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지지’ 尹과 ‘콘크리트’ 文의 예고된 충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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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無레임덕’에 신‧구 갈등 격화…文-尹 만남도 불투명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 이후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기간이다. 앞으로 며칠이 더 필요한지도 불확실하다. 통상 대통령과 당선인은 대선 이후 열흘 이내로 만남을 가져왔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그 전례를 깨고 최장 기간 만나지 않은 사이로 기록됐다. 신‧구 권력 간 정면충돌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현재 갈등의 핵심에는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이 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1호 사업으로 취임 전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인사권 행사 문제로 파열음을 연출한 데 이어 집무실 이전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양측의 갈등은 확산일로를 걷는 분위기다. 두 사람은 어쩌다 정면충돌하게 됐을까.

문재인 대통령(왼)과 윤석열 당선인 ⓒ 시사저널
문재인 대통령(왼)과 윤석열 당선인 ⓒ 시사저널

50% 못 넘는 尹 기대치 vs 40% 굳건한 文 지지율

사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 갈등은 예견된 일이라는 해석이 주효하다. 권력 이양기에 새로운 권력이 변화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선 민심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윤 당선인은 선거 역사상 최저 격차인 0.73%포인트로 신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에 대한 국정운영 기대치도 최저 수준이다. 21일 발표된 리얼미터-미디어헤럴드(14~18일 2521명) 조사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국정수행 긍정 전망은 49.2%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3.5%포인트 하락하며 50%선이 깨졌다. 지난주 52.7% 기록도 같은 조사에서 나타난 이명박(79.3%)‧박근혜(64.4%)‧문재인(74.8%) 당선인의 기록보다 상당히 뒤쳐졌다.

그래픽 = 시사저널 양선영
그래픽 = 시사저널 양선영

윤 당선인으로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선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되는 대목이다. 임기 말 대통령은 레임덕을 겪는 게 일반적이지만, 문 대통령은 임기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현 시점에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앞선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지지율은 42.7%를 기록했다. 전주 38.1%로 떨어졌던 지지율이 일주일 만에 40%선을 회복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대선 전부터 정권교체와 정권유지 구도로 정확히 갈렸던 민심이 대선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 회동 불발과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가 시발점이 되어 여당 진영의 재결집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배 소장은 “사실상 문 대통령이 진보 진영의 유일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구 권력 갈등이 불거질수록 윤 당선인을 향한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래픽 = 시사저널 양선영
그래픽 = 시사저널 양선영

신‧구 갈등은 ‘치킨게임’…“접점 찾아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모두 일련의 사건들이 신‧구 권력 갈등 프레임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22일)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 “안보 공백을 우려한 것일 뿐 권력 갈등으로 비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도 같은 날 김은혜 대변인의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발언이 용산 집무실 이전을 촉구한 취지라는 보도가 나오자 “민생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이지, 집무실 이전을 촉구한 발언은 아니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권력 갈등 프레임 확산으로 국론 통합이 저해될까 우려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마이웨이’ 신호탄도 동시에 감지된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자 “5월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개방을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임시 집무실로 활용해 취임 직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다”며 사실상 윤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에 경고장을 보냈다.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용산 국방부 청사(위) 모습과 청와대 자료 사진 ⓒ 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용산 국방부 청사(위) 모습과 청와대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양측은 지난 18일 “허심탄회하게 만나자”는 데 합의하고 회동을 위한 실무진 협의를 재개했지만, 회동 날짜는 22일 현재까지 불투명한 상태다. 실제 실무 협상을 맡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전날 서울 모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지만 팽팽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협상 직후 집무실 이전 문제를 두고 양측이 강대강 대치 전선을 형성하게 되면서, 회동 시기가 더욱 늦춰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구 권력 갈등 구도가 지속되면 양측 모두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권력을 내어줘야 하는 문 대통령으로선 갈등이 격화할수록 ‘몽니를 부린다’는 비판에 처할 수 있고, 윤 당선인 입장에서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운영 초기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임기 내내 상당한 부담을 겪게 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양측이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전날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윤 당선인을 향해선 “꼭 용산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소통이 잘 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일갈하고는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다음 새 대통령이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두 사람이 시급하게 만나서 해결할 것은 해결해야 한다”며 회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도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윤 당선인의 집무실 강행 방침에 비판적 시선을 드러내면서도 “문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양보해야 한다”며 양비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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