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영세 처남도 논란 싸인 중국 커피 사업에 투자했다
  • 이원석·구민주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6 14:00
  • 호수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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權 통일장관 후보자 핵심 의혹 ‘형제의 중국 커피 사업 투자’ 추적
후보자는 사업과 무관함 주장하지만 연결고리 또 드러나
권 “처남 투자 몰랐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손해 봤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검증에서 핵심 의혹으로 꼽히는 형제의 중국 커피 사업 의혹과 관련, 권 후보자의 처남 또한 사업 초기부터 투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빈’의 중국 사업권을 따냈던 권 후보자 형제의 사업과 관련해 사업 과정에서의 권 후보자의 연관성, 사업 무산 이후 커피빈 본사로부터 받은 합의금 200억원의 행방 등 몇 가지 논란 지점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형제들이 했던 사업이고, 자신은 잠시 투자만 했다가 뺐을 뿐 ‘잘 알지 못한다’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계속해서 드러나는 연결고리들로 인해 해명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4월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처남, 사업 초기부터 3억 투자 등 깊이 관여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권 후보자 배우자의 오빠인 유아무개씨도 권 후보자 형제 A씨와 B씨가 중국 커피 사업을 위해 홍콩에 설립한 법인 ‘TNPI HK’에 지난 2012년 4월 3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유씨가 TNPI HK에 투자하기 위해 지인 C씨에게 돈을 빌렸고, 이후 채무와 관련해 벌어진 소송 판결문에서 확인된다.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엔 ‘피고(유씨)는 2012년 4월12일 A(권 후보자 형)와 사이에, 중국에서 커피빈 차이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된 법인 TNPI HK에 3억원을 투자해 위 회사 지분을 일부 양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A에게 3억원을 지급했다’고 명시돼 있다.

사건의 원고인 C씨는 유씨에게 대여금 외에 투자금도 2억5000만원 지급했다. 2012년 4월은 TNPI HK가 아직 커피빈 중국 사업권을 따내기 전으로 유씨가 사업 초반부터 권 후보자 형제의 사업에 참여하며 직접 투자금을 모으는 등 꽤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권 후보자의 형제 사업에 처가 쪽까지 연관된 것을 두고 권 후보자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거나 함께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긴다.

특히 권 후보자 부부와 유씨는 경제적으로 서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문자료에 따르면 권 후보자는 25억5000만원의 사인 간 채권을 갖고 있다. 이 중 21억원이 처남 유씨에게 빌려준 금액이다. 나머지 4억5000만원을 빌린 건 동생 B씨다. 권 후보자 부부가 유씨 소유의 집을 임차하기도 했다. 권 후보자 부부는 주중대사 재임과 겹친 2013년 1월부터 2015년 5월경까지 유씨 소유의 한남동 집을 임차했고, 2020년부터 현재까지도 유씨 소유의 동빙고동 다세대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유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그 사업으로 인해 온 가족이 손해를 봤다. 모든 상황이 거꾸로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권 후보자는 처남 유씨의 투자와 자신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권 후보자는 통화에서 “처남과 내 형제가 서로 알기 때문에 본인들끼리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왜 처남까지 끌어들이냐고 내가 동생에게 뭐라고 했다. 결국 처남도 손해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유씨와의 경제적 조력 관계에 대해선 “아무래도 서로 믿고 갈 수 있는 관계니까 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더팩트 등 관련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 커피 사업과 권 후보자의 연관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먼저 의혹의 중심이 되는 사건을 큰 골자로 정리하면 이렇다. 권 후보자 형제는 2012년 홍콩에 ‘TNPI HK’라는 법인을 설립했고, 이후 홍콩·상하이를 포함한 커피빈 중국 독점사업권을 따냈다. 그러나 2013년 9월 권 후보자 형제 측은 미국 커피빈 본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는다. 커피빈 측은 TNPI HK가 계약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계약 해지의 이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권 후보자 형제 측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계약 해지 통보가 있기 직전 커피빈 본사의 지분을 일부 인수했던 국내 투자기업 미래에셋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2012년 자신들과 투자 협의를 갖기도 했던 미래에셋이 사실상 사업권을 빼앗은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TNPI HK는 2015년 중국 사업 철수 및 비밀 유지 조건 합의금으로 커피빈 본사로부터 1800만 달러(약 200억원)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가 이 사업에 18억원가량을 투자해 3년여 만에 10배에 가까운 보상금을 얻어냈다는 추정이 나온다.

이러한 과정 곳곳에 권 후보자가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커피빈 본사와의 보상금 협상이 이뤄지기 직전 미래에셋이 금융감독원의 종합감사를 받는데, 이와 관련해 당시 주중대사이자 여권(박근혜 정부 및 새누리당) 실세였던 권 후보자의 입김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있다.

 

권 “고교 동창 설범 회장 투자도 나와 무관”

무엇보다 권 후보자는 TNPI HK에 직접 투자하기도 했다. 그는 TNPI HK가 커피빈으로부터 중국 사업권을 따낸 2012년 5월 TNPI HK의 비상장 주식을 자신과 딸 명의로 주당 1000원에 5만 주를 매입했다가 이듬해 주중대사로 임명되면서 매입했던 가격 그대로 모두 되팔았다. 최근 권 후보자 측은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선제·자발적으로 주식을 처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권 후보자가 주식을 주당 1000원에 되팔 당시 이미 TNPI HK의 주식 평가액은 주당 4만원에 가까울 정도로 상당히 높았다는 시각도 있어 형제들이 이후 해당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권 후보자와 관련이 깊은 대한방직이 해당 사업에 투자한 것도 이번 의혹의 중대한 한 지점이다. 설범 대한방직 회장은 권 후보자와 고교 동창으로 권 후보자가 18대 국회의원일 때 고액 후원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대한방직이 2012년 8월 사업 초기부터 권 후보자 형제의 사업에 11억원 넘게 투자한 것이다. 그 관계사가 10억원 넘게 들여 권 후보 형제의 국내 법인 TNPI의 지분을 매입하고, 4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빌려주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 후보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그는 “200억원 합의금을 받아서 마치 떼돈을 번 것으로 아는데, 실제 투자액이 300억원 훨씬 넘기에 오히려 손해를 많이 봤다”며 “거기에 제 압력이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그럴 수 있었다면 애초부터 사업권을 취소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방직의 투자와 관련해서도 “설범 회장과 형제들은 제가 연결시켜준 게 아니다. 양쪽이 서로 아는 것도 몰랐고, 사업 과정에서 알게 된 것으로 안다. 오히려 나는 굉장히 불편했다”며 “어쨌든 설 회장도 제 형제에게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것 아닌가. 2015년 이후로 서로 연락하거나 본 적이 없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계속되는 의혹 제기와 관련해 “대한방직 등에 특정한 목적을 갖고 (내 의혹에 대해) 제보하는 이들이 있다고 본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권 후보자의 청문회는 새 정부 출범 이후인 5월12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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