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구도’ 깨기 위해 거칠어진 안철수의 입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1.1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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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겨냥해 “살인멸구” 尹 두고는 “개혁 대상”
李-尹 양자토론 합의에 “3자구도 깨려는 담합”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저격하고 있다. 비단 상대 후보의 공약뿐 아니라 과거 발언과 가족 논란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날 선 비판을 쏟아내는 모양새다. 여야 양강구도를 깨고 대선을 ‘3자 구도’로 재편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안 후보는 13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살인멸구’(죽여서 입을 막는다는 뜻)라는 거친 단어를 꺼냈다. 안 후보는 “이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를 비롯한 비리 의혹 규명에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분들이 살인멸구를 당하고 있다”며 “돌아가신 세분의 비극의 현장마다, 이재명 후보의 그림자는 여지없이 어른거렸다. 이 모든 걸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이 후보의 과거 가족 논란을 겨냥한 듯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자체장이 가진 강제입원 권한을 전문가위원회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 규정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며 결정은 전문가가 하는 게 맞는다”면서 “별도의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입원 필요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과거 공권력을 동원해 친형인 고(故) 이재선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안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한 견제구도 세게 던지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13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내건 윤 후보를 향해 “이 공약은 한마디로 200만원으로 청년들의 표를 사려는 매표 행위”라며 “이재명 후보의 포퓰리즘 대열에 제1야당마저 동참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군대 안 갔다 왔으니까 돈으로 덮어보겠다는 오해를 스스로 만들지 말기 바란다”고 직격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도 선을 긋고 있다. 윤 후보 역시 ‘개혁대상’이라는 게 안 후보의 주장이다. 그는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야당도 개혁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기득권의 반을 민주당이 가지고 있고, 나머지 반을 국민의힘이 갖고 있다. 개혁의 핵심은 기득권을 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의 발언 수위가 세진 이유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했지만 아직 이재명-윤석열 양강 구도를 깨기에는 미흡하다. 내홍을 수습한 윤 후보와 이 후보가 다시 박빙의 경쟁을 벌인다면, 안 후보의 존재감이 점차 낮아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없이) 완주한다고 해도 현 지지율이 최종 투표율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안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윤 후보 지지율 하락에 따른 결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여야 지지층이 뭉치기 시작할 것이다. 현재 중원에 있는 안 후보의 지지자들도 본인의 표가 사표가 될 수 있다는 의심이 들면 그 때는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며 “안 후보 캠프에서는 그 시나리오가 가장 불안할 것이다. 어떻게든 관심을 모아야 안 후보의 ‘몸값’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안철수 배제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양자 TV토론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온 지난 13일, 홍경희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선이 60일도 남지 않은 상황속에서 국민이 만들어 주신 3자 구도를 양자구도로 바꾸려는 인위적인 정치거래가 이뤄졌다”며 “거대양당의 양자토론 개최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도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당 후보님들! 쌍특검 받으랬더니 토론담합입니까”라고 적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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