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책을 대체한다?…‘지식 소매상’으로 급부상한 유튜버들
  • 박선우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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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다 빠르게 지식 전하는 ‘스낵화 전략’ 주효…구독자 50만 명 이상 모으기도
ⓒ시사저널 양선영
ⓒ시사저널 양선영

1년 차 게임회사 신입사원 김수현씨(29·가명)는 최근 출·퇴근길 지식·교양 유튜브 시청에 여념이 없다. 입사 초반, 한 달에 책 1권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그러나 야근과 주말 출근에 치여 실패하고 말았다. 김씨는 지식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를 먼저 파악하고, 영상의 참고 도서 중 하나를 골라 조금씩 읽어가기로 목표를 수정했다.

성인 둘 중 한 명은 1년간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시대, 지식·교양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이 새로운 ‘지식 소매상’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면보단 영상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지식의 ‘스낵화’(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전달하는 것)를 무기로 내세운 지식 유튜브를 도서의 대체제로 인식하면서다.

2021년 12월 유튜브의 동영상 결산 발표에서 ‘1분만’ ‘지식해적단’ ‘김지윤의 지식Play’ 채널은 급성장한 10개 채널 중 각각 1·2·5위를 차지했다. 이들 모두 1~20분 내외의 영상으로 교양 지식을 해설하는 지식 유튜브 채널이다. 4일 기준 이들 채널 모두 5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모았다. 분야는 정치, 국제, 역사, 과학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1분만’ 채널의 경우 이름 그대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60초 길이의 영상으로 전달하는 ‘숏폼 콘텐츠’(short-form contents)의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4일 기준 약 63만5000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시사저널 양선영
ⓒ시사저널 양선영

일각에선 지식 유튜버들의 상승세가 성인 독서율 하락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2020년 9월~2021년 8월) 간 우리나라 성인 6000명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였다. 연간 종합 독서율이란 지난 1년간 교과서나 만화 등을 제외한 일반도서(오디오북 포함)를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로, 2017년부터 지속적인 하락세였다. 또한 성인들의 26.2%는 독서하기 어려운 원인으로 ‘다른 매체·콘텐츠 이용’을 꼽기도 했다. 책의 정보 전달 역할을 유튜브 등 디지털 매체가 일부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책보다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구독의 이유로 꼽는다. ‘지식해적단’ 채널 구독자인 20대 직장인 A씨는 “책 읽을 시간은 없는데 지식 유튜버들은 다양한 책들을 종합·정리해서 짧게 전달해주니 간편하고 실용적”이라고 평가했다. ‘1분만’ 채널을 구독 중인 30대 직장인 B씨는 “꿈에 관한 1분짜리 영상을 보고 수면 관련 책 두어 권을 사 공부해 본 적이 있다”며 “각 분야 모든 입문서를 읽어볼 순 없지 않나. 내가 어떤 쪽의 지식에 관심이 있는지 간단히 알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식의 스낵화를 미디어 지형 변형에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라고 짚었다. 구독자 59만 명 규모의 지식 유튜브 채널 ‘교양만두’를 운영하는 김선욱 다산북스 지식교양팀 팀장은 시사저널에 “지식이 스낵화 되는 건 미디어 매체 유행 변화에 따른 흐름인 것 같다”며 “과학·교양 분야의 좋은 책들이 책의 가치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점을 고민하다 유튜브를 기획하게 됐다. 우리 채널에서 참고 자료로 기재된 책의 판매고가 일부 올랐다는 연락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유튜브가 도서의 대체제가 아닌 보완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양한 지식 분야를 단편적으로 다루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닌, 해당 지식 분야로 구독자들을 유입 및 입문시키는 것도 지식 유튜브 채널들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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