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구를 위한 프랜차이즈인가?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9 11:00
  • 호수 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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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창업] 프랜차이즈 브랜드 1년 만에 65% 급증…프랜차이즈 인식은 부정적 여론 압도적 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누리집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2022년 1월 현재 1만1876개에 달한다. 2020년 12월 기준 7200개에 불과했던 브랜드 수가 1년 만에 4676개(65%)나 증가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급증 원인은 1차적으로 프랜차이즈 법령 개정의 영향이 크다. 작년 11월19일부터 프랜차이즈 본사가 신규 가맹점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본사 직영점 1호점을 1년 이상 운영해야 했다. 이른바 ‘1+1법안’으로 불리는 가맹거래사업법 개정안이 새롭게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 법령을 피해 가기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신규 브랜드를 무더기로 등록했다. 물론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국내 창업시장에서 창업자보다 폐업자가 늘어난 것도 브랜드 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당장 창업하기보다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보자는 관망세에 들어가면서 예비 창업자가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이들을 겨냥한 이른바 ‘낚시성’ 브랜드 등록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1월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4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22에서 방문객들이 창업 상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 프랜차이즈의 빛과 그늘

그렇다면 국내 프랜차이즈의 시장 데이터는 어느 수준일까.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업종별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외식업 브랜드 비율이 급증했다. 전제 브랜드 중 외식업 브랜드는 9496개에 달한다. 1년 전 외식업 비율은 전체 브랜드 중 76%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80%가 외식 브랜드인 셈이다. 외식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업태는 한식 브랜드로 3239개에 달한다. 다음으로 카페 브랜드 948개, 치킨 브랜드 739개, 분식 브랜드 717개 순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가 급증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로 읽힌다. 창업자 입장에서 본다면 아이템 선택의 폭이 외형상으로는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많아졌다고 해서 사업성 높은 브랜드, 창업자 입장에서 좋은 브랜드가 많아졌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코로나 시대의 터널은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도 암울하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구조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개설마진과 유통마진이다. 신규 가맹점이 늘어나야만 가맹금, 보증금, 인테리어 마진과 함께 원재료를 유통함으로써 발생하는 유통마진을늘릴 수 있다.

하지만 신규 매장이 생겨나지 않으면 가맹점 본사의 수익성은 정체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본사의 수익구조 창출을 위해 또 다른 신규 브랜드를 만드는 게 관행화됐다. 새로운 브랜드를 내세우면서 신규 창업자를 모집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은 늘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역이용한 가맹점 확보 전략인 셈이다.

빅데이터 분석기관인 ‘썸트렌드’는 최근 ‘프랜차이즈’에 대한 긍정·부정 의견을 살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랜차이즈에 대한 긍정 여론보다 부정 여론이 훨씬 많다. 최근 3개월 동안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인터넷 키워드 상위 15위를 분석해 봤다.1위 ‘피해’ 5456건, 2위 ‘피해받다’ 5280건, 3위 ‘분노’ 2894건, 4위 ‘눈치 보다’ 2870건 등 순이었다. 긍정 의견은 5위 ‘싸다’ 2840건, 6위 ‘값싸다’ 2750건, 7위 ‘최고’ 1874건 등이다.

1위부터 4위까지 상위에 랭크된 의견에선 프랜차이즈에 대한 부정적 키워드가 압도적이다. 왜일까? 그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인터넷상에서 창업자들은 요즘 어떤 ‘프랜차이즈’ 관련 키워드를 입력하는지를 살폈다. 키워드 검색 플랫폼인 ‘블랙키위’ 데이터를 보면 2021년 1월부터 12월까지 프랜차이즈 연관 키워드 1위는 ‘무인창업’이 차지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자선사업체가 아니다”

‘프랜차이즈 창업’ ‘프랜차이즈 박람회’ ‘프랜차이즈 순위’ ‘1인창업 아이템’ 등의 키워드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무인창업이나 1인창업 브랜드가 급증한 것과 무관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창업자들이 프랜차이즈 관련 창업정보를 어디에서 구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키워드 검색 데이터를 보면 포털에서 유관 검색어를 찾아보거나, 프랜차이즈 박람회장에서 얻는 경우가 많았다. 정리하면 이렇다. 예비 창업자들은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프랜차이즈 관련 정보를 찾는 경우가 많다. 프랜차이즈 외 다른 창업법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요인도 있다. 창업자들의 경우 가맹점 창업을 노크하는 수요가 많지만, 프랜차이즈 창업 만족도 측면에서는 매우 부정적 의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6000개이상이다. 하지만 창업 예정자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자선사업을 하는 업체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프랜차이즈만 하면 성공률이 높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물론 잘 찾아보면 창업자에게 알토란 같은 브랜드, 지속 가능한 수익성까지 담보하는 ‘괜찮은 브랜드’도 간혹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가맹점 확장에만 열을 올리는 소위 ‘치고 빠지는’ 브랜드, 즉 ‘나쁜 브랜드’도 많다는 사실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따라서는 1개 회사가 10개 이상, 많게는 25개 이상 브랜드를 만들어 영업하는 곳도 있다. 많은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으면 창업자 입장에서 좋은 회사일까? 그럴 리는 없다고 본다.

프랜차이즈 시장에는 국내 투자자뿐만 아니라 외국계 사모펀드가 투자한 국내 브랜드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공통적 특징은 다점포 전략이다. 자금 투자에 따른 단기적인 수익성 확보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국내 프랜차이즈는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본사의 탄탄한 수익구조는 안정적인 가맹점 창업자의 지속 가능한 성과지표를 만들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무리한 신규 브랜드 만들기에 치중하기보다는 기존 브랜드의 시즌2 전략 등 경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말로만 창업자를 위하는 것이 아닌, 가맹점 창업자의 행복가치 창출을 최우선 고려하는 프랜차이즈 생태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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