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청문회"에 혈세 '1억+α' 들어갔다
  • 공성윤·김현지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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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 후보자 19명 사무실 임차료 확인해 보니…
한덕수·추경호·정호영만 8800만원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 19명의 인사청문회를 위해 사무실 임차료로 들어간 돈만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 차량과 인력 지원에 따른 보이지 않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한 달 남짓한 청문회에 이만큼의 혈세가 들어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청문회는 전과 같이 의혹 검증에 치중하며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왼쪽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 시사저널 DB
(왼쪽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 시사저널 DB

 

시사저널이 청문회 후보자 19명을 지원하는 국무조정실 및 정부 부처 18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사무실 임차료로 가장 큰 돈을 쓰는 곳은 국무조정실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 사무실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에 마련했다. 건물 2층을 통으로 빌렸고 임차료는 관리비를 포함해 월 3000만원 수준이다. 한 후보자가 지명된 4월 초부터 이달 말까지 2개월 임차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총 임차료는 6000만원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종로구 주변 건물들의 임차료 시세에 맞춰 지급한 것”이라고 했다.

한덕수 사무실 임차료 6000만원…가장 비싸

보건복지부는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 15층 일부를 정호영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쓰고 있다. 복지부와 공단은 사무실 계약의 상세 내용에 대해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세종 관가와 공단 건물 시세 등에 따르면, 임차료는 대략 월 900만원으로 알려졌다. 관리비 600만원은 별도다. 합하면 총 1500만원이다.

기획재정부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장관 후보자의 사무실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빌딩에 꾸렸다. 임차료는 관리비를 포함해 약 1300만원이다.

환경부는 한화진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지원을 위해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빌딩을 빌렸다. 임차료는 월 420만원이다.

(왼쪽부터) 정호영 후보자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 추경호 후보자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한덕수 후보자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 시사저널
(왼쪽부터) 정호영 후보자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 추경호 후보자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한덕수 후보자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 시사저널

 

그 밖에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여성가족부 등 3곳이 장관 후보자 청문회 준비를 위해 사무실 임차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부처는 임차료 액수를 밝히지 않았다. 시사저널이 각 사무실이 위치한 빌딩의 주변 시세, 임대조건 등을 참고해 월세와 관리비를 추산해봤다.

이창양 산자부 장관 후보자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빌딩은 산자부 산하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소유하고 있다. 공단이 밝힌 해당 빌딩의 3.3㎡당 월 임차료는 6만5000원, 관리비는 3만5000원이다. 빌딩 관리인은 시사저널에 “장관 후보자 사무실은 단층 면적의 3분의 1 정도를 쓰고 있다”고 했다. 이 경우 사무실 추정 면적은 353.7㎡다. 이를 토대로 임차료와 관리비를 계산해보면 약 1070만원이 나온다.

이영 중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은 서울 영등포구 익스콘벤처타워 3층에 둥지를 틀었다. 3층 소유주는 원래 중기부 산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었는데 2015년 개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이 빌딩 9층은 지난해 말 3.3㎡당 임차료 4만5700원에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또 중기부 관계자는 장관 후보자 사무실 면적에 대해 “40평(132㎡)쯤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임차료는 약 180만원으로 추산된다. 관리비는 실비 정산하는 방식인데, 빌딩이 있는 여의도업무지구의 지난해 평균 관리비(3.3㎡당 3만5309원)를 적용하면 약 140만원이다. 더하면 총 320만원이다.

여성가족부는 김현숙 장관 후보자 지명 당시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건물을 빌려 쓰다가 지금은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으로 옮겼다. 이 빌딩은 40년째 광화문 중심부를 지키고 있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을 준비할 때 이곳에 캠프를 차렸다. 접근성이 좋은 만큼 셋값은 꽤 비싼 편이다. 임차료는 3.3㎡당 11만8000원, 관리비는 5만원이다. 컨설팅 업계에서는 직원 10명이 일하는 표준 사무실의 면적을 99㎡로 잡는다. 김현숙 후보자 사무실도 크기가 같다면, 임차료와 관리비는 약 500만원으로 추정된다.

이들 부처 및 국무조정실의 임차료(추정치 포함)를 모두 합하면 총 1억1110만원에 이른다. 그 외 다른 부처는 임차료를 내지 않았다. 직접 소유하고 있거나 직속기관이 갖고 있는 건물에 사무실을 꾸렸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의 경우 소유 건물이 아닌 서울 마포구 포스트타워 15층에 사무실을 냈다. 이 빌딩 14~15층은 해앙수산부가 연 4억4000만원을 내고 임차했다. 그런데 이곳은 원래 해양수산부 소속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 써온 공간이기 때문에 후보자 사무실을 위해 별도로 들어간 임차료는 없다고 한다.

 

차량·인력 지원 비용도 간과할 수 없어

한편 정부가 청문회 후보자에게 지원하는 것은 사무실뿐만 아니다. 차량도 지원한다. 권영세∙추경호∙박진∙이영 후보자 등은 현직 의원이기 때문에 관용차량 대신 유류비를 따로 받고 있다. 반면 비공무원 신분의 다른 후보자들은 필요에 따라 새로 차량을 지원받게 된다. 인력 지원도 간과할 수 없다. 각 정부 부처는 직원들을 후보자 청문회 준비단에 파견 형식으로 보낸다. 이에 따른 업무 과잉과 행정 공백은 불가피하다.

일례로 보건복지부는 정호영 장관 후보자의 숱한 의혹과 관련해 5월3일까지 총 63건의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처음 올라온 게 4월11일이니 주말을 뺀 16일 동안 하루 평균 약 4건의 해명 자료를 낸 셈이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해명 자료도 거의 매일 올라오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4월6일부터 5월1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한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관한 보도자료 38건을 올렸다.

정부 부처가 장관 후보자를 돕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인사청문회법은 ‘국가기관이 공직후보자에게 인사청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정작 알맹이는 없다는 지적이 어김없이 제기됐다. 청문회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옳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일례로 한덕수 후보자 청문회는 파행을 계속하다 결국 법정 시한을 7일 넘긴 5월3일에야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여야는 여전히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정호영∙이상민∙조승환 후보자 청문회도 나란히 파행됐다. ‘검수완박’ 여파로 이목이 집중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여야의 대치 끝에 5월9일로 연기됐다. 대통령 취임식 바로 전날이다.

국회는 청문회를 수차례 미루면서 시간을 벌었음에도 정책 검증에 신경 쓰지 않았다. 한덕수 후보자 청문회의 경우 국민의힘에서 정책 질문을 몇 가지 한 걸 빼면 의혹 검증이 전체를 뒤덮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이른바 ‘방석집’이란 원색적 단어로 얼룩졌고, 결국 후보자 자진 사퇴로 일단락됐다. 자연스레 정책 논의는 실종됐다.

보건복지부는 청문회 기간 동안 정호영 후보자의 정책에 관해 단 한 건의 보도자료도 올리지 않았다. 모두 후보자 개인 의혹을 반박하는 해명 자료였다. 청문회가 시종일관 의혹 검증에 치중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자료 제출이 미흡한 후보자 측에 책임을 돌리며 “맹탕 청문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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