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남FC 후원금 160억원, 상당 부분 현금으로 인출”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0 09:00
  • 호수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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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래은행에 인적 기록 보존돼…“검경, 현금 최종 종착지 곧 찾아낼 것”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160억원의 후원금 중 상당 부분이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을 수사 당국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은 성남FC 후원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간 사람이 누군지, 이 현금의 최종 종착지가 어딘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고액 현금을 인출했을 경우, 주거래은행에 인적 기록이 남는다”면서 “예상보다 빨리 수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5월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연합뉴스

성남FC 의혹 등 이재명 ‘피의자’로 적시된 사건 6건

3·9 대통령선거부터 6·1 지방선거까지 올해 예정된 모든 선거가 끝나면서 정치권을 향한 검경의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9월10일 ‘검수완박법’ 시행을 앞두면서, 검찰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둘러싼 수사다. 검경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기도시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의 선거사무소 전용 의혹 △아들의 성매매 및 도박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계좌추적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 밖에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역시 현재진행형이며, 최철호 KBS PD가 명예훼손 등으로 이재명 의원을 고발한 사건도 있다. 즉, 이재명 의원을 피의자로 적시한 사건이 6건이나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은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 재직 시절, 관내 기업들에 건축 인허가와 토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하고 성남FC 후원금을 유치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은 당초 2018년 바른미래당의 고발로 시작됐다. 바른미래당은 “2015~17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두산건설·네이버·농협·분당차병원·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 기업 6곳으로부터 성남FC 후원금 및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여원을 받는 대신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올해 2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보완수사 요청을 받아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다 5월2일 성남시청, 17일 두산건설과 성남FC를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특히, 경기 분당경찰서가 성남시청 정책기획과와 도시계획과 등 5개 부서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발부받은 법원 영장에는 이재명 의원이 ‘제3자 뇌물죄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이재명 의원이 직접 결재한 문서 등을 확보한 사실도 전해지면서, 이재명 의원 관련 수사 중 가장 먼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이 출마하면서 수사는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6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6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인출된 현금이 어디로 갔는지가 핵심”

시사저널 취재 결과, 검경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성남FC 후원금의 흐름을 추적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성남FC의 후원금 일부가 성남시 유관 체육단체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이뿐만 아니라, 성남FC 후원금 중 상당 부분이 특정 은행을 통해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이 밝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에 따라, 금융회사 등은 동일인 명의로 이뤄지는 1거래일 동안의 ‘1000만원’ 이상 현금거래에 대해 기록을 남겨야 한다”면서 “여기에는 현금을 인출한 사람에 대한 정보도 있다. 현금 인출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 그 현금이 어디로 전달됐는지도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법 시행 전에 기소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연루된 기업들이 법적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연루된 기업이 한둘이 아닌 만큼 양심 고백 등 내부 고발자가 곧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해 이재명 의원에 대해 서면조사만 하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압수수색 영장에 이재명 의원이 피의자로 적시된 만큼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경우 국회의 동의 없이 구속이나 체포되지 않는다”면서 “소환조사도 마찬가지다. ‘국회 일정상 바쁘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특히, 오는 9월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소환조사는 그 뒤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의원 관련 수사는 대부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맡고 있다. 경기남부청은 GH 합숙소가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선거사무소로 쓰였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4월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의원 아들의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과 관련해서는 지난 1월 장남의 계좌를 들여다봤다. 이재명 의원에 대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의 무료 변론 의혹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건 제보자인 공익신고자의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법인카드가 사용된 130여 곳의 업소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이 밖에 최철호 PD의 고발 사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수사하고 있다.

경기남부청은 6·1 지방선거 후 이재명 의원과 관련한 수사에 대해 “(이재명 의원의) 불체포 특권은 정치적인 얘기일 뿐이다. 이런 것을 고려하면 수사를 못 한다”면서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정 성남지청장(왼쪽), 박하영 전 성남지청 차장ⓒ연합뉴스
박은정 성남지청장(왼쪽), 박하영 전 성남지청 차장ⓒ연합뉴스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 박은정 지청장, 퇴직 대신 처벌받을 것”

선거가 끝나면서 검찰 내부 인사에 대한 수사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또 다른 축은 박은정 성남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이다. 박은정 지청장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성남지청 내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 사건에 대해 성남지청 수사팀과 박하영 당시 차장검사가 박은정 지청장에게 재수사 혹은 보완수사 요구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박 지청장이 묵살했다는 것이다.

