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2중대’ 오명 쓰나?…정의당의 ‘검수완박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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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비례정당’ 사태로 ‘민주 불신론’ 득세…필리버스터 두고 의견 갈려
진중권 “아직 정신 못 차렸나…필리버스터 중단 가담하면 당 망해”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27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관심은 정의당에 쏠린다.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버스터 중단을 두고 정의당 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진보 정당을 표방하는 정의당이 정당 정치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필리버스터를 막아서는 게 맞느냐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일각에선 과거 ‘조국 사태’를 옹호하며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썼던 경험이 정의당에게 고민을 안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새벽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단독 기립표결로 검찰 수사·기소 분리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으로선 본회의 처리를 막아낼 마땅한 비책이 없다. 유일한 방법은 필리버스터를 동원해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수완박’이 강행 처리될 경우 필리버스터 등 국회법이 정한 모든 절차와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개시와 동시에 저지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선 정의당의 손을 잡아야 한다. 필리버스터 종결 정족수인 180명을 확보하려면 무소속·소수정당 7명을 모두 끌어들여도 1명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정의당 내에서는 필리버스터 종결 시도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필리버스터라고 하는 것은 소수 정당들이 반론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국민의힘이 이렇게 나오는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를 중단 표결하는 것이 맞느냐라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필리버스터 문제는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하시는 의원님들이 계시는 상황”이라며 “(의견이) 팽팽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의당 내부에 ‘민주당 불신론’이 팽배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연대를 모색했다가 ‘뒷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의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과 ‘조국 사태’ 대응 등과 관련해 사실상 민주당을 돕는 모습을 취했다. 그러나 2020년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위성비례정당을 창당하면서 정의당이 민주당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당시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는 뼈 아픈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조국 사태’ 때 정의당 태도에 실망, 탈당했다가 2년 만에 복당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정의당이 필리버스터 중단에 동참하면 안 된다고 강변했다. 소수 의견을 묵살하고 ‘거대 여당’에 동조하는 모습은, 정의당이 추구하는 다당제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진 전 동양대 교수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필리버스터 중단에 가담하면 정의당은 망한다”며 “이번에 스탠스를 완전히 잘못 잡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아직도 정신들 못 차렸나”고 반문하며 필리버스터 중단에 동조하려는 당 지도부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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