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 시장에서 맞붙은 삼성과 애플
  • 이호길 시사저널e. 기자 (always@sisajournal-e.com)
  • 승인 2022.03.17 07:30
  • 호수 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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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보급형 아이폰 2년 만에 공개…신흥국 시장에서 삼성 갤럭시A 시리즈와 혈전  전망

삼성전자와 애플이 중저가 시장에서 맞붙게 됐다. 애플은 3월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특별 이벤트를 열고 아이폰 SE 3세대 신모델을 선보였다. 지난해 아이폰13 출시 이후 반년 만이자, 2020년 4월 발표한 아이폰SE 2세대 출시 후 2년 만이다. 아이폰SE 3세대 출고가는 429달러(약 59만원)로 책정됐다. 전작 아이폰SE 2세대는 399달러(55만원)로 가격이 높아지면서, 성능도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폰SE 3세대에 들어간 프로세서는 ‘아이폰13’ 시리즈와 동일한 최신 A15 바이오닉 칩이다. 5G통신도 지원한다. 아이폰SE 2세대는 A13 바이오닉 칩을 내장했고 LTE를 지원했다.

2021년 3월17일 ‘삼성 갤럭시 어썸 언팩’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 이세진(Rachel Lee) 프로가 '갤럭시 A' 시리즈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뉴시스

프리미엄 시장 주력하던 애플, 갤럭시A 견제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신모델을 대거 출시하는 방식으로 애플에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3월 중순부터 갤럭시A73·A53·A33·A23 등 신제품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갤럭시A53은 지난 2월 국내 전파 인증을 획득해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각국에서 제품 인증 작업을 하며 출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조만간 공개될 갤럭시A73은 1억8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해 촬영 기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억800만 화소 카메라가 적용된다면 갤럭시A 라인 제품 중 최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모델에만 탑재된 손떨림방지(OIS) 기술을 올해부터 A시리즈 전반으로 확대해 카메라 성능을 강화할 전망이다.

갤럭시A로 중저가·보급형 시장을 꾸준히 공략한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은 그동안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91~400달러(약 11만2000~49만5000원) 사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에 열세였다. 그러자 전략을 수정했다.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를 위해 애플은 2년 만에 보급형 시장으로 돌아왔다. 옴디아는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모델은 평균판매가격(ASP) 160달러(약 19만8000원)인 삼성전자의 ‘갤럭시A12’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 제품의 지난해 출하량은 5180만 대로 2위를 차지한 아이폰12(4170만 대)보다 1000만 대 이상 많았다. 역대 스마트폰 단일 모델 중 출하량 5000만 대를 넘은 것도 갤럭시A12가 최초다.

ASP가 138달러(약 17만원)인 ‘갤럭시A02’도 1830만 대가 팔려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500달러(약 61만8000원)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과는 상반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분석에 따르면 애플은 이 부문에서 75%의 점유율을 기록해 16%에 그친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2020년과 지난해 각각 출시된 아이폰12·13 시리즈의 쌍끌이 흥행 영향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애플,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는 업체는 삼성전자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스마트폰 매출액은 1960억 달러(약 242조원)로 720억 달러(약 89조원)를 기록한 삼성전자보다 높았다. 반면 출하량은 삼성전자가 2억7000만 대로 애플(2억3790만대)보다 많았다.

애플이 양적 성장을 도모하려면 기존 아이폰 시리즈뿐만 아니라 중저가 제품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3억6490만 대 가운데 300달러 미만 제품(2억3930만 대) 비중은 65.6%로 절반을 넘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의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5G 제품 수요 급증이 맞물리면서 중저가 제품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낮은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중국 업체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만큼 애플로서도 보급형 기종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애플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6900만 대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고, 매출은 380억 달러로 집계돼 전년보다 27% 성장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단일 국가 기준으로 중국 다음으로 크지만, 애플 점유율은 순위권 밖이다. 샤오미가 24%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고, 삼성전자는 18%로 2위를 차지했다.

중저가 스마트폰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시아와 중남미에서도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두 지역 시장점유율은 각각 20.7%와 38%로 주요 업체 가운데 1위였다. 반면 애플은 동남아시아에서 기타 업체로 분류되면서 순위권에서 제외됐고, 중남미에서 4.4%를 기록했다.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전략의 변화가 필요했던 셈이다.

3월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 SE를 소개하고 있다.ⓒ AFP 연합

스마트폰 3대 중 2대는 300달러 미만

신흥국 시장 공략을 위해 아이폰SE 신모델 출시가 빨라졌다는 해석도 있다. 애플의 유일한 중저가형 모델인 아이폰SE 1세대는 지난 2016년 출시된 뒤 4년 후인 2020년에 2세대가 공개됐다. 그러나 3세대가 나오는 데는 2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애플이 격년 단위로 아이폰SE 모델을 출시해 중저가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실제 2020년 아이폰SE 2세대 출시 당시에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고, 출시 첫해 연간 240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해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 8위에 등극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이폰SE 3세대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전작과 유사한 디자인과 주요 스펙 업그레이드 등으로 전작 수준 이상의 흥행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이폰SE 생산량은 최대 3000만 대 정도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중저가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기 위해선 가격이 50만원대로 예상되는 갤럭시A53을 아이폰SE 수준으로 판매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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