박하영 차장검사는 이에 반발해 지난 1월말 사표를 썼다. 당시 박 차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더 근무할 방도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방법이 없었다”는 사직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은정 지청장은 최근 법무부에 사직 의사를 표명하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은정 지청장은 성남FC 후원금 수사 무마 의혹 건으로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박은정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공수처와 검찰에 고발했다.

박은정 지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였다. 박은정 지청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징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과 원칙을 어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이었던 박은정 지청장은 직속 상관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을 패싱한 채 감찰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표적 감찰’ 논란이다. 당시 파견검사였던 이정화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의 지시로 감찰 보고서에서 ‘윤 후보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작성한 문구가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박은정 지청장은 이때도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됐다.

ⓒ연합뉴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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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장·경기남부경찰청장 교체의 의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박은정 지청장의 ‘친문 검사’라는 호칭은 ‘반윤(反尹·반윤석열) 검사’로 바뀌었다. 같은 의미지만, 박은정 지청장의 처지와 위상은 천지차이다.

법무부는 박은정 지청장의 명예퇴직 신청을 허락하지 않고, 직위해제·직무배제 하거나 한직으로 좌천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거론되는 자리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다.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르면 법무연수원에는 7명 이내의 연구위원을 둘 수 있고, 이 중 4명만 검사를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연수원은 이미 만석이다. 한동훈 신임 법무장관의 첫 검찰 고위급 인사를 통해 ‘친문’ 또는 ‘반윤’으로 지목된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전 대검 공공수사부장,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쫓겨왔기 때문이다.

자리가 모자라자 발령만 딴 곳으로 내고 근무는 법무연수원에서 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종근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정진웅 대전고검 검사가 파견 형식으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종근 검사는 박은정 지청장의 남편으로, 그 역시 대표적인 친문 검사 중 한 명이다. 이종근 검사는 ‘이종근2’로 더 유명하다.

2020년 12월경, 이용구 당시 법무부 차관이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용구 차관의 휴대폰 속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내용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검사징계법 헌법소원을 청구하자 이에 대해 이용구 차관이 “윤(윤석열 검찰총장)의 악수인 것 같은데, 대체로 이것은 실체에 자신이 없는 쪽이 선택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근2’가 “네^^ 차관님”이라고 답했다.

당시 이종근 검사는 대검 형사부장을 맡고 있었다. 이를 두고 검찰총장 징계 정국에서 법무차관과 대검 간부가 협의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용구 차관은 ‘이종근2’가 이종근 검사가 아닌 부인인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 다른 친문 검사인 김관정 수원고검장은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한 상황이다. 김관정 고검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5월9일, 검찰 내부망에 ‘채널A 사건 수사 일지’를 올렸다. 여기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한동훈 당시 검사장을 감싸는 듯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작심하고 편향된 의견을 피력했다”면서 “김관정 고검장의 수사일지는 허위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재명 의원 사건을 담당할 수원지검과 경기남부청은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졌다. 수원지검장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한 홍승욱 검사가 임명됐다.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는 박지영 전남경찰청장이 내정됐다. 이 도중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박지영 청장 내정자를 비롯한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 6명을 인사 전에 미리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장 등 치안정감은 다음 달 퇴임하는 김창룡 경찰청장을 이을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검수완박법이 오는 9월부터 시행되면 경찰이 수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게 된다. 이를 대비해 윤석열 정부에서도 경찰에 대한 ‘고삐 죄기’에 나선 것 아니겠는가”라면서 “이재명 의원과 관련한 수사는 속도가 생명이다. 성남FC 후원금 문제 등 여러 가지 의혹이 곧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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