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영광은 계속될까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3 11:00
  • 호수 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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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미래에 대해 정길화 원장 등이 정리한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정길화, 서정민, 홍경수 등 지음│인물과 사상사 펴냄│304쪽│1만7000원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정길화, 서정민, 홍경수 등 지음│인물과 사상사 펴냄│304쪽│1만7000원

한국 콘텐츠에서 2021년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시간이라는 데 동의할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가장 강력한 OTT인 넷플릭스에서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한국 콘텐츠는 변방에서 주류로 확실히 부상했다. 이후 나온 《갯마을 차차차》 《마이 네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도 그 대열에 합류했고, 앞서 제작된 《D.P.》 등도 역주행했다. 이런 흐름에 한국도 놀랐다. 그리고 많은 곳에서 그 대열에 합류하겠다고, 손을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격언과 함께 OTT가 주도하던 콘텐츠 유통 세상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 등이 주도해 출판한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은 이런 현상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에서 52일간 세계 1위의 위엄을 달성했다는 것을 떠나 세계가 한국 콘텐츠 역량을 괄목상대하게 한 의미 있는 계기였다. 드라마 속 게임은 물론이고 달고나 열풍이 보여주듯 콘텐츠가 ‘놀이의 인간’(호모 루덴스)을 확실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책은 정길화 원장을 비롯해 서정민 한겨레 문화팀장과 홍경수, 임종수, 유건식, 이성민 등 방송제작 현업을 경험하거나 정통한 학자들이 같이했다. 책은 신드롬 취재기, 플랫폼 리얼리즘, 한국 드라마의 방향 전환, 산업적 관점 등을 포괄적으로 접근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 놀이문화를 핵심 소재로 한 드라마에 왜 세계가 주목했는가다.

“《오징어 게임》은 데스 게임이라는 설정 위에 등장인물의 개인적인 배경과 그들의 행위가 엮이면서 치열하게 이야기를 구축해 나간다. 바로 이것이 세계적인 공감대와 소구력을 가져오게 한 《오징어 게임》의 힘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각각의 등장인물에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정서적 감정 이입을 유도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처절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인지적, 지각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대한민국을 넘고 인종과 성, 나이를 넘어 이 시대의 누구라도 소통 가능한 하나의 세계관을 구성한다.”

하지만 연이은 한국 드라마의 성공에도 돌아온 것은 적다는 푸념도 적지 않게 나온다. 저자들은 이 부분에도 주목했다. “글로벌 OTT와의 협업 성공 사례는 국내 콘텐츠 제작 관행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기존에는 방송사에 절대적인 힘이 있었다면, 이제는 제작사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다. 콘텐츠만 좋으면 방송사든 OTT든 제작자의 선택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 쪽대본을 써가며 거의 생방송처럼 드라마를 제작하던 관행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본다. OTT처럼 방송사들도 사전에 기획을 철저히 하고 100퍼센트 사전제작을 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영상 콘텐츠 산업의 생산과 소비 전반에서 글로벌 편중을 벗어난 방식이 확대될 것이라는 의미다.”

지금 중요한 것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주변부로 물러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중심부로 들어가 그곳으로부터 사물을 관찰하고 논의를 펼쳐갈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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