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겨눴던 칼’에 위협 받는 尹…정호영 ‘1호 낙마’ 되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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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와 유사한 정호영판 ‘아빠 찬스’ 의혹
文-尹 해명도 비슷…커지는 논란에 국힘도 ‘부글부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이른바 ‘아빠찬스’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조국 사태 시즌2”라는 꼬리표까지 붙였다. 자녀들의 입시 비리 양상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해명 구조도 닮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정호영 카드’가 윤 당선인의 첫 낙마 사례로 기록될지 주목된다.

18일 윤 당선인 측은 정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의 부당 특혜 의혹이 확산되는데도 후보를 교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날 “후보자 본인이 다 소명하겠다고 하지 않나.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당선인 입장부터 바라는 것은 조급하다”며 중도 낙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 당선인도 전날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선을 그었다. 

2019년 7월25일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왼쪽)이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대화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2019년 7월25일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왼쪽)이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대화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40년 지기 정호영 감싸는 尹…‘조국 사태’ 전철 밟나

이는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가족 입시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할 때 내놓은 해명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임명 취지를 설명했다. 당사자가 관여한 위법 행위의 직접적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논리였다. 사실상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논란의 후보자를 같은 논리 구조로 감싼 셈이다.

검증 대상인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논란을 일일이 반박한 것도 닮은꼴이다. 정 후보자는 전날(17일) 기자회견을 열어 40여 분간 요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23페이지 분량의 해명 자료집을 언론에 배포하고는 “어떤 부당 행위도 없었다”며 무고를 주장했다. 조 전 장관도 2019년 9월 후보자 시절 ‘끝짱 기자회견’을 표방한 바 있다. 국회에서 9시간 넘게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후 검찰 수사에서 딸의 입시 비리 관련 위법 행위 정황이 드러났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관련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며, 딸 조민씨는 고려대와 부산대에서 입학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정 후보자가 조 전 장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尹 “지켜보겠다” 입장에도 국힘 내부에선 자진 사퇴 요구 커져

정치권에선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의 ‘40년 인연’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며 끝내 엄호한 것과 같이, 윤 당선인도 40년 지기인 정 후보자를 쉽게 내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 경우 조 전 장관 사태를 계기로 민심 이반을 겪은 문재인 정권처럼, 윤석열 정부도 정 후보자 사태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순적이게도 조국 전 장관에게 ‘불공정’의 칼을 들이대며 몸집을 키웠던 윤 당선인이 같은 비판의 화살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선 벌써부터 정 후보자를 향한 자진 사퇴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공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거취를 직접 결단해 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공개적으로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태경 의원도 “억울하더라도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한편 정 후보자는 2015~2016년 경북대 병원 부원장·원장으로 재직할 때 그의 딸,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 연이어 학사 편입한 과정에서 부당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녀들이 아버지가 재직하는 경북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논문 실적을 쌓아 의대 편입용 ‘스펙’을 쌓았다는 의혹이다. 또 딸의 경우 구술평가에서 만점을 준 심사위원이 정 후보와 인연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아들은 의대 편입에 활용한 논문 참여 과정에 정 후보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학부생 시절 연구원 활동 부풀리기 의혹과 병역 등급 논란 등에도 휩싸인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자는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교육부 차원의 감사를 자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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