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강 건넌 국민의힘, 잠룡들이 넘쳐난다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3 14:00
  • 호수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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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꽃다발 목에 건 오세훈·안철수·홍준표에 이준석까지…윤핵관과의 관계 설정이 변수 될 듯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압승으로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건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선거로 보수진영에는 차기 대권을 노려봄 직한 잠룡들이 넘쳐나고 있다. 완패한 더불어민주당이 리더십 부재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최초 4선 서울시장이 된 오세훈 시장부터 5년 만에 여당 의원으로 국회로 복귀한 안철수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당선인,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당을 승리로 이끈 30대 수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보수의 심장인 대구의 지방정부 수장으로 재기를 노리는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등 쟁쟁한 주자들이 차기 권력을 두고 치열한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6·1 선거를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 안철수 성남갑 국회의원 당선인, 이준석 당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등 차기 대권 잠룡들이 존재감을 보였다(왼쪽부터).ⓒ시사저널 이종현·국회사진취재단·오세훈 캠프

‘소통령’ 오세훈·‘당권 도전’ 안철수 유력 잠룡으로 부각

오 시장은 59.05%의 득표율로 39.23%를 얻은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20%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직전 민주당 대표였던 거물급 주자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다시 4년간의 서울 시정으로 존재감을 보일 환경까지 마련되면서 오 시장이 차기 대선에 나설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관측이다.

오 시장의 정치적 생명 부활은 극적이었다. ‘스타 변호사’에서 최연소 서울시장, 최초 재선 서울시장 등 탄탄대로를 걸었던 오 시장은 재선 서울시장이던 지난 2011년 직을 걸고 강행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하며 이후 10년 가까운 암흑기를 가졌다. 선거마다 그는 번번이 패배를 맛봤다. 2016년 20대 총선과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선 정치 신인이었던 고민정 민주당 후보에게까지 패배하며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듯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4·7 재보선에서 나경원(당내 경선), 안철수(단일화 경선), 민주당 박영선(본 선거) 등을 차례차례 꺾는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3선 서울시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대권의 야심을 가진 오 시장이 4년간의 시정을 통해 몸집을 더 키운 뒤 2027년 차기 대선에 도전하는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2002~06년)을 발판 삼아 2007년 대권 도전에 성공한 행로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오 시장은 합리적 중도 성향으로 대중적 지지세는 크지만, 당내 입지가 여전히 약하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 오 시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른 이가 바로 안철수 당선인이다. 세 번째 대권 도전이었던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일 후보 자리를 내주며 뜻을 접었던 안 당선인은 이번 보선에서 국회 귀환에 성공하며 ‘차기’의 발판을 재빨리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62.5%라는 압도적 득표를 기록하며 김병관 민주당 후보(37.49%)를 25.0%포인트 차로 눌렀다.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여전히 존재하는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당선인의 텃밭에서 당선됐다는 점, 아울러 지난 10년간은 제3당의 존재감 약한 대선후보였으나, 이젠 여당 3선 의원이라는 새 배경이 생겼다는 점에서 정치적 입지에도 꽤 변화가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안 당선인은 제3당 후보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로 연이어 중도 하차하며 최초 합리적 중도를 표방할 때의 고정 지지층을 계속해서 잃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지난 대선 이후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으며 정책에 강한 면모와 함께 안정적인 리더십을 선보였고,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를 강조하는 등 제3당 꼬리표를 떼고 노선을 수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나아가 그는 내년에 치러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탄탄한 당내 입지를 구축한 뒤 집권여당의 후보로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의 압승은 안 당선인의 당권 도전 계획에도 도움닫기가 돼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당선인의 행보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또 한 명의 당내 잠룡이 있다. 대한민국 정당사 최초로 30대 제1 야당 대표에 이어 이제는 여당의 대표가 된 이준석 대표다. 이준석 대표 체제 뒤 국민의힘은 꼰대 보수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등 세대교체 노력으로 당의 체질을 긍정적인 면모로 바꿔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그는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지선까지 당을 승리로 이끌며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미 당대표 당선 때부터 차기 대권주자로 꼽혀왔던 이 대표가 연일 정치적 중량감을 늘리는 모양새다. 2027년 대선 해에 이 대표는 만 42세가 된다.

 

2연승 이끈 이준석과 ‘보수 심장’에 똬리 튼 홍준표도 존재감 커져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당선인의 경쟁 구도도 흥미롭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 당선인과는 최대 앙숙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내년 6월 임기를 마친 뒤 당대표에 재출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특정 주자를 지원함으로써 당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합당 이후 최근 선거 과정에서도 두 사람의 이견은 순간순간 노출됐다. 상대적으로 당내 입지가 있는 이 대표의 영향력은 반대로 안 당선인에겐 큰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도 장애물이 없지는 않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의혹 제기로 경찰 수사와 당 윤리위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성 상납 의혹 건이다. 이 대표 측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선 경찰 수사 결과와 당 윤리위 판단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부정적 결과가 나올 경우 이 대표의 차기 행보엔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세게 맞붙었던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도 경남지사에 이은 두 번째 광역단체장에 당선되며 재기의 기틀을 마련했다. 홍 당선인은 지난 대선의 당내 경선 때 국민들의 높은 지지율에도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패인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이번에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시장에 도전한 것은 그다운 또 하나의 승부수로 평가된다. 대구에서 당심(黨心)을 확고히 다진 뒤 5년 뒤 다시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외에도 재선에 성공한 박형준 부산시장, 지난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윤석열 정부의 핵심으로 변신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도 차기 잠룡으로 거론된다.

경선에서 대권 잠룡으로 평가되던 유승민 전 의원을 누르고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됐던 김은혜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불과 0.15%포인트, 8000여 표 차이로 김동연 민주당 후보에게 석패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던 싸움이었던 만큼 충분히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선 5만4000표가량을 가져간 강용석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실패가 주요 패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도 분류되는 김은혜 후보가 재기에 성공할 경우 보수진영 내 여성 리더로서도 정치적 입지를 가져갈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로 부각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당을 장악하고 있는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이른바 윤핵관들과 잠룡군의 밀고 당기는 긴장관계도 주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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