소된 상태다. 서울 이후에는 4월 부산 드림씨어터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2019년 투어 공연 때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이번 내한도 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그 외에도 제작사 쇼노트는 뮤지컬 고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11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토니 커쉬너 작가가 각색한 리메이크 뮤지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기에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안무의 난이도가 높아 해외 라이선스 공연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만큼 이번 라이선스 공연은 꽤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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