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입원 향한 이재명의 집념…‘언론플레이’부터 ‘문책인사’ 의혹까지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4 14:00
  • 호수 168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사·조서·판결문으로 파헤친 ‘친형 강제입원’ 10년…李 가족 “정치적 악용 말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친형 강제입원 의혹에 또 불이 붙었다. 사건 관계자의 진술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 후보 가족들의 주장이 부딪히며 10년 만에 다시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더군다나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 제기한 인물이 사망하면서 강제입원 의혹도 덩달아 조명을 받고 있다.

이 후보의 셋째형 고(故) 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 의혹이 불거진 건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 인천의 A일간지는 성남시를 인용해 “재선씨가 백화점에서 난동을 피웠다”고 보도했다. 이어 “모친이 재선씨의 정신과 치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이전까지 재선씨가 성남시청 홈페이지에 동생에 대한 쓴소리를 수차례 남겼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A일간지의 보도로 재선씨의 이상 행동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성남시 공보팀 관계자는 “A일간지가 2012년 성남시의 광고비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매년 1700만~2100만원의 광고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국회사진취재단·성남일보

지역 언론 보도로 시작된 갈등

재선씨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A일간지에 반론보도를 요청했다. 또 2012년 10월 성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상 행동을 부인하며 “이재명 시장이 나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재선씨가 앞서 인터넷에 공개한 녹음파일은 형제간 갈등을 극단적으로 보여줬다. 해당 파일에는 이 후보가 재선씨의 부인 박인복씨에게 막말을 하는 통화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로 인해 강제입원 의혹에도 관심이 쏠렸다.

사건의 내막은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분당보건소장을 지낸 구성수씨의 2018년 경찰 진술조서에 자세히 나와 있다. 시사저널은 해당 조서를 입수했다. 여기에 따르면, 구씨는 2012년 3월경 당시 윤기천 성남시 비서실장으로부터 “이재선씨에 대한 강제입원 가능 여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윤기천 실장은 지시와 함께 각종 서류를 건넸다. 재선씨가 성남시에 제기한 각종 민원과 공무원들과의 마찰 사실을 적은 문서였다. 하지만 구씨는 재선씨를 강제입원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문서만으로는 재선씨가 정신보건법에 의한 강제입원 대상인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신보건법은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있을 경우’에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씨는 경기도 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과 성남시 정신보건센터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두 사람 역시 ‘강제입원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구씨는 이를 이재명 후보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이재명의 복심’ 정진상 정책실장(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이 나섰다. 그는 “3명의 보건소장이 강제입원시킬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3명의 보건소장이란 구씨를 비롯해 중원보건소장, 수정보건소장 등 성남시의 모든 보건소장을 뜻한다.

구씨가 거절하자 이 후보는 “그럼 수정보건소장이 강제입원시켜라”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강제입원 권한은 구씨가 소장인 분당보건소에 있었다. 이후 윤기천 실장은 이 후보 어머니가 쓴 의뢰서를 가져다주며 재차 강제입원을 독촉했다. 의뢰서에는 ‘아들(재선씨)이 정신 치료를 받게 도와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선씨의 거주지가 성남시가 아니라 문제가 됐다. 구씨는 이 같은 이유로 또다시 거절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강제입원이) 안 되는 이유 1000가지 가져와봐”라고 했다.

