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불어닥친 MZ세대 바람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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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한국타이어 이어 LS에도…‘공정’에 방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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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에서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사무직 노조가 출범했다. 현대차그룹에서 시작된 MZ세대 주축의 신생 노조 설립 바람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옛 LS산전) 사무노동조합이 최근 설립돼 노동청 신고를 절차를 밟고 있다. 기존 생산직 노조에 더해 사무직 노조가 새로 탄생한 것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사무노동조합 대부분이 MZ세대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사무노동조합 가입자 300여 명 중 상당수는 20대와 30대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재계에서는 MZ세대 노조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2월 출범한 현대차그룹의 ‘인재존중 사무연구직 노조’다. 같은 해 3월에는 LG전자에서 ‘사람중심 사무직노조’가, 4월에는 한국타이어에서 ‘사무직노조’가 각각 만들어졌다.

민간기업만의 얘기가 아니다. 공기업에서도 MZ세대 신생 노조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8월15일 서울교통공사에서 20대 송시영 위원장을 중심으로 출범한 ‘올(ALL)바른노동조합’이 그런 경우다. 이 노조 조합원은 90% 이상이 2030세대로 구성됐다.

이들 노조는 ‘공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과 LG전자, 한국타이어 등에서 신생 노조가 출범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동안 생산직을 중심으로 교섭이 이뤄지면서 사무직은 상대적으로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왔다는 점이 노조 설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이번에 설립된 LS일렉트릭 사무노동조합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향후 급여와 관련한 페이그레이드(Pay grade) 제도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019년 도입된 이 제도는 기존 직급별이 아닌 개인 성과에 따라 급여 인상 폭을 달리한다. 이 제도 두고 내부에서는 고과 평가 방식에 팀장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돼 공정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노조에 MZ세대의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기존 노동계도 청년 모시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실제 민주노총은 지난해 3월 민주노총은 처음 청년사업실을 신설했다. 또 위원장단에 청년 부위원장을 신설했고, 중앙 대의원 가운데 청년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MZ세대가 치열한 경쟁 환경을 겪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치열한 경쟁을 겪은 MZ세대는 불공정에 매우 민감하다”며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창구가 없자 새로운 MZ세대 노조 설립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직장의 개념이 달라진 점도 MZ세대 노조 설립이 활발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 노조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며 “심각한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스로의 권익 보호를 위해 힘을 합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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