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살 공무원 유가족 “北에 할 말 못 한 文, 그리고 北에 대응할 것”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5 07:30
  • 호수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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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피살 공무원 배우자·친형 인터뷰
“文의 대북 퍼주기 정책은 잘못”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40여 일을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다. 올해 들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횟수는 11차례. 3월24일에는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사정거리 1만3000km 이상 추정)을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 천명한 핵실험·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3년11개월 만에 파기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기조로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등을 내용으로 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주창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공격으로 인한 희생자들이 재조명됐다. 과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인한 순국 용사들,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 이아무개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유가족은 문 정부의 대북 기조, 사건 관련 정부 입장 등을 비판해 왔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열린 마지막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3월25일)에 불참해 천안함 유가족의 원성을 샀고, 이씨의 유가족은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최근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희생자 중 이씨 유가족을 만났다.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 어업관리단 소속 이씨가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뒤 피살된 건 지난 2020년 9월21~22일. 이후 이씨의 장례식은 치러지지 못했다. 이씨의 배우자 권아무개씨는 3월29일 전화인터뷰에서 “오는 4월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와는 같은 날 경기도 안산시 소재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눴다. 아래는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이다.

피살 공무원 이아무개씨의 형 이래진씨ⓒ시사저널 박은숙

북한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입장에서 문 정부의 대북 기조를 어떻게 보나.

이래진씨(이하 )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할 때도 자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우선이어야 한다. 적대국가의 안위나 안전은 이후 정치적 행위일 뿐이다. 그 정치적 행위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거나 보장하는 건 아니다.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북한의 행위가 무조건 정당하다는 식이었다. 특히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미국이 경계했던 레드라인을 넘었다. 정부의 대북 퍼주기가 잘못됐다는 걸 방증한다.”

권아무개씨(이하 ) “북한이 대통령을 향한 모욕적 발언도 하고, 미사일도 발사했다. 우리는 항의 한 번 못 했다. 국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많이 느낀다. 평화는 일방적으로 외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모든 국민이 북한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느껴야 평화가 시작되는 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0년 9월25일 통일전선부 명의의 사과 통지문을 보냈다. 청와대는 같은 날 두 정상 간 친서도 공개했는데.

“국가 정상 간 기밀 서신은 비공개다. 정부는 그럼에도 김정은과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를 본 후 사고와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정부는 항소했다. 취임 첫해인 지난 2017년 7월, 문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다. ‘정부가 재판을 통해 패소했더라도 항소를 하지 말라’는 거였다. 정보가 많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재판을 하면 세상이 뒤바뀌겠느냐고 그랬다는 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게 이러한 내용의 기사 링크를 보냈다. 정부는 그런데도 항소를 했다.”

“북한의 통지문이 온 뒤, 북한을 용서한 건 우리가 아니었다. 정치인들이었다. 북한의 사과를 받아야 하는 건 유가족이어야 한다. 우리가 김정은을 용서해야 한다. 이를 청와대가 했다. 우리는 정부의 사과를 직접 들어본 적이 없다. 남편의 소식을 전해준 정부 측 사람도 없었다.”

정부의 대응 방식에 실망을 많이 한 것 같다.

“동생은 해수부 공무원으로서 목숨을 걸고 서해 해상을 수호했던 애국자였다. 그 애국자를 정부의 해상 경계작전 실패 등을 은폐하기 위해 월북으로 몰았던 것 아닌가. 월북이라면 대공 사건이다. 대공 사건 관련 과거 사례를 보면,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합동심문조에 의한 조사가 진행된다. 동생 사건에서는 이러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월북이라는 단어를 꺼냈고, 그 프레임을 유지해 왔다.”

“정부뿐만이 아니다.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28일 오후 MBC 《뉴스외전》에서 남편을 두고 ‘월북한 것으로 결론 났다’고 말했다. 분노했다. 사건은 진행 중이다. 결과가 안 나왔다. 유가족이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정부가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월북이라고 단정 지은 거다. 아이러니한 게 북한은 월북이라고 하지 않았다. 불법 침입자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남편을 월북자로 둔갑시켰다.”

ⓒ연합뉴스
2020년 9월25일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해경선으로 보이는 선박 관계자들이 조사를 마친 후 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를 상대로 고려 중인 다른 방안이 있나.

“문 대통령이 퇴임하는 오는 5월9일 이후 법리 검토를 통해 직무유기, 살인방조 등 혐의로 대통령을 고소할 예정이다.”

“국가와 북한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생각하고 있다. 돈을 받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북한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변호사 말로는, 북한을 상대로 한 소송이 너무 늦어지면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현 정부에서 일어난 사건이니만큼, 윤석열 당선인 취임 전에 하는 것이 낫다더라. 4월 중 소를 제기할 것 같다.”

문 대통령은 퇴임 뒤 경남 양산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배우자와는 같은 지역 주민이 된다.

“일전에 윤 당선인을 만났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이 퇴임하면 양산에 가서 같은 시민이 되는데 어떤가’라고 물었고, 이에 매일 찾아갈 거라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그런 내게 ‘퇴임해서 간 분에게 그럴 것까지는 없다’고 하더라.”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올 초 윤 당선인은 면담에서 ‘국민 세금으로 국가 정보 자산을 취득해 발생한 부분은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는 국가 책무’라고 했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정보공개 청구소송과 관련해 현 정부가 항소한 부분을 취하하겠다고 했다. 새 정부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주고받는 걸 명확하게 했으면 한다.”

“과거 윤 당선인은 취임하면 남편 사건의 진실 규명을 먼저 하겠다고 말했다. 책임자 처벌도 책임지겠다고 했다. 주요 정보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될 수 있다는 문제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사건 결과가 2주기 안에 나왔으면 좋겠다. 새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런 정부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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