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59억’의 수령자가 중학교 동창?…法 “지급 불가”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2.04.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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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쑥떡 사망사건’…보험금 청구 소송서 ‘원고 패소’ 결정
앞서 경찰이 4년 수사했으나 결국 내사종결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법원 로고 ⓒ연합뉴스

50억원대 사망보험에 가입한 50대 여성이 돌연 사망해 보험금 수령자로 지정된 중학교 동창이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보험 사기를 의심하며 패소 판결했다. 세간엔 일명 ‘쑥떡 사망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동창생 A씨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16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에 수상한 정황이 여럿 보여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다.

사건은 지난 2017년 9월 경남 창원에서 민속주점을 경영하던 김아무개씨(사망 당시 54세·여성)가 주점 내에서 숨진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김씨의 목엔 쑥떡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쑥떡이 사망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인 불명’ 판정을 내렸다.

수사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2013~2017년 16개 보험사에 걸쳐 사망보험 상품 20건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금 총 합계는 59억원으로, 매달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만 142만원에 달했다. 생전 김씨의 월평균 소득은 100만원 이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금 수령자는 김씨의 중학교 동창이자 법적 자매인 A씨였다. A씨가 2016년 53세의 나이에 A씨의 어머니에게 입양됐고, 이를 전후해 보험금 수령자 역시 김씨의 자녀에서 A씨로 변경된 것이다.

경찰은 A씨가 김씨의 사망 전 ‘독이 든 음식’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인 점 등을 토대로 보험 사기 관련 수사를 약 4년 간 진행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지난해 12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결국 내사종결 처리됐다. 이에 A씨는 동창 김씨의 죽음에 대해 “떡을 먹다가 질식해 사망했으니 재해 사망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새마을금고중앙회 포함 16개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의 보험 가입 및 수령자 변경과 관련해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망 이외 별다른 보장이 없는 보장성 보험에서 법정 상속인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중학교 동창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해 변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거액의 보험료를 매월 납부한 것은 A씨가 조기에 사망할 것을 확신했다는 것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또한 재판부는 ‘수상한 보험 계약’의 판단 근거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김씨의 모친에게 입양 동의를 받은 과정이 석연치 않은 점, 김씨에게 별다른 질병이 없었던 점,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A씨가 사고사 없인 해당 보험 계약이 손해임을 모를 수 없었다는 점, A씨가 매달 김씨의 보험료 142만원 중 126만원을 대출까지 써가며 대납했던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경찰이 장기간 수사 끝에 해당 사건을 내사 종결한 것을 두고도 “형사 처벌에 필요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경찰이 장기간 수사를 벌였다는 것 자체가 단순 보험사고로 보기 어렵게 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에 나섰다. 한편 이번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계류 중이던 나머지 15개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오는 5월10일 변론이 재개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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