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석열 메시지는 “내 정치 한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5 10:00
  • 호수 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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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검수완박’ 입법에 정면으로 맞서
법무부 장관 권한 강화해온 민주당 부메랑 맞을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정면으로 맞섰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을 당론으로 결정한 다음 날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표했다. 한동훈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좌천됐던 ‘윤석열 스타일’의 검사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으로서 검수완박을 밀어붙이자, 윤 당선인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장관 임명권으로 맞불 대응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윤석열식 정치’를 선보인 셈이다. 윤 당선인의 한 후보자 전격 지명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등 다른 내각 인선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미리 흘려 언론의 사전 검증을 받게 했지만 결정적 승부수만은 김영삼 대통령의 ‘하나회 척결’처럼 철저한 보안 속에 깜짝 단행했다. 이로써 ‘검수완박 정국’은 ‘한동훈 정국’으로 확대·전환됐다. 한 후보자는 순식간에 윤석열 신정권의 ‘태풍의 눈’ 혹은 ‘신데렐라’로 부상했다. ‘검수완박과 한동훈’은 대선 연장선상에 있는 6·1 지방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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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시대의 유일한 수사권, 법무장관 ‘상설특검’ 직권

한 후보자의 첫 일성은 “검수완박 법안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72석이라는 국회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이를 저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문재인 정부에서 법안 공포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검수완박 법안을 막을 수 없다면, 한 후보자를 검찰 내에 두는 것은 무의미하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한동훈 검사장은 검찰 내 최고의 칼잡이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대장동 수사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모이는 서울중앙지검이나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사건이 즐비한 수원지검에 배치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민주당의 계획대로라면, 검수완박 법안은 공포 후 3개월 후에 바로 시행된다. 칼잡이에게 칼을 빼앗겠다는 것인데, 한 검사장이 뭘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이라면 칼자루를 쥘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바로 ‘상설특검’이다. 우리나라의 특검 형태에는 ‘상설특검’과 ‘별도의 입법을 통해 도입되는 특검’이 있다. 이 중 상설특검은 법무부 장관의 직권으로 도입이 가능하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협의를 통해 국회의장에게 통보하면 된다. 한 후보자로서는, 법무부 장관의 상설특검 직권이 검수완박 시대에 수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장동 사건’을 상설특검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 역시 대장동 사건을 상설특검에 넘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후보자는 “상설특검은 (장관으로서)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아직 구체적 사안을 알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는 건 경솔하다”며 확답을 피했다. 그러나 “검찰은 효율적으로 실력 있게,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을 잘 잡으면 된다”면서 수사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친문은 알아서 나가라”…김오수 거취에까지 영향 미칠 듯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자문에 응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애초에 법무부 장관 후보로는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과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 검찰 OB(퇴직)들이 물망에 올랐다”면서 “갑자기 한동훈 검사장이 낙점된 것은, 검수완박 시대에 법무부 장관의 상설특검 직권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수사와 관련해서는 한 검사장만 한 인물이 또 있겠는가”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 검수완박에 대응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상관없고”라는 한마디 말만 남겼다.

한 후보자의 파격 발탁은 인사 태풍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검찰에는 후배가 상급자에 오르면 선배들은 모두 옷을 벗는 관례가 있다. 심지어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을 임명할 경우 검찰총장과의 서열 관계도 신경을 써왔다.

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7기로, 전국 지검장 18명 중 한 후보자보다 후배는 단 2명(문성인 전주지검장, 고경순 춘천지검장(이상 28기))뿐이다. 검찰 내 한 후보자의 선배 기수는 모두 23명으로 김오수 검찰총장(20기)은 한 후보자보다 7기수 위다. 벌써부터 고검장·지검장들의 줄사표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초기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에 임명된 것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고검장급이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제 막 지검장이 된 윤 당선인을 임명했다. 이어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18기)보다 5기수나 아래인 윤 당선인을 검찰총장에 앉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기수 파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인적 쇄신을 추진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검찰 수뇌부를 차지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와는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윤 당선인을 초고속 진급시키면서 검찰 윗선들을 정리한 것”이라면서 “한 후보자의 지명도 똑같은 메시지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는 알아서 옷을 벗으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법무부 장관의 가장 막강한 권한은 인사권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문재인 정부(3번) 이전에는 단 한 번(참여정부) 발동됐을 뿐이다. 인사권이야말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 조직을 총괄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검찰 인사의 청와대 조율 파트너가 사라졌다. 이는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 더 막강해진 것을 의미한다.

 

민정수석실 없어지면서 검증 기능까지 법무부에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오른다면, 당장 오는 7월 검찰 정기 인사가 기다리고 있다. 특수통 출신들로 구성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화려한 복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 저지와 관련해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한 후보자가 차기 검찰총장을 지명하는 순간이 곧 올 수 있다. 즉, 한 후보자의 손으로 검찰 내 문재인 정부의 그림자를 완벽히 지울 수 있는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민주당 계획대로 시행될 경우, 한 후보자가 직제 개편을 통해 어떤 묘수를 꺼내들지도 주목된다. 현재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수사부는 서울·대구·광주·부산 등 4곳에만 남아있다 그러나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직접수사 부서는 대규모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의 권한은 이전 정권보다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서 법무부가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민정수석실이 맡았던 인사 검증 역할을 법무부가 담당하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5년간 민주당은 검찰총장 권한 축소에 몰두했다. 이는 법무부 장관 권한 강화로 이어졌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대표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내 명을 거역했다”고 말한 검찰 인사 대립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다. 이 법안대로라면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됐을 때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오수 검찰총장의 의견을 전혀 들을 필요가 없다.

또한, 김용민 의원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격하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추미애 전 장관이 채널A-한동훈 검사장 유착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는데, 이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국감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발언했다. 김 의원의 법안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해 한 후보자는 무혐의 처리됐고, 채널A 기자 역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상하관계이며 이로 인해 수사지휘권이 남발돼도 무방한 것인지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는 “ 개혁을 내건 민주당은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비(非)검사를 법무부 장관에 앉혔다. 문제는 정치인이 임명되면서 정치적 중립은커녕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너무 많이 발생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비(非)정치인을 법무부 장관에 앉힌다는 기조를 내세웠다”면서 “그러나 다시 출신을, 그것도 문재인 정부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인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은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이는 전(前)정권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과정일까, 아니면 역사의 퇴보일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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