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인데 효과있나” 소아백신 접종 앞두고 기로에 선 부모들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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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만 5~11세 소아 백신 접종 시작
“부작용 무서워” VS "재유행 우려"
이달 말부터 5∼11세 소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진행이 예정인 가운데 14일 서울 시내의 한 의원에 소아청소년 코로나19 백신접종 관련 책자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이달 말부터 5∼11세 소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진행이 예정인 가운데 14일 서울 시내의 한 의원에 소아청소년 코로나19 백신접종 관련 책자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학교에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오는데, 접종해야 할까요?"

"이제 곧 정점이라는데, 효과 있을까요?"

16일 서울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학부모들의 글이다.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코로나19 소아백신 접종을 앞둔 부모들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다. 면역력이 약한 소아인데 접종을 하자니 부작용이 걱정되고, 교내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에 접종을 마냥 미루는 것도 석연치 않다. 

정부는 오는 24일부터 만 5~11세 소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을 받아 31일부터 접종을 시작한다. 질병관리청은 소아 백신접종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증화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소아에게는 접종을 적극 권고했지만, 일반 소아의 접종은 자율 판단에 맡겼다. 소아에게는 화이자가 개발한 소아용 백신이 쓰이며, 성인 접종량의 3분의 1 정도를 맞는다. 

부모의 재량에 따른다면서도 정부는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장은 "백신의 효과가 100%가 아니라면 맞히지 않고 자연감염 하겠다는 부모님도 계실 것이고, 백신으로 감염이 예방될 가능성이 있다면 맞히고 싶다는 부모님도 있을 것"이라고 선택권을 주면서도 "아이들의 감염률이 매우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백신접종을 통해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여지는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임상시험의 안전성, 면역원성, 유효성 결과를 근거로 62개 국가에서 5∼11세 소아 접종이 시행되거나 검토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5~11세 소아용 화이자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 90.7%의 유증상 감염 예방효과가 확인됐고, 대부분의 이상반응 사례는 경증이며 중대한 이상반응은 극히 드물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이상반응 수동감시체계 결과, 5∼11세 소아를 대상으로 한 약 870만건의 예방접종 사례 중 0.05%인 4249건에서 이상반응이 보고됐다. 이 가운데 97.6%는 구토, 발열, 두통 등 일반 이상반응이었다.

그러나 부모들은 만에 하나라도 부작용이 나타날까 걱정이다. 7세 아이를 둔 A씨는 "백신 접종 후 청소년 사망이 7명이나 됐는데, 소아들은 더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부작용이 무서워 일단은 접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맘카페 회원 B씨는 "코로나 걸리면 증상이 예측 가능하고 약 먹으면 되는데, 백신 부작용은 예측이 안돼 상상만으로 끔찍하다"라고 썼다. 이 같은 우려에 부모들은 법정까지 가서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을 막기도 했다. 청소년 방역패스는 백신을 접종한 학생만 학원·도서관·스터디카페 등 다중 이용 시설을 출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당초 지난달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법원이 학부모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정부가 시행시기를 4월로 늦췄다.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진입하는 이 시기에 소아 백신 접종이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방역당국은 오는 22일 이전에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에 소아 백신을 맞더라도 1·2차 접종 간격(8주)과 접종 완료 후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의 소요기간(1~2주)를 고려하면 6월이 되어서야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미 소아 감염이 급증하는 시기를 지나 접종을 시행하는 것은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유행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SNS에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대유행이 마지막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볼 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라며 "감염병은 그 자체적인 특성으로 한번의 큰 유행이 아니라 반복적인 파도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적었다. 실제로 독일이나 중국 등 해외 여러 국가가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방역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는 10세 아이를 둔 C씨는 "해외에 재유행이 사례를 보면 차라리 빨리 맞히는 게 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했다. 또다른 맘카페 회원 D씨는 "백신이 겁나면 안맞으면 되겠지만, 그나마 백신 덕분에 코로나가 조금은 가볍게 지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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