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오스템임플란트 상폐는 ‘개미지옥’ 예고편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9 10:00
  • 호수 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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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코스닥 기업 상장폐지 현황 전수분석 결과
38개 기업 상장폐지, 경영진 횡령·배임 사유 최다

코스닥 기업들을 중심으로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연초부터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면서 증시 퇴출 기로에 선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상장폐지 실질 심사를 앞둔 기업의 주주들은 피말리는 희망고문을 호소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연이은 코스닥 기업들의 증시 퇴출 위기로 인해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사저널은 지난 5년간 코스닥 기업들의 상장폐지 현황을 전수분석했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의 상장폐지 결정은 통상 두 갈래로 이뤄진다. 형식적 상장폐지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다. 형식적 상장폐지는 기업이 특정 요건에 해당하면 발동한다. 정기보고서 미제출과 감사의견 비적정, 자본잠식처럼 명확한 문제가 있을 때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것이다. 

ⓒ일러스트 김세중

오스템·신라젠·코오롱티슈진 등 증시 퇴출되나

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결론이 난다. 특정 기업의 계속성과 재무 상태,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다툼의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소 자체 판단 및 기심위, 코스닥시장위원회 등 ‘3심’을 거쳐야 상장폐지 여부가 확정된다.

올해 초 사상 초유의 횡령 사건으로 거래가 정지된 오스템임플란트가 대표적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말 자금담당 직원이 2215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1월3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기심위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조사를 벌였다. 당초 1월24일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심위는 조사를 연장한다며, 심사를 연기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횡령 사건의 규모가 사상 최대이다 보니, 바이오산업 등 관련 업계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아울러 대규모 횡령으로 제출 서류가 방대한 데다, 3월말 사업·감사보고서 확인을 위한 조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질심사 결과는 2월17일 나올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스템임플란트 주주들의 피해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심위가 상장폐지를 결정할 경우 오스템임플란트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다시 심의를 받는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해 상장폐지나 1년 이하 개선 기간 부여 등을 결정한다. 기심위가 상장유지를 결정하면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가 바로 재개되지만, 개선 기간을 부여할 경우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거래가 묶인다.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만9856명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의 55.6%에 달한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1조1335억원 규모다. 주주들은 현재 주식 거래 정지로 피해를 보고 있으며, 상장 적격 실질 심사 결과에 따라 주식 거래 정지 기간이 장기화할 수 있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000명에 가까운 소액주주가 오스템임플란트를 상대로 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피눈물 흘리는 24만 소액주주 

신라젠은 최근 상장폐지가 결정되면서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기심위는 지난해 12월18일 신라젠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상장폐지 결정의 주요 사유는 이렇다. 개선 기간에 마련한 1000억원 규모 자금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과 신약 연구·개발 사업의 지속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신라젠은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5월4일 시장 마감 후 거래가 정지됐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용해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인수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표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다. 

기심위는 2020년 6월19일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다.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한 후 11월30일 1년간의 경영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신라젠은 20개월 만에 상장폐지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17만4186명의 신라젠 주주는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철회를 촉구하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신라젠 주식 92.60%를 소유하고 있으며, 해당 주식들이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2월18일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거래 재개 촉구 집회에 나섰던 신라젠행동주의 주주모임, 신라젠주주연합 회원들은 기심위 결정에 반발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형사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도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만을 앞두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신약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 논란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2019년 5월 이후 3년 가까이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2019년과 2020년 이미 두 차례 부여받은 개선 기간이 지난해 12월17일 종료돼 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는 2020년 말 기준 6만4332명이다.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들은 2019년 7월 회사와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국내 상장기업 중 상장폐지 심사대에 오른 기업은 모두 38곳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른 주요 기업은 다음과 같다. △경남제약헬스케어 △스킨앤스킨 △바른전자 △세원물산 △참존글로벌 △스포츠서울 △씨엔플러스 등이다. 이들 기업이 국내 증시에서 계속 거래될 수 있을지 아니면 퇴출시킬지가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약 1년8개월간 거래가 정지된 신라젠의 거래 재개 또는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가 열린 1월18일 신라젠주주연합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거래 재개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코스닥 기업 상장폐지 사유 1위는 횡령·배임

