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특허소송 ‘수비수’가 ‘적군 선봉장’으로 변신…신의성실 위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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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 미국서 손배소 제기…10건 특허 침해 주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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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근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특허 관련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특허 분쟁이 눈길을 끄는 건 소송을 주도한 장본인이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특허 관련 최고의 방어수가 특허 공격의 선봉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의성실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전 부사장은 최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삼성전자아메리카가 10건의 특허를 고의로 침해했다며 시너지IP를 통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시너지IP는 윤 전 부사장이 지난해 6월 설립한 특허법인이다. 이번 소송에는 미국 이어폰·음향기기 업체 스테이턴 테키야 LLC가 공동 원고로 참여했다.

무단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는 ‘올웨이즈온 헤드웨어 레코딩 시스템’과 ‘오디오 녹음용 장치’, ‘다중 마이크 음향 관리 제어 장치’ 등 무선 이어폰과 음성 인식 관련 기술 10건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와 갤럭시버즈와 빅스비 플랫폼 등에 사용된다.

테키야와 시너지IP는 삼성전자가 특허 침해를 인지하고도 제품 생산과 판매를 해왔다고 주장한다. 소송 제기에 앞서 지난해 2월 안 전 부사장이 김상균 삼성전자 법무팀장(사장)을 만나 관련 서류를 전달하고 특허 침해 사실을 통보했다는 점도 소장에 언급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 내용 자체는 놀랄 것 없다는 반응이다. 이어폰과 음성 인식 기술은 관련 특허 간 차이점이 크지 않아 특허의 유효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상당수 기업은 현재 미국 법원에 무선 이어폰과 음성인식기술과 관련한 지식재산권(IPR)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문제는 안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특허 관련 전략을 꿰뚫고 있는 수비수였다는 데 있다. 엔지니어 출신 미국 특허변호사인 안 전 부사장은 1997년부터 삼성전자 특허 업무를 담당했다. 2010년 IP센터장에 선임돼 2019년 퇴임 전까지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가 벌인 굵직한 소송을 총괄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한국지식재산협회(KINPA) 회장, 한국특허정보원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특허 방어의 최전선에 있던 인물이 적군 진영의 선봉장으로 돌변한 상황이다. 안 전 부사장과 시너지IP는 삼성을 상대로 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공동원고를 맡은 미국 델라웨어의 스테이턴 테키야 LLC로부터 전권을 부여받고, 테키야가 주장하는 특허 권리의 일정 부분도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안 전 부사장이 신의성실 위반의 우려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삼성전자에 재직 중 파악한 영업비밀을 이용했을 경우 직업윤리 위반의 소지가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상황을 파악 중”이라면서도 “특허 관련 이슈는 외부에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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