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사단’ 박찬호 지검장 사의…“검찰 순수성 왜곡돼 괴로워”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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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에 법치 무너져…검수완박 재고돼야”
2019년 10월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 연합뉴스
2019년 10월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박찬호 광주지검장(56·사법연수원 26기)이 사의를 표명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 고위직의 한 사람으로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바 있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한 끝에 검사직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적었다. 

박 지검장은 "검사로 임용된 후 외부기관 파견이나 유학도 없이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오로지 검찰 내에서만 일하며 버텼다"며 "검사로서 스스로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함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법과 원칙에 근거해 공정성,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 정치적 진영논리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법치가 무너져가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 우리의 순수성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괴로웠다"고 했다.

이어 "급기야 '검수완박' 상황에 이르러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사적영역, 사법영역 등 비정치 영역에는 정치적 진영논리를 근거로 시시비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검수완박 등 최근 일방적으로 진행된 형사사법제도 변경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좌천성 발령 받았던 때를 언급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렸지만 패기를 잃지 않으려고 했다"며 "지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굴욕을 무릅쓸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오랜 시간 인내한 결과 감사하게도 명예가 회복되는 기회가 와서 매우 기쁘고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명예가 회복된 지금이 검사직을 내려놓을 때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박 지검장은 검찰을 향해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실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검찰이 스스로 중단없는 개혁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호남 출신인 박 지검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돼왔다. 대검 중수부 등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박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2017년 중앙지검 2차장을 맡아 선거·노동 범죄를 수사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있던 2019년에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그는 울산시장 선거를 둘러싼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정권 관련 굵직한 수사를 지휘했고, 이어진 인사에서 제주지검장으로 좌천됐다.

유력 총장 후보인 박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조만간 검찰 밖 핵심 보직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각 부처 요직에 잇따라 검찰 출신 측근을 기용하는 인사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박 지검장도 사직 인사에서 "검사로서 받은 은혜가 너무 커 그 나머지 허락받은 것을 돌려드리고 싶다"며 향후 공직 진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그는 "제 사직이 다른 의미로 해석되거나 또 다른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밖에서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검찰을 항상 응원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힘을 보태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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