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의 실험은 시장에서 통할까
  •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9 10:00
  • 호수 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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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구독 서비스로 배민과 쿠팡이츠에 도전장 낸 배달앱 요기요
서비스 업그레이드일까? 개악일까?

출퇴근길 지하철역 안에서 보면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의 구독 서비스 할인 프로모션 광고가 최근 자주 보인다. 2019년 출시한 구독 서비스를 왜 요즘 갑자기 열심히 홍보하는지 속으로 의아했다. 찾아보니 기존에 있던 멤버십 구독 서비스인 ‘슈퍼클럽’을 2021년까지 운영하고 새로운 구독 멤버십 서비스 ‘요기패스’를 출시한 것이었다. 구독료 9900원만 내면 5000원 배달할인 2회, 2000원 배달할인 10회, 1000원 포장할인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현재 배달시장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가 3강을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아직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요기요는 왜 다른 경쟁사들이 안 하는 구독 서비스를 굳이 하는 것일까.

기업들이 멤버십 구독에 나서는 이유

아마존은 구독 서비스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이다. 2004년 아마존이 시작한 아마존프라임은 현재 세계 유통 구독 서비스 및 멤버십 구독경제의 롤모델과 같다. 우리나라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쿠팡 와우 멤버십 등도 아마존프라임을 사실상 벤치마킹한 것이다. 물론 요기요의 구독 멤버십 모델도 포함된다.

아마존은 이 아마존프라임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유통시장의 최강자가 됐다. 아마존프라임이란 월 12.99달러, 연간 119달러만 내면 상품 구매 시 이틀 안에 상품을 배송료 없이 받아볼 수 있는 멤버십 구독 서비스다. 스트리밍 음악, 비디오, 책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한다. 2021년 기준으로 구독자는 약 2억 명이다. JP모건 발표에 따르면 구독료(연회비) 119달러로 약 784달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마존프라임 구독자는 무료 배송부터 오디오 도서 대여까지 구독료 대비 약 6~7배의 경제적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독료 대비 몇 배의 혜택을 구독자(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아마존에는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일까. 단순히 규모의 경제 또는 플랫폼화를 위한 모객 차원일까. 아마존프라임 가입자는 비회원보다 평균 4.6배 많은 돈을 사용하며 아마존의 매출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프라임 가입자의 40%가 아마존 사이트에서 연간 1000달러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구독자(비회원)의 8%만이 1000달러 이상을 사용한다고 하니, 구독자가 고액을 소비할 확률이 5배 정도 높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아마존프라임의 전략은 ‘크로스셀링(Cross selling)’과 ‘업셀링(Upselling)’이다. 크로스셀링이란 고객이 사려는 것과 관련된 상품을 추가로 구매하게 만드는 교차판매를 의미한다. 업셀링은 같은 고객이 이전에 구매한 상품보다 더 비싼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판매 방법이다.

이런 구독경제 멤버십 전략은 우리나라 기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GS25 편의점은 현재 ‘더 팝플러스’라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료를 내면 특정 물품을 구매할 때 할인해 주는 것이다. 2020년 말 기준으로, 가입하지 않은 고객과 비교했을 때 구독 고객의 경우 제품 구매 건수는 4배, 사용금액은 3.8배 증가했다. GS25의 또 다른 구독 서비스인 GS카페25도 있다. 일정 구독료를 내면 원두커피를 25% 할인해 준다. 비가입자가 평균 5.7잔을 살 때 구독 가입자는 38.6잔을 구매했다. 구독 가입자가 약 7배 더 소비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상당수 기업이 구독경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와 블로그 등에 올라온 소비자 글을 종합해 보면 기존 요기요의 정기할인 구독 서비스 ‘슈퍼클럽’과 ‘요기패스’의 혜택은 3만원으로 동일해 보이지만, 혜택을 받기 위해 슈퍼클럽은 주문 10번, 요기패스는 12번 주문해야 한다. 주문 횟수가 많아진 만큼 요기요 입장에서는 거래액이 높아지는 효과는 있지만, 구독자 입장에서는 혜택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GS리테일에 인수된 요기요가 출혈경쟁을 줄이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개편했다는 분석도 일부 있다.

여기서 의아한 부분이 생긴다. GS리테일은 편의점 브랜드인 GS25를 거느리고 있다. GS25는 멤버십 구독을 통해 4~7배 매출이 상승했다고 발표하는 등 구독 서비스 모델의 성공 사례로 필자가 자주 소개하는 회사다. GS가 멤버십 구독 서비스 모델을 운영하면서 생긴 노하우를 통해 요기요만의 구독 서비스로 고도화할 것인지, 요기요만의 차별화된 새로운 모델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은 알 수 없다. 다만 GS의 요기요는 지금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배달앱 요기요는 2021년 11월 멤버십 할인 구독 서비스 ‘요기패스’의 가치를 담은 새로운 광고 캠페인 ‘배달앱의 미래’를 공개했다.

구독료 반값 프로모션 중…락인 효과 볼까

OTT 스타트업 퀴비라는 회사가 있었다. 드림웍스의 공동 설립자, 휴렛팩커드의 CEO 출신이 창립한 곳이었다. 퀴비는 5~10분짜리 짧은 유료 영상 구독을 앞세워 17억5000만 달러(약 2조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에서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3개월간의 무료 체험이 끝난 뒤 유료로 전환하자 가입자의 92%가 이탈해 허망하게 사라졌다. 지금 요기패스가 구독료 반값 프로모션 중이기 때문에 당분간 소비자들의 멤버십 가입률은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독료가 정상화된 상황에서 구독자들이 요기패스의 서비스에 대해 실망한다면 언제든지 구독을 해지하고 떠날 수 있다.

기업들은 ‘락인 효과’를 노리면서 구독경제를 도입하지만, 생각 외로 소비자 중에서 약 55%만이 장기 약정 가입을 고려한다. 즉 구독자의 절반은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구독자에게 혜택과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사실상 배달의민족은 멤버십 구독을 도입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쿠팡 로켓와우 멤버십 등이 있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GS리테일은 GS25 편의점이라는 하이퍼로컬 플랫폼과 요기요라는 배달 시스템의 결합을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신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GS의 요기요가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상상력을 통해 외부 콜라보를 한다면 오프라인의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성장할 수도 있다. 요기요 구독 서비스의 진화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구독경제 : 소유의 종말》의 저자. 고려대 법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고려대 회사법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대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개발 등의 업무를 맡았다. 대표적인 구독경제 전문가이자 경제 칼럼니스트로 현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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