이들 기업 역시 대부분 횡령·배임과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거래 정지를 당한 상황이다. 경남제약 계열사인 경남제약헬스케어는 지난해 4월 경영진이 13억6000만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에 연루되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스킨앤스킨의 경우 주요 경영진이 회삿돈 150억원을 마스크 유통사업 명목으로 빼돌려 횡령한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바른전자는 2018년 이전 경영진의 주가조작과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면서 주권매매가 정지됐다. 이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후, 경영 개선 노력을 해왔지만 수년째 답보 상태다.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에서 퇴출한 기업은 총 3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1개 기업이 최종적으로 상장폐지됐으며, 28개 기업은 현재 실질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는 단 2개 기업만 상장폐지됐다. 이번 상장폐지 심사대에 오른 기업에는 코스피 상장기업은 한 곳도 없고 모두 코스닥 상장기업들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기업들의 허술한 내부통제를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코스닥 기업과 코스피 기업은 규모로 봤을 때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규모가 클수록 관리·감독 체계가 견고한 편이다. 반면, 기업 규모가 작은 회사는 한 사람에게 여러 권한이 집중돼 있다 보니 각종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 가장 많은 상장폐지 이유도 ‘횡령·배임’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상장폐지된 총 38개 코스닥 기업 가운데 11곳의 상장폐지 사유가 ‘횡령·배임 사실 확인’이었다. 코스닥 기업에서 횡령·배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거래소가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할 때 횡령과 배임 문제를 상당히 무겁게 본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다음으로 △회계처리 위반(6곳) △불성실 공시 관련(6곳) △주된 영업의 정지(6곳) △관리종목·투자주의환기종목 관련 사유(5곳)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3곳) △대규모 손상차손(1곳) 순이었다. 이들 항목은 모두 기업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금융 당국 책임론을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코스닥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시가총액 2조원가량의 코스닥 20위권 상장사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직원 1명이 수개월간 거액의 자본금을 빼돌려 썼는데 사내 자체 감시는 물론 금융감독·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무·회계에 결함이 있는 기업을 금융 당국과 거래소가 애초에 걸러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린 이모씨가 1월14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금융 당국 허술한 관리·감독, 투자자 피해 키웠나

일각에서는 코스닥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부실기업이 늘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4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 요건을 완화했다. 당장 이익을 못 내더라도 기술력만 괜찮으면 투자금을 모을 수 있게 해주는 특례 제도다. 자기자본이 별로 없어도, 심지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도 상장할 수 있게 해줬다. 

그 뒤 128개 기업이 코스닥에 무더기로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20년 말 기준으로 코스닥 특례상장 기업의 80%가 적자다. 5곳은 거래정지 상태로 상장폐지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거래소는 뒤늦게 기술특례 요건을 다시 강화했지만, 검증 없는 마구잡이 상장으로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뜨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감사 기준이나 회계관리제도 규정 등을 보완해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 당국의 절차나 제도 개선이 상장사들의 횡령·배임과 불성실 공시 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은 증시 퇴출 막으려고 안달인데…

맘스터치, 6년 만에 자진 상장폐지 추진 속사정

최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자진 상장폐지를 선언했다. 증시 강제 퇴출의 갈림길에 선 여러 기업과 대조되는 행보여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월20일 맘스터치 최대주주인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자사주를 제외한 잔여 지분 15.80%(1608만 주)를 2월15일까지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한 게 시작이었다. 맘스터치는 공개매수 목적을 자발적 상장폐지라고 설명했다. 상장 규정상 대주주가 상장 주식의 95% 이상을 확보하면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현재 맘스터치 지분은 한국에프엔비홀딩스가 6871만6080주(67.49%), 맘스터치가 1701만4279주(16.71%)를 보유하고 있다. 총 8573만359주로 전체 주식의 84.20%다. 여기에 잔여지분 15.80%를 인수해 100%를 취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맘스터치 주가는 급상승했다. 매수 가격은 6200원으로 책정됐다. 자진 상장폐지 발표 당시 맘스터치 주가가 주당 5200원 안팎이었으니 약 20% 높은 가격이다. 맘스터치 주가는 지난해 12월22일 장중 사상 최고가인 6140원을 찍기도 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기존 매수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매도할 기회가 생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맘스터치의 이례적인 자진 상장폐지 소식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공시 의무를 피하려고 내린 결론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맘스터치는 구체적인 실적 공개와 원재료 인상 문제를 놓고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비상장사가 되면 가맹점주들이 주요 경영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진다. 향후 맘스터치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잡음을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맘스터치가 이번에 상장폐지에 성공하면 2016년 스펙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지 6년 만에 비상장사로 돌아서게 된다. 이와 관련해 맘스터치 측은 “자진 상장폐지가 진행되더라도 상장폐지 이후 6개월간 이번 공개매수와 동일한 가격에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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