경기지사 선거 출마하자 법정 공방 비화

이 발언이 마지막이었다. 2012년 5월 정기인사에서 구씨는 수정보건소장으로 보직 이동됐다. 대신 기존 수정보건소장이 분당보건소장으로 왔다. 구씨는 “새 분당보건소장도 강제입원을 시키지 못해 문책성 인사로 발령났다”고 했다. 결국 재선씨는 2014년 11월 부인과 딸의 동의로 경남 국립부곡병원에 입원했다. 이에 대해서도 부인 박인복씨는 이 후보의 압박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추후 언론에 “2014년 8월 막내 여동생이 사망하자 이 후보가 남편에게 욕설을 하며 책임을 물었고, 그로 인해 남편이 실제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재선씨는 2017년 11월 사망했다. 원인은 폐암으로 알려졌다. 현재 하남시 보건소장으로 재직 중인 구씨는 오는 6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공로연수(사회 적응 준비를 돕는 공무원 교육제도) 중이다. 시사저널은 구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재선씨의 입원을 둘러싼 의혹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있는 동안 지역 정가의 화젯거리였다. 그러다 이 후보가 중앙무대로 나서면서 의혹에 대한 관심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8년 6월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 바른미래당 성남 적폐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이 후보가 TV토론회에서 친형의 강제입원 사실을 부인했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바른미래당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이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 장영하 변호사다. 장 변호사는 1월12일 재선씨 강제입원 의혹을 다시 제기하며 이 후보를 고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야당의 공세에도 이 후보는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경찰은 당선된 지 한 달도 안 돼 분당보건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2018년 12월 이 후보를 기소했다. 2019년 5월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그해 9월 항소심 재판부는 친형 강제입원 부분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가 인정된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자유로운 토론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며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입원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하거나 재촉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강제성은 입증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개입은 팩트임을 사법부가 확인해준 것이다.

이 사실은 여전히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단 다른 형제들은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온 인물은 둘째형 재영씨다. 2014년 6월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선대위는 가족 호소문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작성자는 재영씨였다. 재영씨는 호소문을 통해 “집안일이라 해명할 수도 변명할 수도 없는 넷째(이 후보), 아무리 시장이라지만 얼마나 억울하고 가슴 아프겠나”라며 “제발 저희 가족일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호소문 아래에는 재선씨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형제와 어머니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2017년 1월23일 이재명 성남시장 부부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 공장에서 대선 출마선언에 앞서 어머니 구호명 여사를 안아주고 있다.ⓒ연합뉴스

“재선씨 시장직 욕심” vs “터무니없는 거짓말”

또 CBS 《노컷뉴스》는 지난해 말 재영씨와 인터뷰한 내용을 1월7일 공개했다. 재영씨는 ‘재선씨가 이 후보뿐만 아니라 가족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취지로 얘기를 전했다. 그는 “넷째(이 후보)가 변호사 개업할 때부터 정치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셋째(재선씨)는 처음엔 안 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동생이 성남시장을 한다고 하니까 그걸 자신에게 양보했으면 하는, 근데 정치는 양보가 안 되지 않나”라고 했다.

재영씨의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 이번에는 재선씨 부인 박인복씨가 나섰다. 박씨는 1월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성남시장을 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었다는 건 터무니없는 주장이고 거짓말”이라며 “시장 선거가 끝난 뒤 남편이 성남시청 인터넷 게시판에 측근 인사 관련 비판글을 올린 게 갈등의 시작”이라고 반박했다. 박씨는 재영씨를 가리켜 “이 후보를 도와 멀쩡했던 남편을 강제입원시키기 위한 서류 작성에 동참했던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강제입원 의혹을 다시 끌어들였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29일 경북선대위 출범식에서 이 후보를 언급하며 “자기 가족을 정신병원에 보내고 대장동의 주범인데도 뻔뻔스럽게 히죽히죽 웃는 이런 사람을 우리가 대통령으로 맞이할 수 있느냐”고 공개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1월7일 검찰에 고발했다.

재선씨가 세상을 떠나고 4년여가 지난 지금,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꺼내든 이아무개씨가 1월11일 밤 숨진 채 발견됐다. 공교롭게도 의혹 제기자가 모두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이씨는 “이 후보의 강제입원 의혹 관련 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가 수임료로 현금 3억원과 주식 20억원어치를 받았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는 근거 녹취록을 시민단체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에 제보했고, 깨시연은 지난해 10월 이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조사 중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와 이씨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