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D-1…숫자로 돌아 본 20대 대선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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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역대급 사전투표율 36.93%
② 끊이지 않는 대장동 8500억 
③ 배회하는 20대 여성 361만
④ 사라진 4번, 단일화 후폭풍 
⑤ 野 호남 득표 목표치 30% 달성할까

‘정권교체 vs 정권유지’ 프레임 간 맞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제20대 대선이 곧 막을 내린다. 이번 선거에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까지 대형 돌발 변수들이 터져 나오면서 투표일을 하루 앞둔 8일까지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 ‘역대급 오리무중 판세’ 등 다양한 ‘역대급’ 별명이 붙은 20대 대선을 숫자 키워드를 토대로 되돌아봤다. 

3월7일 대전 유세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와 3월6일 서울 금천구 유세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 국회사진기자단
3월7일 대전 유세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와 3월6일 서울 금천구 유세에 나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 국회사진기자단

① 36.93% : 부정선거로 얼룩진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지난 4~5일 치러진 사전투표는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36.93%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 기록과 함께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 부실 관리 논란으로 인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번 사전투표 논란은 ‘현 정권의 실정’으로 엮이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정권교체 구호를 내세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부정선거 의혹도 함께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윤 후보에겐 악재로 통한다. 지난 4‧15 총선 당시부터 보수 진영 내에서 부정 선거 여론이 형성돼 왔는데, 이번 사고가 보수 유권자들의 투표 거부 의사를 자극해 진영 결집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사전투표율은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에서 가장 낮았다. 여기에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확진‧격리 유권자마자 투표를 기피해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선거 유불리를 떠나, 부정선거 의혹은 ‘선거 불복’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 우려를 키운다. 선거 당락이 근소한 차이로 갈리게 된다면 이번에 논란을 빚은 확진‧격리자 투표 분을 놓고 정당성 시비가 일어 정국을 소용돌이에 빠트릴 수 있어서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는 선관위의 준비 부족을 질타하면서도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선을 그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선관위에 대한 수사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라, 어느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따른 부정선거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5일 서울의 한 투표소에서 특정 후보에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했다가 유권자들의 항의로 잠시 투표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은 문제가 된 기표용지 ⓒ연합뉴스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5일 서울의 한 투표소에서 특정 후보에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했다가 유권자들의 항의로 잠시 투표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은 문제가 된 기표용지 ⓒ연합뉴스

② 8500억 : 끊이지 않는 대장동 의혹 

선거 레이스 내내 민심을 둘로 나눴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도 막판까지 수습되지 않은 채 화력을 더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초반까지만 해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정조준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금으로 85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데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었다. 그러나 대장동 의혹은 현재 윤석열 후보도 함께 겨냥하고 있다. 여야는 서로 상대 후보가 ‘몸통’이라며 공세를 주고받는 중이다.

특히 블랙아웃(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대장등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만배씨의 녹취록과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당시 수행비서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관련 공방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각 진영에서 김만배씨의 녹취록은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봐주기 수사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통하고, 이 후보 비서 녹취록은 대장동 개발특혜의 대가로 이 후보가 사법 거래를 했다는 증거로 쓰이고 있다. 양 진영 모두 “허위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새 녹취록이 표심에 반영될 만한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장동 의혹은 이미 여론에 반영될 만큼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해당 녹취록에 공세를 집중하면서 막판 기싸움에 혈안이 된 분위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시사저널 박정훈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시사저널 박정훈

③ 361만 : 배회하는 20대 여성 유권자

결국 이번 대선의 승부처는 부동층으로 쏠린다. 부동층 표심을 한 표라도 끌어 모아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대표적인 부동층으로는 20대 여성이 꼽힌다. 블랙아웃 기간 직전 조사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한 비율이 20대 여성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서다. 가령 지난 3일 발표된 리얼미터-오마이뉴스(2월28~3월2일 조사, 3037명 대상) 조사에서 18~29세 여성의 부동층은 8.5%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부동층 비율이 가장 낮게 나타난 50대 남성(1.5%)에 비해 7%포인트 높은 수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번 대선에서 20대 여성 유권자 수는 361만2480명이다.

여야 후보들은 여성 표심을 잡기 위한 막판 공약 다지기에 나섰다. 특히 이대남(20대 남성) ‘올인’ 전략을 펴왔던 윤석열 후보도 연일 SNS를 통해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 등 여성 대상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진정성 없다”는 취지의 비판도 나오고 있어, 여성들의 비토 기류를 수습할 수 있을 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이재명 후보도 여배우 및 형수 욕설 스캔들과 조카의 데이트살인 변호 전력 등으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3월7일 대구 유세에서 여성 지지자가 준 여성 정책 손 피켓을 들어 보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SNS에 올라온 한 줄짜리 여성 관련 공약 ⓒ 연합뉴스·페이스북 캡처
3월7일 대구 유세에서 여성 지지자가 준 여성 정책 손 피켓을 들어 보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SNS에 올라온 한 줄짜리 여성 관련 공약 ⓒ 연합뉴스·페이스북 캡처

④ 4번 : 사라진 안철수 기호, 야권 단일화 후폭풍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하던 유권자의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도 주요 관심사다. 당초 안 대표와 윤석열 후보 간 야권 후보 단일화는 정권 교체 여론과 중도층 표심을 한 곳으로 모으는 야권의 ‘필승 카드’로 꼽혀왔다. 그러나 몇 번이나 대선 완주를 약속했던 안 대표가 사전투표 시행 직전 갑자기 마음을 바꾸면서 지지층의 반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안 대표의 표심을 윤 후보가 모두 흡수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블랙아웃 기간에 단일화가 성사된 터라, 그 파급력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야권 단일화를 가정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상반된 결과가 동시에 발표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단일화 역풍으로 민주당이 오히려 득점 중”이라고 역공을 펴는 반면, 야권에선 연일 안 대표와 윤 후보를 유세 현장에 함께 등장시키며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일 경기 이천시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공동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일 경기 이천시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공동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⑤ 30%: 국민의힘 호남 득표율 목표치

이번 대선이 과거 선거와 다른 점 중 하나는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으로선 처음으로 호남 지역 득표율 목표치를 30%로 높였다는 것이다. 역대 보수당 출신의 대통령 호남 지지율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10.32%가 최고치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은 8.95%, 1992년 김영삼 대통령은 4%에 불과했다.

국민의힘은 전신인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 때부터 서진 정책을 펴기 시작하더니, 이준석 대표 체제 들어 호남에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호남의 2030세대를 중심으로 지지층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 광주(47.7%)와 전남(51.45%), 전북(48.63%) 등 호남이 전국 최고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호남 표심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제20대 대선 지역별 사전투표율 ⓒ 네이버 캡처
제20대 대선 지역별 사전투표율 ⓒ 네이버 캡처

한편 20대 대선 본 투표는 3월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실시된다.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주민등록지 내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하면 된다. 일반 유권자는 오후 6시까지,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는 6시 이후부터 7시30분까지 투표할 수 있다. 확진자 외출은 오후 5시50분부터 가능하다. 선거 결과의 경우 지상파 3사 출구 조사에 따른 예측 결과가 투표 종료 이후 즉시 발표될 예정이지만, 초박빙 승부가 전망되는 터라 정확한 결과는 개표가 마무리되는 10일 새벽 또는 오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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